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곰국
 아내에게 피곤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커다란 뼈를 사왔다. 남편이 피곤하다고 하는데 아내는 인삼도 녹용도 아닌 혐오스러운 뼈를 사왔다. 살이 붙어 있는 갈비가 아닌 살점 하나 없는 징그럽기만 한 뼈를 사온 것이다.

 매정할만큼 살점 하나 없는 뼈다귀를 아내는 들통에 넣고 물을 붓는다. 그리고는 불을 올려서 끓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에도 불을 끄지 않았고, 그 다음날에도 계속 끓였다. 그러는 중에 어디에서인가 물위로 기름이 떠올랐다. 그러자 기름을 걷어낸다. 그렇게 끓이고 끓이는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맑았던 물이 뽀얗게 변했다. 뼛속에 있는 온갖 영양분이 우러난 것이다.

그제야 불을 끄고 그 뽀얀 국물을 그릇에 가득 담는다. 그리고는 그 국물에 소금을 적당히 넣고 얼큰하도록 빨간 고춧가루와 후춧가루를 듬뿍 뿌렸다. 마지막으로 파를 썽둥썽둥 썰어서 한 주먹 넣는다. 그것은 영양만점인 얼큰하고 구수한 사골 곰국이었다. 거기에 국수사리를 넣어도 별미다. 남은 곰국은 빈 우유팩에 넣고 냉동하여 보관하면 언제든지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가 살점 하나 없는 징그러운 뼈를 사온 것은 사골 곰국을 끓이기 위해서였다. 정성 들여 끓이고 끓인 사골 곰국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준다. 잃었던 기력을 회복시켜 준다.

 아내가 끓인 것은 고기가 아니다. 인색하게도 살점 하나 없는 뼈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쓸모없을 것 같은 뼈를, 도무지 먹을 수 없었던 뼈를 들통에 넣어 물을 붓고 몇 시간 동안 끓이고 끓였더니 사골 곰국이 되었다. 애당초 그 뼈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면 버렸을 것이다. 그저 개의 장난감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끓이고 또 끓이니 그 뼈에서 영양분이 흠뻑 우러난 것이다.

 인생의 고달픔과 실패와 고통은 살점 하나 없는 징그러운 뼈와 같다. 그저 아무 쓸모없는 혐오스런 뼈와 같다. 세상 사람들이라면 좌절과 원망만 할뿐일 것이다. 그러나 흉물스런 뼈와 같은 인생의 어려움을 믿음의 들통에 넣고, 말씀의 물을 부어, 감사의 불로 끓이고 또 끓이면 감미로운 은혜가 뽀얗게 우러난다. 인생이 풍성해진다. 하나님께서는 은혜의 진액을 혐오스런 뼈와 같은 시련에 넣어서 주시기도 하신다.

 성도가 감사할 수 없는 것은 감사할만한 은혜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감사하지 않기 때문에 감사할 은혜가 없는 것이다. 감사의 불이 꺼져 있기 때문이며, 감사의 불을 켜지 않기 때문이다. 범사에 감사의 불을 켜는 성도에게는 모든 것이 은혜이다.

맛의 합력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롬 8:28).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의 인생에 있어서 은혜가 아닌 일이 없다. 은혜가 아니라고 생각되어지는 일들도 합력하면 선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때로는 그 은혜가 살점 하나 없는 징그러운 뼈와 같아서 믿음의 들통에 넣어 말씀의 물을 붓고 감사의 불로 끓이고 또 끓여야 되는 경우가 있다.

 맛있는 음식은 달콤한 맛으로만 되지 않는다. 매운 맛, 짠맛, 신맛, 단맛 등이 어우러져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그저 달콤한 단맛만이 맛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다른 맛이 곁들여 있으면 맛이 없다고 하거나 힘들어한다.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단맛만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져야 맛있는 음식이 된다. 때로는 쓰거나 떨떠름한 맛이 어우러져 좋은 맛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복어 독 같은 것조차도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하나님께서는 맵고, 짜고, 시고, 단 맛을 조화시켜 인생의 행복한 맛을 만드신다. 때로는 절망스런 쓰고 떨떠름한 것도 사용하여 복을 만드신다. 그러나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은 그저 달콤한 것만이 은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의 훌륭한 재료인 고통의 매운 것과 시련의 짠것과 실패의 쓴것과 좌절의 신것을 불행일 뿐이라고 원망하기만 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지 않고 고통스러워만 한다.

 인생의 매운 고통과 짠 시련과 시디신 좌절과 쓴 실패는 감사의 불로 복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재료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것들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 믿음의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감사의 불로써 은혜를 만든다.

 그렇기에 감사할 일이 없는 것은 감사할만한 복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감사하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의 불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하지 않으면 은혜도, 복도 없다. 그저 쓰고 매운 것은 고통 그대로일 뿐이다. 그렇지만 범사에 감사하면 모든 것이 은혜와 복이 된다.

 무엇이 살점 하나 없는 쓸모 없는 뼈와 같은가? 그것을 믿음의 들통에 넣어 말씀의 물을 붓고 감사의 불로 계속 끓이면, 깊은 곳에 있던 은혜가 뽀얗게 우러나와 복이 될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면 하나님께서 감사할 일이 넘치게 하실 것이다.

감사제
 구약적인 의미에서 하나님과 바른 관계가 되려면 번제, 속죄제, 속건제, 그리고 화목제를 드려야 한다. 이 4대 제사를 드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의 백성이랄 수 없다. 하나님과 바른 관계가 아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제사를 합당하게 드려야 은혜를 베푸신다. 그리고 화목제에는 서원제와 낙헌제와 감사제가 있다. 그러므로 감사제는 4대 제사의 한 요소이기에 감사제를 쌓지 않으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가 되지 않는다. 복이 없다. 은혜가 없다.

 감사제는 화목제이다. 하나님과 화목하기 위한 제사로 감사제를 드렸다. 부부가 화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 삶과 가정은 지옥과 같다. 고통스럽다. 그런데 하물며 하나님과 화목하지 않고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겠는가? 감사제는 하나님과 화목한 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특공대 같은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혹 감사제를 쌓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다. 용감하게 하나님과 원수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감사제가 화목제의 전부가 아니며, 또한 화목제 역시 제사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사제 없는 화목제와 화목제 없는 믿음은 올바른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니다. 복을 받을 수 없다.

믿음의 병
 물을 많이 마시고, 피부가 가렵고, 피곤하고, 허기지고, 소변이 끈쩍끈쩍한 것은 당뇨의 한 증상이다. 피곤하고, 잠을 잘 못 자고, 소화가 되지 않고 얼굴색이 검어 지는 것은 간 질환의 한 증상이다.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면 감기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감사치 않으면 믿음이 병에 걸린 것이다. 삶과 기도와 예배 가운데 감사가 없는 것은 믿음의 질병의 초기 증상이다. 혹은 감사함이 없는 것은 이미 믿음의 중병에 걸린 상태이기도 하다.

 하루를 끝내며 감사를 하는가? 한 주간을 모두어 주일예배 때에 감사하는가? 한 달을 정리하며 주일 또는 월삯예배 때에 감사하는가? 1년을 마무리하며 추수감사주일이나 연말에 감사하는가?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감사하는가? 이렇게 스스로 진단해 보자. 믿음이 건강한가? 아니면 병의 시초인가? 혹은 중병은 아닌가?

성경상에 나타난 에이즈? (롬 1: 18～32)
 하나님께 감사치 않으면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고 마음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생각이 허망하고 마음이 어두워지면 우둔하게 된다. 그리고 우둔하게 되면 우상을 섬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께서는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어버려두사 저희 몸을 서로 욕되게 한다. 그리하여 여인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인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일듯하여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한다. 그래서 저희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 자신에 받는다.

 여기 로마서 1장 27절에 남자 동성연애의 결과로 상당한 보응을 그 자신이 받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혹 AIDS는 아니었을까? 감사치 않으면 육체와 심령이 AIDS로 감염된다.

  감사치 않음으로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면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두사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신다. 상실한 마음은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군하는 자요 비방하는 자요 하나님의 미워하시는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한 자요 자랑하는 자요 악을 도모하는 자요 부모를 거역하는 자요 우매한 자요 배약하는 자요 무정한 자요 무자비한 자가 된다.

 이 모든 추한 죄들은 감사치 않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감사치 않아(롬1:21)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마음이 미련해진다. 허망하고 미련해지면 우둔하게 된다. 그리하여 상실한 마음이 되고 상실한 마음이 합당치 못한 이 모든 일들을 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다.

 만병의 근원이 감기이듯이 믿음의 만병의 근원은 감사치 않음이다. 또한 중병의 증상이기도 하다.

크기와 제목
 감사함에는 적합한 크기가 중요하다. 감사제를 드릴 때 그 생활의 형편에 따라 수소, 암소, 수양, 암양, 염소 등을 드려야 한다(레3:1-17). 수소를 드려야 할 사람이 염소를 드리면 안 된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교우가 있었다. 본 교회에 3년 정도 다니시다 소천하셨다. 자녀들의 반대로 교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던 교우이셨다. 필자가 담당한 교구는 아니었지만 가끔 당신의 형편을 이야기하시며 기도를 부탁하시곤 하셨다. 어느 날 현관에서 그 할머니 교우께서 필자를 부르신다. 그리고는 치마를 걷으시더니 속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을 꺼내어 건네주신다. 담당 교구 목사도 아니건만 그렇게 사랑과 섬김의 표현을 하신다.

형식과 예의를 갖추지 못한 아주 작은 촌지였지만 가슴이 찡했다. 할머니 교우께서는 용돈을 모아서 그렇게 사랑을 표시하신 것이다. 지금도 그 할머니 교우가 생각이 난다. 그러나 만약 커다란 저택에 사는 중직자가 그렇게 했더라면 불쾌했을 것이다. 자신의 크기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 교우는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을 표시했기에 그 작은 사랑도 작지 않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었다. 성도가 하나님께 감사할 때 자신의 크기에 맞는 감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하니 만 못하다. 아나니아는 안 하니 만 못했었다.

 그리고 제목이 중요하다. 제목이 없는 감사는 안 된다. 조목조목 감사한 이유를 알고 감사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인생들의 물질이 필요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알고 믿는 것을 원하신다. 무엇을 어떤 크기로 감사해할 것인가를 기도하여 깨달은 후에 감사해야 한다. 깨달음이 없는 감사는 무익하다.

 성도는 감사의 불을 끄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믿음의 중병에 걸린다. 복이 없다. 그러나 범사에 감사하면 복과 은혜가 넘친다. 항상 범사를 믿음의 들통에 넣고, 말씀의 물을 부어, 감사의 불로 끓이고 또 끓여 뽀얀 은혜의 곰국을 끓여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먹기 좋은 부드러운 것으로만 주시지 않는다. 때로는 감사의 불로 오랫동안 과야만 은혜가 되는 흉물스럽고, 징그러우며, 혐오스럽고, 도무지 쓸모없을 것 같은 뼈와 같은 형태로 주시기도 하신다. 1999년을 감사로 마무리하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