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법 없이도 살 사람?
 유별나게 착한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매를 맞을 수는 있어도 때리지는 못한다. 엄마가 억장이 무너져 매를 맞고 온 아이에게 "얘, 너도 같이 때리지 못하고 왜 맞고만 들어오니, 다음부터는 너도 때려 줘, 정 안되면 물기라도 해, 왜 맞기만 하는 거야!" 하며 소리친다. 그럴 때 엄마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그렇지만 아이의 답변은 더욱 엄마의 심장을 터지게 한다. "내가 때리면 상대 아이가 아프잖아! 차마 코피가 터질까봐 못 때리겠어!" 그리고는 계속 일방적으로 매를 맞고 들어온다. 음식을 잘못 먹어 난 탈이 아니라, 너무 착해서 탈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확실히 우리들 주변에는 이 표현처럼 착하디 착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이 흐뭇한 표현은 비록 착한 사람을 칭찬하는 정감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오류가 있다. 우선 '법 없이도'란 가정은 이상적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법이 없으면 오히려 혼돈의 불행한 세상이 될 뿐이다. 무법한 세상은 악한 사람에게는 기회의 세상이고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 법이 없는 세상은 착한 사람일수록 살지 못할 세상이다. 따라서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들이야말로 법이 필요하다.

 또한 그렇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 있는 세상도 '법 없이도 살 사람' 이라고 훈장만 줄뿐 착한 사람들을 힘겹게 한다. 착한 청소년들이 단지 착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법과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선한 사람들이 뒤쳐져야 하는 곳이 세상이다.

원숭이 심리
 한 시어머니에게 두 며느리가 있다. 한 며느리는 착한 며느리로서 늘 순종하고 반대를 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또 다른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뻣뻣하고 거칠다. 그 거친 며느리는  결코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두 며느리가 있을 때, 당연히 시어머니는 착한 며느리를 칭찬하며 좋아하고 거친 며느리를 험담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착한 며느리의 의견은 무시하고 오히려 거친 며느리의 의도대로 한다. 거친 며느리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고 착한 며느리에게만 무겁게 일을 부여한다. 가족들이 모일 때 거친 며느리는 앉아 대접을 받지만 착한 며느리는 밖에서 일을 해야 한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순한 과장이 있고, 직원들을 비인격적으로 혹사시키는 독사 과장이 있다. 그러면 직원들은 순한 과장을 좋아하고 독사 과장을 미워하며 뒤에서 흉을 본다. 그러나 업무처리에 있어서 직원들은 순한 과장의 지시는 소홀히 하고 독사 과장의 지시를 철저하게 이행한다. 그래서 순한 과장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원숭이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의 주인이 원숭이를 혹독히 학대하면 원숭이는 주인을 대장으로 받아들여 주인에게 복종한다. 불행하게도 사람들 중에는 선하게 대우하면 불순종하고, 혹독히 다루어야만 순종을 하는 원숭이 심리가 있다. 그래서 평생 원숭이 대접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은 원숭이 심리의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바른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함을 버려야만 한다.

마녀의 승리
 동화나 만화에서 악의 상징인 마녀가 착한 사람(특히 공주)을 괴롭힌다. 그렇지만 결국 마녀는 패배하고 징계를 당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질문을 한다. '왜! 마녀는 늘 지기만 하나요?' 그러나 현실에서도 악이 지기만 할까? 비록 동화와 만화 속에서는 악이 늘 패배하고 징계를 당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악이 더 많이 승리한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많은 기회를 얻으려면 맨송맨송하게 선할 것이 아니라 짜릿하도록 적당히 악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으며 살아야 할 세상은 타락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녀가 승리하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도 밋밋하게 착할 것이 아니라 마녀처럼 짭짤하도록 악해야 할까?

 현대에서 착하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는 무능력이다. '재주는 착한 사람이 부리고 유익은 악한 사람이 얻는다'. 더 이상 착하다는 의미는 '선'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모욕적으로 쓰이던 '여우'란 말이 요즘에는 매력을 의미하듯이 '악'에서 능력의 달콤한 맛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해야 할까? 악해야 할까?

선한 주인공의 승리
 이삭이 '그랄' 이라는 곳에 정착했다. 그곳에서는 우물이 산업의 기반이었는데 이삭이 우물을 파서 얻었다. 산업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이 이삭의 우물을 빼앗았다. 착한 이삭이 악한 사람들에게 귀중한 산업의 기반을 빼앗겼다. 그랄의 법과 사회는 착한 이삭에게 험하고 힘겨웠다. 그는 자기의 것을 지킬 능력이 없었다. 그는 나약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우물을 팠다. 이번에도 우물을 얻는데 성공했다. 다행히도 계속된 성공이었다. 그런데 이삭은 그것을 또 빼앗겼다. 이삭 같은 이가 어떻게 세상을 살 수 있단 말인가? 남의 것은 빼앗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것은 뺐기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랄은 착한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착한 자식을 둔 부모는 화병에 걸릴만한 곳이다.

 그런데 그랄 지방에서의 이 우물사건의 결과는 동화에서처럼 악한 그랄 사람들이 패배하고 착한 이삭이 승리했다. 지치고 용기를 잃어 포기한 것은 착한 이삭이 아닌 악한 세상 사람들이었다. 빼앗기고 빼앗겨도 계속해서 우물을 파는 기적으로 승리했다. 그것은 하나님의 역사였다. 이삭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셨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다. 이삭은 기적의 사람이었다.

착한 사람에게 믿음이 있어야 할 이유
 악한 사람은 죄 때문에 지옥에 가야한다. 그렇지만 믿음이 있으면 구원을 받는다. 그렇기에 악한 사람은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착한 사람은 더욱 믿음을 가져야 한다. 착한 사람도 그 착함으로는 천국에 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며, 믿음이 있어야 이삭처럼 험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 없이 착하기 만한 사람은 이 세상과 저 세상 모두에서 실패를 하고 고통을 당한다. 그러나 믿음의 착한 사람은 구원은 물론이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므로 세상이 그를 감당하지 못한다.

 세상에서는 착한 것이 아무 것도 아니다. 착한 '과장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착한 며느리는 행복할 수 없다. 오히려 독한 '과장님'과 거친 며느리가 더 유리하다. 이와 같이 세상에서는 착하다는 것은 헛되다. 그렇지만 믿음이 있으면 착한 것이 복이며 능력이 된다. 고급승용차라도 좁고 거친 길에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오히려 방해만 된다. 하지만 일단 뻥 뚤린 고속도로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한다.

 마찬가지로 착한 성격이 좁고 거칠고 타락한 세상에서는 불편하다. 하지만 착한 성격이 믿음의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하나님께서는 고속도로 위의 고급승용차처럼 능력 있게 사용하신다. 전기 없는 곳에서 에어컨이 쓸모 없는 것처럼 세상에서는 착한 성품은 칭찬 받는 것 외에는 무능하다. 하지만 전기가 있는 곳에서 에어컨은 여름날에 탄성을 자아내는 기능을 발휘하듯이 선한 성격은 성령의 전기가 통하기만 하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컴퓨터는 사용할 줄 모르는 이에게는 그저 오락기일뿐이다. 하지만 능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컴퓨터의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착한 성품이 타락한 세상에서는 웃음거리지만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면 하나님의 능력이 월등하게 나타난다. 하나님께서는 착한 성품을 유용하게 사용하시고 은혜를 베푸신다.

 그러므로 착한 과장과 착한 며느리는 이 험악한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믿음을 가져야 한다. 마음이 약해서 매를 맞을지언정 때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 절대로 그런 아이들은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믿음을 가지면 훌륭한 믿음의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다.

사람 상대, 하나님 상대
 거지가 은혜를 입으면 보답을 할까? 혹 거지는 은혜를 보답을 할지라도 잘난 사람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하나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은혜를 베풀면 그가 보답을 하지 않거나 심지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해도 억울하지 않다. 어차피 하나님을 위한 것이었고 그에게 보답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억하시고 다 갚아 주시기 때문이다. 사람의 속성은 원수는 잊지 않아도 은혜는 쉽게 잊고, 때로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의에 대해서 나약하고 악한 존재이다.

  교회에서 사람에게 대하여 충성을 하면 결국은 시험에 든다. 꽃꽂이로 열심히 봉사하던 집사님이 계셨다. 그런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실망하여 결석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에는 절에 다녔고 승복을 입고 동네를 왕래하기도 했다. 교회는 피차에 격려하고 칭찬해야 하지만 지상의 교회는 온전하지 못하며 섬세하지 못해 실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봉사, 충성하면 내가 기대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함으로 실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확하시고 온전하시고 전지 하시고 풍성하시기에(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주심) 하나님께 기대하면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또한 하나님에게 이미 그 이상의 풍성한 은혜를 입지 않았는가?

물을 만난 물고기
 왜! 자꾸 사람만 상대하려고 할까? 하나님을 목표로 충성, 헌신, 봉사해야 실패가 없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유약한 아이들의 부모는 주님의 마음이 짐작이 될 것이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면서 그 마음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내는 것 같았다. 확실히 세상에서 착한 사람들은 이리 가운데의 양이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독하고 악한 마음을 가지라 하지 않고, 보복하라고 하지 않고, 더욱 지혜롭고 순결하라 하신다. 그것은 믿음이다. 엘리사가 천군천사를 본 것과 같은 믿음이다. 그것은 모세와 여호수아 같은 담대한 믿음이다.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이다. 그리고 다니엘 같이 사자굴에 들어가더라도 믿음을 지키는 것과 같다. 사람에 대해서 칭찬 받고 보답 받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급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순교까지도 하는 믿음이다.

 만약 이런 믿음이 없다면 차라리 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법 없이도 살 사람' 이란 칭찬을 믿지 말라. 그것은 사탕발림일 뿐이다. 혹 진심일지라도 상황에 따라서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님 이외에는 그 누구도 선하지도 않다. 세상은 악한 사람이 승리하는 곳이다. 헛되게 시어머니에게 착하지 말며, 며느리에게 착하지 말고, 이웃에게 착하지 말며, 남편에게 착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착하면 남편이 딴 생각을 할 수 있다. 심지어 교회에도 충성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착한 심성으로 하는 것이라면 낭패를 당할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으로, 하나님을 위하여 착하기만 하면, 그 착한 사람은 물을 만난 물고기와 같다. 권세의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 나약한 이삭이 기적의 사람으로서 악한 세상에서 승리한 것 같이,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믿음의 사람은 상급을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제대로 주시는 하나님께만 기대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풍성하게 주신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