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된장은 유구한 역사가 만들어낸 훌륭한 식품이다. 된장은 민족의 지혜가 빚은 음식이다. 된장은 맛이 일품이며 영양도 만점이다. 게다가 된장은 초절한 현대 과학으로 무장한 인류가 무진장하게 투자해도 아직도 온전하게 이길 수 없는 무서운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된장은 짜게 먹지 않는다면 나무랄 데가 없다. 그래서 된장이 자랑스럽다. 된장을 먹을 수 있으며, 맛을 누릴 수 있음이 복이다. 그러나 그처럼 자랑스런 된장일지라도 찌개로 맛있게 먹으려면 불로 끓여야 한다. 그리고 맛있는 된장찌개라도 식으면 씁쓸하게 된다. 된장찌개는 보글보글 끓을 때 맛이 일품이다. 된장찌개는 뜨거울수록 맛이 좋다. 그러므로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으려면 바글바글 끓여야 한다.

 코카콜라의 맛은 위력적이다. 냉전시대에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을 뚫고 들어간 것이 코카콜라의 맛이다. 그러나 그 매혹적인 코카콜라도 차지 않으면 맛이 형편없다. 미지근한 코카콜라는 영락없이 맛없는 간장 같다. 코카콜라의 세계적인 맛을 느끼려면 차게 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작품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전이다. 교회는 주님께서 세우신 성전이다. 교회는 은혜를 받는 거룩한 능력의 장소이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인생들에게 주신 최상급의 선물이다. 그래서 교회는 재미있고, 신나며, 애착이 가고, 복 된다. 교회에서 평안과 보람과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된장찌개가 식으면 씁쓸한 것처럼 식은 믿음으로는 그런 복된 교회에서도 재미와 평안과 보람과 가슴 벅찬 은혜를 알지 못한다. 코카콜라는 차야 제대로 세계적인 맛을 누릴 수 있지만, 된장찌개와 교회는 뜨거울 때 맛이 있고 은혜가 짜릿하다.

교회생활
 교회는 교회생활이다. 된장은 불로 끓이지만, 교회에서의 은혜는 교회생활로 뜨겁게 끓일 수 있다. 교회가 성도에게 은혜를 주기보다는 성도가 교회생할로 은혜를 받는다. 주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시고 은혜를 주시지만, 교회생활로 은혜를 보글보글 끓이는 것은 성도가 할 일이다. 결코 몇몇 유명한 교회에만 은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교회에서만 은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소박한 교회를 만드신 주님의 실패이다. 어떤 교회이든지(이단이 아닌) 주님의 것이기 때문에 교회생활을 하면 어느 교회 못지 않은 은혜를 받는다.

반면에 어느 교회이든지 교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식은 된장찌개처럼 씁쓸하다. 은혜가 넘치는 교회일지라도 자신의 교회생활이 냉랭하면 자신에게는 은혜 없는 교회가 되고, 은혜가 없는 교회일지라도 적극적인 교회생활을 하면 자신에게는 은혜의 교회가 된다.

 은혜 없는 교회라고 교회를 업신여기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무례함이다. 교회생활을 불성실하게 하여 은혜와 교회를 무미건조하게 하는 것은 불신앙이다. 맛있는 된장찌개를 식혀서 맛없게 먹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그러나 교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고서 은혜 없는 교회라고 교회를 폄훼하는 것은 죄이며 복을 차버리는 불행이다. 된장찌개를 식혀 맛없게 먹을망정 교회와 은혜를 재미없게 만들면 안 된다.

서 있는 사람 (요6장)
 주님께서 벳세다 빈들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실 때,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행운이 왔다. 주님께서 만드신 역사적인 보리떡과 물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복이었다. 그런데 후에 그들은 배부르게 먹은 그 일로 주님을 잡아 억지로 임금을 삼으려 했다. 불행하게도 앉아서 대접만을 받은 그들은 생명의 양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에 썩는 양식(27)만을 먹은 것이었다.

 한편 그곳에는 서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제자들이었는데 서서 주님께서 지시하시는 대로 일을 했다. 그들은 사람들을 무리를 지어 앉혔으며, 주님께서 축사하신 보리떡과 물고기를 나눠주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성인 남자만 5,000명이었으므로 전체 참석인원을 수만 명까지 추산할 수 있다. 수만 명을 정리정돈하고, 수만 명에게 음식을 나르고 남은 것을 거두는 일은 가벼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은 무리들을 섬기기 위해서 주님 곁에 서서 힘들게 일을 했지만 주님의 능력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이(가룟 유다)도 있지만 그들은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27), 생명을 주는 참 떡(31,33), 생명의 떡(48), 영생을 주는 하늘로서 내려오는 산 떡(51)을 얻는다. 

 교회에서는 앉아만 있으면 식어버린 된장찌개가 맛이 없는 것처럼 흥겨운 은혜도 지리하기만 한다. 때로는 벳세다 들녘에서 앉아만 있다가 썩는 양식만 먹은 사람들처럼, 섬기지 않고 대접만 받으면 교회에서조차 썩은 것만을 맛보게 될 수 있다. 교회에서 은혜는 주로 서있는 사람을 즐겨 찾는다. 교회에서는 섬기는 사람들이 은혜를 자주 만난다. 교회에서는 대접만 받으면 은혜의 신비한 맛을 경험하기 어렵다. 된장찌개는 불로 끓이지만 교회에서 은혜는 서서 봉사함으로 맛있게 끓일 수 있다.

섬기는 이들은 교회에서 은혜를 신나게 체험한다. 성경학교, 수련회, 농촌교회 봉사 등의 봉사활동이 각 교회마다 활발하게 있다. 주님 곁에서 은혜체험을 원하는 성도라면 할 수 있는 대로 참석하여 봉사해야 한다. 그러면 벳세다 들녘에서 서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그들처럼 감격적인 은혜의 여름이 될 것이다. 남은 여름 동안 힘써 봉사하면 교회를 끓여서 맛있는 은혜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서 있음에도 여전히 교회가 재미없는 경우가 있다.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데도 오히려 은혜가 식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청소하는 봉사자가 청소를 하다가 투덜댄다.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고,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다'. 그리고 직?간접의 대상자를 향해 비판하며 힐난한다. 그러나 청소를 하는 이유는 다른 교우들의 활동을 돕고 섬기기 위해서이지 감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봉사를 비판과 감시로 하면 안 된다. 만약 청소봉사라면 "내가 책임지고 정리하겠으니, 마음껏 활동하세요"라는 격려와 후원과 베풀고 섬기는 겸손한 마음의 자세로 해야 한다.

청소봉사자는 교회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그만큼 교우들이 활발하게 교회생활을 한 것이기 때문이며, 자신에게는 봉사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봉사를 할 때, 예정보다 일의 분량이 늘어나 힘겨워서 짜증이 난다면 그 순간 봉사를 중지해야 한다. 그때는 봉사가 아닌 파괴를 하는 것이다. 봉사는 언성을 높이거나 신경질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은혜를 식히게 된다. 봉사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섬기는 것이다. '힘들어 죽겠는데 일을 또 시키느냐'고 하는 순간부터 은혜는 식는다. 순교도 하건만 잠깐의 힘겨움을 불만스러워 한다면 은혜의 달콤함을 맛보지 못한다.

 성경학교와 수련회에 봉사자들이 참석한다. 그럴 때 적정 인원만을 선발해야 한다. 만약 자원하는 이가 많다고 하여 필요 이상으로 봉사자를 뽑아 일손이 남아돈다면 역효과를 낳는다. 일을 하지 않으면 봉사자가 아닌 감시자가 되어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후에 은혜를 깨는 좋지 않은 소문의 근원이 된다. 앉아 있는 이들은 썩는 양식만 먹기 쉽다.

위하여
 교회의 행사에 운전봉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봉사자들은 자신의 열 일을 제쳐두고 기꺼이 봉사한다. 그런 나실인 같은 봉사자들 때문에 교회가 힘이 있고 생명력과 활력이 넘친다. 특별새벽기도회라도 있을라치면 차량봉사자는 자발적으로 차를 운행해서 노약하거나 멀리 있는 교우들도 힘써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차량봉사자가 새벽기도회에 차를 운행하려면 새벽 4시 이전부터 서둘려야 한다. 그리고는 종일토록 자신의 일을 한다. 그들의 수고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런 봉사자들이 교회마다 꼭 필요하다. 그들은 여호수아와 갈렙같이 교회를 승리하게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용사들이다.

 그런데 간혹 자신이나 또는 몇 사람이 조금만 수고하면 되는데도 굳이 차량봉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든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건만 구태여 차량운행을 요구한다. 새벽에도 마치 택시를 부르듯 쉽사리 부른다. 그러면 그 봉사자는 기꺼이 응한다. 즐거워하며 좋아서 믿음으로 봉사한다.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그들의 희생이 참으로 안쓰럽다. 그 봉사자는 그만큼 자신의 생업을 돌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단지 잠깐의 편안함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쉽사리 봉사를 요구하곤 한다. 내가 편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생과 희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도움과 협조가 꼭 필요할 때는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나 또는 몇 사람이 조금만 고생하면 되는 것이라면 차라리 자신과 몇 사람이 수고해야 한다. 봉사자들을 혹사하지 않아야 한다. 금 같은 봉사자들을 귀하게 여겨 아껴야 한다. 간혹 혹사당한 연약한 봉사자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것처럼 교회를 옮기고 어느 교회에서든지 다시는 봉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봉사자들이 교만하거나 억지로 하지 않고 오직 섬기는 마음으로 하고, 교우들은 그런 이들을 금처럼 귀하게 여기면 교회에서 은혜가 맛있게 끓는다. 교회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교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어떤 교회에서든지 은혜를 제대로 받는다. 그들은 언제든지 남다른 은혜를 받는다.

떠날 때는 말없이?
 간혹 연인들이 헤어질 때 여운을 남기고 떠나는 경우가 있다. 아직도 사랑하는 것처럼 하고 떠난다. 그러면 상대는 사랑의 감정에 의해 흐려진 판단력으로 아직도 사랑한다는 의미의 본질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로 고통스럽게 계속 기다리게 된다. 그것은 차마 못할 짓이다. 따라서 모질긴 하지만 연인들이 헤어질 때는 '네가 싫어졌다' 혹은 '다른 사람이 생겼다' 고 분명하게 감정의 변화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교회를 옮길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말없이 떠나는 것이 좋다. 이제 떠나는 마당이니 할 말을 해야겠다면서 원망과 불평의 독설을 쏟아 놓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용기가 아닌 돌을 던지고 도망치는 비겁함이다. 만약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말들이 있으면 묻어둔 채로 떠나야 한다. 교회의 수술은 떠나는 자의 몫이 아니다. 떠나는 자가 대는 수술 칼은 오히려 파괴의 칼이 될 수 있다. 교회의 수술은 남은 자의 몫이다.

 교회를 옮기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교회를 옮기는 것이 더 적합할 때도 있다. 이사를 했기에 주거지와 가까운 교회로 옮기거나, 혹은 영적으로 맞는 교회로 옮길 수 있다. 그럴 때는 인사하고 떠나야 한다. 마치 야반도주하듯이 가버리는 것은 은혜 받을 성도가 아니다. 설령 근접한 교회로 옮길지라도 함께 예배드리고 피차에 복을 빌며 떠나야 한다. 때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건만 단지 교회를 옮긴다는 이유만으로 감정이 차가워지기도 한다. 그런 믿음으로는 어느 교회에서든지 은혜를 체험 못할 자신의 불행이기도 하다.

미식가
 너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행하듯이 늘 거친 음식만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때로는 입에 맞지 않은 음식, 거친 음식도 기꺼이 먹어야 한다. 투정하면서 매끼의 식사를 입맛에 맞는 것만 요구하는 것은 볼썽 사납다.

 그러나 은혜는 사치스럽도록 맛있게 먹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만족스런 교회를 만드셨고, 좋은 은혜만을 주신다. 그렇기에 성도들은 어느 교회에서든지 만족스런 은혜를 받아야 한다. 은혜를 재미없게 만들고 교회를 재미없게 억지로 다닐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교회생활로 짜릿한 은혜를 받는 흥겨운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교회에서 모든 성도가 활발한 교회생활로 신나는 은혜를 언제나 누렸으면 좋겠다.(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