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교회에는 피뢰침이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 인자하며 위엄 있게 생명과 능력의 십자가가 있다. 대부분의 십자가에는 네온사인도 장치되어 구원의 빛을 어두운 세상에 비취려는 듯 캄캄할수록 더욱 빛을 낸다. 그런데 그 거룩한 십자가의 위에 피뢰침이 살짝 숨어 있다. 그리고 이 주목받지 못하는 피뢰침이 교회건물을 지켜준다. 피뢰침이 없는 십자가의 교회건물은 벼락을 맞는다.

예배당은 주님의 몸이며 피로 값 주시고 사신 교회의 장소이다.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이 교회건물에서 주일성수하게 하시고 이곳에서 드리는 예배를 받으시고 은혜를 베푸시며, 이곳에서 성도들이 기도를 하면 응답하신다. 교회에서 봉사와 교육과 선교와 전도가 이뤄진다. 믿음의 큰 역사가 교회를 통해서 이어지고 이루어진다. 이렇게 거룩한 교회건물이지만 피뢰침이 없으면 천둥치는 어느 날 벼락을 맞을 수 있다. 그렇기에 십자가 위에 피뢰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믿음의 피뢰침도 있어야 한다.

패혈증
 피가 세균에 의해 감연된 패혈증이라는 질병이 있다. 이 패혈증으로 전신마비가 되거나 식물인간이 되기도 하며 또한 사망하기까지 한다. 패혈증으로 식물인간이 되고 전신마비가 된 교우를 심방 했었다. 피는 생명의 근원이다. 이 피로 인해 사람이 존재할 수 있으며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피는 활력이다. 그러나 이처럼 생명의 근원이며 역동적인 피가 오염이 되면 오히려 죽음과 파멸의 근원이 된다. 또한 성전도 믿음의 패혈증에 걸리면 파멸과 절망의 근원이 된다.

 이스라엘은 천지의 대주재이신 하나님의 성전이 있기에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온전해야 하건만 도리어 성전도 없는 나라에게 멸망당했다. 심지어 성전까지도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게 철저히 파괴되었다. 그것은 패혈증처럼 성전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며, 성전이 강도의 굴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께서 채찍을 직접 만드셔서 성전에서 휘두르셨다. 성전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쫓으며 성전을 강도의 굴혈로 만들었다고 책망하신 것이다(마21:12,13). 생명과 활력의 피가 오염되면 죽음과 파멸의 피가 되듯이, 생명과 능력의 성전이 강도의 굴혈이 되어 파괴와 절망의 성전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다고 책망 받은 장본인들은 제사를 돕고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하는 유익하고 효율적인 일들을 했다. 결코 그들은 성전에서 악한 품목들을 매매하지 않았으며, 더럽고 추하며 고약한 품목으로 성전을 강도의 굴혈로 만들지 않았다. 오직 그들은 성전과 제사에 쓰이는 용품들을 매매했다. 그 품목들은 필요하며 유용한 것들이었다.

 구약의 제사는 예배자가 제사장을 통해 하나님께 짐승을 희생제물을 드리고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흠향하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다. 따라서 제사 드리려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순전한 짐승이 필요했다. 그러나 성전에서 먼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희생제물인 짐승을 끌고서 몇 날 혹은 몇 달을 여행해서 성전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 준비한 짐승이 희생제물로 쓰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기르는 가축 중에서 제사에 쓰일만한 순전한 짐승이 없을 수도 있다. 더욱이나 목축을 하지 않는 예배자들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매매자가 있어야 제사를 드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인쇄업을 하고 서점을 함으로 편리하고 유익하게 성경을 구입하여 말씀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성전에서 제사에 쓰일만한 짐승을 파는 것은 유익하고 효율적인 일이다. 한편 당시에는 시중에 로마화폐가 유통됐지만 성전에서는 이스라엘 화폐만을 사용했다. 따라서 환전상도 역시 성전에 필요한 상인이었다.

 그런데 바로 성전과 제사에 필요하고 효율적이며 유익한 그 신성하고 거룩한 것으로 성전을 오염시켰던 것이다.

교회의 패혈증
 교회와 교계의 일꾼이 되어서 교회와 교계를 이끌어 가는 것은 귀중하며 소중한 일이다. 인격과 능력이 있는 훌륭한 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서 교회와 교계를 잘 이끌어 주셨으면 한다. 그것은 교회의 영광이며 복이다. 자신의 업무와 교회를 돌보는 것도 힘겨운 일인데 희생적으로 교회와 교계의 짐까지 지고 가는 것은 결코 작은 일도 아니며 쉬운 일도 아니다. 그것은 분명 칭찬 받을 헌신이다. 그러나 선교사업도 아니요 개척교회를 돕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구제사업도 아니건만 투표를 위해 막대한 양의 물질을 주고받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교회가 오염된다.

 가끔 무명 혹은 유명한 목사님에 대해서 교만이 하늘에 닿았다고 격분하는 비판의 소리를 듣는다. 그 판단이 옳은 것일까? 그러나 목사가 되어 자신을 희생하여 목회를 하는 것은 귀한 것이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목회와 헌신으로 교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설교를 잘하고 목회를 잘하는 것은 소중하며 신성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며 더욱 풍성케 하는 것이고 하나님께 영광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명성을 얻어 교만이 하늘에 닿았다면 그 신성한 것으로 교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교회가 부흥하는 것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이요 영혼들을 살리기 위함이다. 결코 권세를 부리고 오만하려고 부흥시키는 것이 아니다.

 전도는 생명을 살리는 일로써 주님의 지상명령이다. 하지만 간혹 그처럼 귀중한 전도가 교회를 오염시킨다. 한때 총동원 주일이 유행했었다. 총동원 주일은 전도에 전력을 다하고 전도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좋은 행사다. 어느 작지 않은 광역시에 있는 모 대형교회에서도 매년 1년간 총력해서 총동원주일을 준비하여 치른다. 그런데 그 날이면 그 광역시의 많은 소형 교회들이 텅텅 빈다. 작은 교회의 교인들이 기념품을 받기 위해 총동원 주일 행사를 하는 교회로 몰리기 때문이다.

전도가 교회를 오염시켰다. 기념품 때문에 본 교회를 빠지고 타교회를 가는 성도가 교회를 오염시켰으며 무차별적으로 타 교회 교인들에게 상품공세를 한 그 전도가 교회를 오염시킨 것이다. 전도의 목적은 하나님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자의 영혼을 위해서 전도해야 한다. 대상자의 주일성수, 예배참석, 봉사, 교육, 교제 등을 위해서 전도해야 한다. 전도자의 편리와 이익은 차선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도목적의 무게가 전도자에게 기울면 전도로 교회가 오염되기 쉽다. 교회의 질서는 약육강식이 아니다.

 이 어려운 때에 교회를 개척한 목사님이 있다. 예수를 처음 믿는 교인들만 대상으로 전도하고 있다. 그렇기에 교회가 상당히 어렵다. 몇 명되지 않는 교인인데다 초신자들이기에 헌금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목사님은 고집스럽게 처음 믿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전도하고 등록시킨다. 교인이 교회를 이동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얼마든지 유익한 점이 있다. 오히려 교인이 교회를 옮기는 것이 더욱 합당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그 교회는 하나님께 더욱 칭찬을 받을 것이다. 절대로 실패하고 않고 꼭 부흥하도록 기도하고 있다.

 각 교회의 여전도회가 봉사와 전도와 구제사업을 의욕적으로 하고있다. 그러나 대부분 의욕에 비해 여전도회 자체 회비가 부족하여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수익사업을 해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한다. 귀한 일들이다. 하지만 교회의 일은 원칙적으로 믿음의 헌금으로 해야 바람직하다. 이윤을 남기지 않고 하는 사업(예;농촌교회의 농산물을 연결해주는 일)은 권장할 만 하지만, 선하고 복음적인 목적을 위한 사업일지라도 이윤을 목적으로 교회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그만 두어야 한다. 교회가 경제행위로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부터 오염된 솔로몬의 성전
 솔론몬 왕이 하나님을 사랑하여 그의 선친 다윗의 숙원사업인 성전건축을 했다. 그러나 솔로몬 왕은 이방의 기술자를 초빙하여 건축에 고용한 것과, 외교정책으로 이방의 공주들과 결혼하였기에 그 이방 아내들 때문에 건축 초기부터 성전은 우상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성전은 더욱 오염이 되었다. 그래서 마침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집인 성전이 있음에도 성전이 없는 이방에 의해 파멸되었고 하나님의 성전도 파괴되었다.

 교회를 운영함에 있어서 세상의 기법이 접목되곤 한다. 세상의 모든 기법이 다 반 성경적이지는 않지만, 세상의 기법을 도입할 때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솔론몬의 성전같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법이라는 것이 주로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경영방법이다. 자본주의의 가치관은 능력과 효율과 이윤이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효율과 이윤보다 앞서는 것이 인격과 윤리와 도덕이며 공의다. 그러나 때로는 세상의 기법을 교회에서 도입하면서 효율과 이윤이 인격과 윤리와 도덕과 공의에 앞서며, 심지어 믿음과 성경에 앞서는 경우도 있다. 세상의 과학과 경영기법이 교회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그것을 도입함에 있어 교회를 오염시키지 않아야 하다.

단팥빵과 크림빵
 오래 전에 함경직 목사님을 뵈려고 교우들과 남한산성을 방문했다. 과연 함경직 목사님께서는 인자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목사님께서는 은혜의 설교와 기도와 교훈의 말씀도 해주셨으며, 자상하게 사진촬영도 함께 해주셨다. 그곳에서 식사와 친교의 시간을 가진 후에 교우들이 철수하기 위해 정리정돈하기 시작했다. 그때 영락교회를 사찰로 섬겼고 은퇴하여 계속해서 함목사님을 모시고 계시던 강집사님께서 오셨다.

그분께서 청소를 하는 교우들을 말리면서 말씀하신다. "청소와 뒷정리는 내가 할 터이니 마음놓고 언제든지 방문해서 좋은 시간을 가지라"고 하시면서 웃는다. 그 강집사님은 까무잡잡하고 깡말라서 영화에 인민군으로 배역 받기에 적당한 외모였지만 맑게 웃는 모습이 인자했으며 포근하고 친근했다. 그 이후에 그 강집사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요즘 교회성장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목회의 기법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개발되며 전파되고 있다. 그러나 혹 요즘 교회들에게 그런 강집사님 같은 인격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팥빵의 맛을 더욱 내기 위해서 크림빵에서 맛의 비결을 배울 수 있으나 두 빵의 맛의 근원이 다른 것처럼, 세상의 운영기법이 교회운영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운영의 목적과 근원이 다르다. 교회의 운영기법은 인격과 윤리와 공의가 우선해야 한다.

믿음의 피뢰침
 어려운 시절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윤리와 도덕과 질서 등 모든 부분이 절망스럽다. 이 책임이 정치인과 공무원과 세상사람들에게만 있는 걸까? 혹 교회가 전도, 설교, 목회, 봉사와 충성으로 오염됐기 때문은 아닐까? 생명의 근원인 피가 오염되면 전신마비가 되며, 식물인간이 되고 사망하기도 한다. 교회가 신성한 것으로 오염이 되면 교회와 나라가 절단이 난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모임이며, 하나님의 사람들이 예배드리는 곳이다. 만약 교회에 믿음의 피뢰침을 세우고 오염만 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는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를 받으시며 함께 하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역사 하셔서 능력이 나타난다. 교회를 통해 구원을 받으며 교회를 통해 능력이 나타나고 교회를 통해 소망을 얻고 교회를 통해 나라와 민족이 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교회도 믿음의 피뢰침이 없고 오염이 되면 오히려 파멸과 절망을 초래한다. 믿음의 피뢰침은 전도, 봉사, 설교, 부흥, 목회, 헌신의 목적과 결과를 하나님과 영혼들에게 두는 것이다(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