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신비한 능력
  언제나 예배실 현관에서 예배 시작 전후에 교우들을 환영을 한다. 그때 처음 보는 교우들에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저희 교회에 처음 오십니까?" 또는 "어디에 사세요" 그러면 신통하게도 그 인사의 의도를 알고 등록하거나 좀더 예배를 드려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한편 결정하지 못한 방문 교우들에게는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하게 은혜를 받으세요" 라고 하며 교회를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니 늦더라도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권면한다.

 그런데 어느 날에는 특별한 대답을 들었다. 그때도 동일하게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대번에 짜증을 내며 이미 등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예배실로 획 들어가 버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당황했다. 등록한 교인을 모른다는 것은 직무유기이기 때문에 더욱 난감했다. 하지만 교인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용기를 내어서 예배실로 좇아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 주소를 알아야만하기에 어디에 사시냐고 용서를 구하며 다시 물었다. 몇 구역이며 누구 담당인지 알아야 일을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더욱 왈칵 화를 낸다. 더 이상 수습할 수 없었다. 그런 후에 안내하던 교우들이 와서 위로의 말과 함께 그 교우가 자리에 앉자마자 간절히 기도하더라고 머리를 내저으며 사후의 상황을 보고한다. 더욱 야릇했다. 친절하게 웃는 얼굴에 무례하게 낸 짜증과 그 경건한 기도가 조화되지 않았다.

 그 교우는 등록하지 않은 교우였다. 이상하다. 어떻게 주일 아침에 모두 기대감으로 들어오는 환하고 희망으로 가득한 그 예배실 현관에서 보기 좋은 표정관리와 반가운 인사에 그렇게 화를 낼 수 있을까? 이것은 신비한 능력이다. 간절한 기도를 하는 믿음으로 주일아침 예배실 현관에서 반갑게 환영하는 얼굴에 짜증을 낼 수 있는 것은 분명 능력이었다. 간혹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도와 비인격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렇지만 이 소동은 작은 일이다. 우리들 주변과 교계에는 믿음과 비인격의 더 큰 부조화가 온갖 매스컴으로 광고되어 하나님 나라를 뒤흔들곤 한다. 

왜?
 언제부터인가 세상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고상한 인격을 기대를 한다. 목사이면 목사에 걸맞는 인격을 기대하고, 장로이면 장로에 걸맞는 인격을 기대한다. 그리고 기도를 많이 하는 이에게는 기도만큼의 인격적인 기대를 한다. 그 기대는 확신에 가깝다. 또한 교인 스스로들도 그렇게 기대한다. 그런데 만약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며 비난한다. 때로 한 사람에 대한 실망은 기독교와 주님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되어 교회를 심하게 조롱하기도 한다. 마치 개가 사람을 물지 않고 사람이 개를 문 것과 같은 평범하지 않는 비웃음거리가 된다. 그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워지고 심각하게 전도의 문이 닫히곤 한다. 과연 믿음에 맞는 인격을 기대하는 것은 올바른 것인가?

 자기수양을 하면 품위 있는 인격이 된다. 세상에는 그런 학문과 종교들이 많다. 그런데 믿음은 더욱 그러하다. 성경은 도덕책이 아니며, 기독신앙은 인격도야를 목표로 하는 종교가 아니다. 하지만 믿음은 그 어떤 가르침보다 훨씬 더 인격을 아름답게 만든다. 믿음은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사람도 원수조차 사랑하는 도(道)에까지 이르게 하지 않는가? 믿음은 꾸어주고 나눠주고, 용서하고 덮어주고, 베풀게 한다. 그리고 성령은 열매로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를 맺는다. 따라서 믿음과 기도와 직분의 크기에 따른 인격을 기대하는 당연하다. 믿음의 선진들은 믿음만큼이나 고귀한 인격을 보여주셨다. 믿음의 열매는 세상에서 인격의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때로 믿음에 맞는 인격을 갖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교회와 주님에게까지 모욕스럽게 하는 것인가? 왜, 기도생활은 그처럼 멋있는데 인격은 형편무인지경인가? 그것은 개명을 하지 않았고 또한 이름 값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유아기적인 기도 때문이다.

개명(改名)
 야곱이 형 에서의 장자권을 가로챈 후에 형 에서가 두려워 외삼촌 라반의 집에 피신하여 약 20년간을 머물렀다. 그곳에서 다행히도 대 가족을 이뤘고 기업을 크게 이뤘다. 그러나 더 이상 라반에 집에 있을 수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하지만 야곱은 고향에 있는 형 에서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고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얍복 나루에 이르렀다. 드디어 다음날이면 강을 건너 두려운 형 에서를 만나야만 했다. 야곱은 그의 약삭빠른 기질대로 꾀를 내어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뇌물을 풍성히 준비했고, 만약을 위해서 도주할 준비도 했다. 그럼에도 야곱은 못내 형 에서가 두려웠다. 강을 건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홀로 남았다. 그날 밤 야곱은 기도를 했다. 환도뼈가 위골되도록 기도했다. 우리들의 기도의 어머니와 목사님들은 무릎에 관절염이 생기도록 기도를 하시고 야곱은 불구가 되어 절뚝거리도록 기도를 했다.

 야곱은 기회주의자이며, 비열한 인간이고, 속이는 자다. 그 이름은 추한 이름이며, 냄새나는 이름이다. 그 이름은 형 에서가 종일 일하고 돌아 왔을 때 그까짓 팥죽 한 그릇도 거저 대접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의 허기를 이용하여 보잘 것 없는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의 장자권과 바꾼 치사한 이름이다. 그는 눈먼 아버지를 공경하지 않고 오히려 속였던 패륜아였다.

 그러나 야곱은 그날 밤 기도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이스라엘로 개명하기까지 기도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의 문제는 이름, 즉 인격에 있었기에 하나님께서는 불구가 되도록 기도한 그에게 개명(改名)의 응답을 하신 것이다. 기도의 결과는 인격변화였다.

 야곱은 더 이상 기회주의자가 아니며, 비열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인격이 된 것이다. 새로운 이름은 향기나는 영광의 이름이다. 개명한 이름은 민족과 국가의 이름이 되었다. 얍복나루의 기도의 결과는 하나님의 변화가 아닌 기도자인 야곱 자신의 변화였다. 그는 개명했다. 인격이 변화되었다.

 야곱은 새로운 영광의 이름을 얻은 후에 죽음의 상징인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야곱이 이스라엘로 변한 후에 그 공포의 얼굴에서 오히려 소망과 생명과 기쁨의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창33:10). 야곱은 형 에서에게 아낌없이 예물을 줄 수 있는 인품이 되었다. 형 에서는 반갑게 야곱을 맞이했다. 동생의 귀향을 기뻐하기만 했다. 부퉁켜 안고 울며 맞이했다. 개명한 그 날 밤이 지난 후에는 이미 모든 것이 해결되어 있었다.

변화
 유아기적 기도는 하나님을 변화시키는 것에만 목표가 있다. 하나님이 변화하셔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기도한다. 그래서 애꿎게 하나님만을 변화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변화의 대상은 하나님이 아닌 기도자인 '나'이다. 얍복나루 기도의 결과는 자신의 변화였다. 환도뼈가 위골되도록 기도한 결과는 천지의 변동이 아닌 이름의 변동이었다. 그의 변화였다.

 우리들에게 대부분의 문제는 하나님이 아닌 내가 변화됨으로 해결될 것이다. 내가 변화되어야만 기도의 응답이 있다. 분명히 야곱은 자신이 변화됨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기도가 응답되었다.

 믿음에 걸맞고, 기도에 걸맞는 인격이 되지 않는 것은 그것은 유아기적인 기도 때문이다. 공부의 모양이 학자와 같다고 해서 그의 실력도 학자와 같은 것이 아니다. 머리가 희긋한 노인이 학자처럼 품위있게 공부를 하고 연구한다고 해도 그 내용이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라면 그는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실력일 뿐이다. 기도의 모양이 능력 있는 믿음의 선진과 같다해도 그 내용이 그저 하나님만을 변화시켜려는 것이라면 그의 기도는 어린아이 수준일 뿐이다. 그런 기도는 작게는 주일아침 예배실 현관에서 반갑게 웃으며 환영하는 얼굴에 무례하게 짜증을 내며, 크게는 믿음으로 떠들썩한 교계의 인사들이 메스컴을 통해서 사탄처럼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고 전도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다.

나무의 능력
 수영할 수 있는 요령은 간단하다. 머리를 물 속에 넣기만 하면 몸이 물위로 뜬다. 그런 후 아무렇게나 팔다리를 움직이면 우선 수영이 된다. 그리고 숨이 가빠지면 살짝 물위로 얼굴을 내밀고 호흡한 후에 다시 물 속에 넣으면 된다. 이렇게 반복하면 최소한 물위에 뜰 수 있으며, 절대로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수영실력이 없이 물 속에서 그렇게 실행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많은 연습을 해서 수영실력을 갖춰야만 한다.

 사람이 수영을 잘 하려거나, 적어도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으로 수영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나무는 그렇지 않다. 물위에 뜨기 위해서 연습을 하고, 수영을 배울 필요가 없다. 나무는 그저 나무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물위에 뜰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이기만 하면 하나님의 능력이 있다. 여호수아가 태양을 멈추고 모세가 홍해를 가르고 엘리야가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한 것은 그분들의 개인적인 능력이 아니다. 이름 때문이었다. 하나님이 종이란 이름 때문이었다. 성도와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에는 능력이 있다.

우리들의 이름
 독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기도로 인격이 아름답게 되었는가? 인격변화가 없는 기도는 모양은 엘리야의 기도와 같더라도 실상은 유아기적인 기도일 뿐으로서 응답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기도응답의 조건이 좋은 인격이라는 것은 아니다. 결단코 행실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믿으면 성령을 받고, 성령이 충만하면 성령의 열매로 아름다운 인격을 갖게 된다. 성령의 열매는 세상의 그 어떤 가르침과 수양보다 인격을 고매하게 한다. 그럼으로 성령의 열매에 의한 인격의 변화는 성령충만을 의미하는 것이며, 성령충만은 하나님의 사람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능력으로 함께하신다. 모세와 엘리야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은 능력의 사람들이었다.

 기도의 목표와 결과는 하나님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여야 한다. 기도는 새로운 이름을 얻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날 밤 야곱이 이스라엘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지 못했다면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도 하나님과 씨름하고 천사와 씨름하자. 새 이름을 얻기까지 기도하자.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근심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신다. 절망이 소망이 되며, 죽음이 생명으로 바뀐다. 실패와 패배가 성공과 승리로 바뀐다.

 그러나 새로운 이름을 얻었지만 그 이름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름 값을 못할 경우가 있다. 오순절 다락방 이전에는 베드로가 그랬었다. 그는 오순절 다락방의 성령충만 이후에 비로소 개명한 이름 값을 하여 초대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야곱이 새로운 이름을 얻은 후에 죽음에서 생명과 화합과 기쁨과 소망을 얻었듯이 우리도 새로운 이름을 얻으면 승리할 수 있다. 우리의 기도의 밤도 얍복나루 기도의 밤처럼 새로운 이름을 얻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기도자리가 성도의 이름 값을 할 수 있는 성령충만의 오순절 다락방의 기도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야곱이 기도의 밤에 이스라엘로 개명하여 떠오르는 태양을 새로운 이름으로 절뚝거리며 맞이했듯이, 2000년의 새로운 태양을 성도란 이름으로, 성도의 믿음과 인격으로 맞이하자.(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