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여자의 일생
 둘째가 태어날 때의 일이다. 2부 새벽기도회까지 인도하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날 아침에 아내는 제왕절개수술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벌써 아내는 보호자도 없이 홀로 수술실에 들어갔으며, 수술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래서 혼자 밖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노라니 간호사가 다가와서 이미 수술은 끝났다며 아기를 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이라며 축하해 주었다. '앗! 딸이라니' 몹시 실망스럽고 안타까웠다. 그것은 추호도 아들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다. 딸의 장래에 방금 출산한 아내의 산고가 투영됐기 때문이며, 여자로서의 딸의 일생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딸이기를 원했다. 결혼 초에는 여자의 인생을 미처 몰랐었기에 소꼽장난 같이 그저 예쁘게 사랑하며 인형처럼 키우고만 싶은 자신의 만족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에 어긋나게 아내는 아들을 출산했다. 그 기대의 어긋남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러나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여자의 인생에 대해서 약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여자의 인생에 대해서 무지하지만은 않았으며, 둘째가 여자로 태어나 힘든 여인의 인생을 살 것이 애처로웠기에 절대적으로 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둘째가 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되었다. 그런데 확신이 무너지고 딸을 출산한 것이다.

 확실히 딸을 기르는 재미가 있다. 나 자신도 모르게 딸의 재롱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딸이 여자로 태어나 여자의 일생을 살게 된 것이 가슴 아프다. 아내의 삶을 보니 앞으로 딸이 여자로서 수고하고 희생할 인생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여자의 삶이 몹시 안쓰럽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 그의 인격과 재능이 부엌에 머물기 쉽다.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생의 장으로 주방을 택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라는 것이 오직 가족의 성취뿐이다. 다만 가족이 잘되는 것을 기다리며 그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그럼에도 자녀를 잉태하고 해산하는 고통과 기르는 수고는 남편도 자녀도 감춰진 비밀처럼 알지 못한다. 임신의 불편과 고통이 무려 열 달이나 계속되는데 만약 2명의 자녀를 둔다면 2년은 배불러 있어야 한다. 끔찍하게도 무려 십 년 동안이나 배가 불러 있던 여인들이 적잖이 있지 않은가? 이 기간에는 아무리 고상했었을 지라도 마치 돼지처럼 먹고 자고 먹고 자며 먹는 것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러는 자신을 혐오한다. 그러나 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여전히 먹는 것만 생각하고 먹고 자고 먹고 자는 일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출산 후에 간혹 각고의 노력 끝에 체중이 원상태가 된다해도 더 이상 결혼 전의 몸매로 돌아 갈 수 없게 된다.

 엄마로서, 또는 아내로서의 수고와 희생은 크고 귀중하건만 인정받지 못한다.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은 처절한 희생이지만 가족들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여긴다. 오히려 남편과 자식에게조차 무시 당하기 쉬운 것이 여자의 집에서의 수고다. 남편에게 특권이 많은 만큼 아내는 고달프다. 남편이 편할수록 여자인 아내는 피곤해야 한다. 남편에게 권한이 많고 행복한 만큼 아내의 고생과 희생이 큰 것이다. 남편이 앉아서 편안하게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아내는 물 심부름을 해야 한다. 남편이 가정에서 행복할 수 있음은 아내의 수고의 대가이다.

남편이 청결한 방에서 뒹굴 수 있는 것은 아내의 부지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아내의 억척스러운 청소를 만류한다. '인생을 그렇게 청소만 하다가 끝낼 것인가? 대강만 깨끗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낮잠이라도 자두거나 아니면 자신만의 일을 하도록 권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물을 먹고 옷을 찾아 입는 것만은 각자의 몫이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그랬다.

 사랑은 오직 내리 사랑일 뿐이다. 그래서 엄마는 그저 희생하여 자녀를 사랑만 하고 자녀들은 그 사랑을 누리기만 한다.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갈 뿐이지, 아래에서 위로 가지 않는다. 사랑은 엄마에게서 자녀로 갈 뿐이지 자녀로부터 엄마에게로 가지 않는다. 자녀가 편한 만큼 엄마의 수고는 크다. 가족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내가, 엄마가 식사 때마다 요리와의 전쟁을 치르고 피곤한 승리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만들까?' 하는 고민을 통해서다. 그러나 남편과 자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공로이며 전림품으로만 생각한다. 남편이기에 얻은 승리이며, 자녀이기에 얻은 성취라고 정복자의 거드름을 피운다.

 자녀들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효도이건만 장성하여서만 어머니께 효도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자녀들이 효도하려고 할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려 결국 어머니는 약간의 효도를 맛보기만 할뿐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많은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조그만 더 자상할 수 있으면 아내에게는 위로가 되겠지만 그 작은 위로도 얻지 못한다.

 요즘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그런데 사랑과 용서와 희생과 하나님의 영광을 가르치는 목사이건만 왠지 통쾌함이 남모르게 살짝 삐져나오곤 한다. 때로는 철부지들의 신혼여행이혼에 대해서도 비판 뿐만이 아니라 다행스러움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한다.

복의 근원인 여자
  이제 더 이상 여자들의 인생이 한 많은 일생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여자가 하나님을 경외하면 복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 아내와 그리스도인 어머니는 복의 근원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자는 이삭과 같다.

 이삭이 우물을 팠다. 그곳은 물이 귀한 곳이다. 원래 이스라엘은 척박한 땅이 다. 하지만 오늘날 유럽의 싱싱한 과일들은 이스라엘이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물 의 문제를 해결했기에 그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이 과일 수출국이 된 것 은 물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삭 당시에도 우물은 가정살림을 넘어선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산업의 기반이었다. 그런데 이삭이 우물을 얻자 본 고장 사람들이 그처럼 고귀한 우물을 빼앗아 버렸다. 이삭은 산업의 기반이 무너 진 것이다. 그러나 이삭은 다시 우물을 팠다, 그리고 우물을 얻었다.

그런데 또 빼앗겼다. 그리고 세 번째 다시 우물을 파서 얻었다. 누구나 땅을 파기만 하면 우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삭은 계속해서 우물을 팔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삭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들이 이삭을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는 힘으로 흉포하게 방해해도, 망하게 하려고 해도 하나님께서 이삭에게 부어 주시는 복을 그들은 결코 막을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복을 거두어 가시면 얻을 자도 없지만,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면 또한 막을 자도 없다. 이삭이 그랬다.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자가 그렇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자는 이삭의 경우와 같이 가정에서 복의 근원이다. 세상이 방해하고, 괴롭게 해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인이 있는 가정은 복이 마르지 않는다. 현숙한 여인이 있는 가정은 괴물과 같은 IMF 경제체제가 덮쳐도 여전히 복이 있다. 단련 후에 정금 같이 되기 때문이다(욥 23:10). 하나님의 복은 우물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빼앗겨도 다시 우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정은 시름과 걱정과 역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름과 걱정이 몰려 와도 복이 마르지 않는 것이다. 반듯이 합력 하여 선을 이룬다(롬 8:28).  
 
 잠언은 인생의 지혜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31장의 끝부분에서 여인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마치 현숙한 여자가 지혜로운 인생의 결론인 것처럼 끝맺고 있다. 즉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것은 현숙한 여인이 되고, 현숙한 며느리를 얻고, 현숙한 아내를 얻고, 현숙한 어머니를 두는 것이라는 것이다.

 지혜로운 인생이란 가정에 현숙한 여인이 있는 것이다. 만약 어머니에게 믿음이 있으면 행복한 가정이다. 만약 아내에게 믿음이 있다면 능력 있는 가정이다. 그러한 가정은 복된 가정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보다도 자녀의 인생을 위해서 기도하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시기 때문이다. 기도가 귀하다해도 자녀가 그 기도를 믿음으로 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러나 기도하는 어머니의 자녀가 믿음을 갖기만 하면 어머니의 모든 기도는 자녀에게 돌아간다. 남편에게 가장 큰 후원군은 바로 기도하는 아내이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남편을 위한 아내의 기도를 들으신다.

 그렇기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자 그리스도인은 가정의 복의 근원으로서 그렇게 믿음을 경주해야 한다. 더욱 기도하고, 하나님께 복을 받을 만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정을 돌보지 않고 교회에만 미치는 것은 잘못된 신앙이다.

 하나님께 충실한 아내는 남편에게 양처가 된다. 하나님께 충실한 어머니는 자녀에게 현모가 된다. 아내가 어머니가 마음껏 기도하며 하나님께 충실할 수 있는 가정이라면 복된 가정이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아내와 어머니가 있는 가정에 은혜를 베푸신다. 그러므로 지혜롭고 현명하고 복 있는 남편이라면 아내의 믿음을 제약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후원하고 감사한다.

 고난주간에 아동부에서도 새벽기도를 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과 1학년인 집의 아이들도 참석하기를 원했지만 스스로들 일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새벽마다 아이들을 깨워주었다. 아내는 깨어나지 못하는 막내 딸 아이에게 웃으면서 '한국교회는 여자가 이끌어가야 하는데 일어나야 한다'면서 깨우곤 했다. 그러면 오빠인 아들은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동생인 딸아이는 그 농담을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웃으며 일어나 새벽기도에 참석하곤 했다.

 십자가의 골고다 언덕까지 끝까지 주님을 따랐던 것도 여자였으며, 무덤으로 주님을 찾으러 간 사람도 여자였고, 한국교회도 여자성도들의 기도와 수고로 이만큼 성장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현재도 숫자나 봉사에서 여자들이 압도적이다. 한편 전쟁이 나면 남자들을 숨기고 집을 지킨 것도 이 땅의 여자들이었다. 이와 같이 과거와 현재에서 여인들은 나약하고 가련하기만 하지 않았다.

 국가의 장래는 어린이에게 있다기보다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인들에게 있지 않을까? 그리스도인 어머니와 아내들은 가정의 복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써 하나님을 경외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현숙한 아내와 어머니는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여인이다.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잠31:30)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