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성경의 인물 중에 헤어스타일이 반대인 두 인물이 있다. 엘리사 선지자는 대머리였으나 삼손은 장발이었다. 그런데 두 인물 모두에게 머리털과 관계된 사건들이 있다. 엘리사의 대머리는 대머리란 칭호로 조롱했던 젊은 아이들이 무려 42명이나 암콤에게 찢겨 죽는 사건이 있었으며, 삼손의 장발은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국제정세까지 변동시켰다. 그리고 삼손의 머리털에는 통쾌함과 안타까움과 비장함, 승리와 패배, 사랑과 배반, 지혜와 어리석음이 있었다. 엘리사가 대머리인 것은 생리상 어쩔 수 없는 헤어스타일이었지만 삼손이 머리털을 남달리 치렁치렁하게 기른 이유는 멋도 개성도 아닌 믿음이었다.

나실인
삼손은 나실인이었다. 나실인이란 일정한 기간에 하나님의 거룩한 일을 하려고 자신을 구별하여 드린 사람이다. 부모님이 서원하여 나실인이 되기도 하고 또한 자신이 서원하여 나실인이 되기도 하는데, 약정기간이 짧게는 한 달이며 길게는 평생이다. 서원하는 기간에는 시체를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하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독주와 포도주를 마시면 안될 뿐더러 심지어 포도, 건포도, 초, 포도즙, 포도씨조차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몸에 삭도를 대지 않아야 한다. 바로 몸에 삭도를 대지 않는 이 규정 때문에 나실인들은 머리털을 자연적으로 길렀다. 그렇게 머리털을 치렁치렁하게 기름으로써 일반인들과 구별하여 절제한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구별하고 절제하고 인내하는 이들이 나실인들이며 그 상징이 장발이었다. 삼손은 나실인이었기에 머리털을 길렀던 것이다.

교회 안의 나실인들
 각 교회마다 나실인과 같은 귀한 봉사자들이 있다. 너무나도 소중한 봉사자들이다. 만약 각 교회마다 이러한 봉사자들이 없으면 교회는 상당히 지장을 받을 것이며, 많은 계획을 줄여야 할 것이다. 바로 나실인 같은 귀한 봉사자들이 있기에 교회가 큰일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분들이 있는 교회는 하나님께 많은 영광을 돌릴 수 있으며,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나실인 같은 성도가 있는 교회는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나실인 같은 성도가 있는 교회는 국가의 소망이며, 나라와 민족의 복이다. 따라서 나실인 같은 교우들이 무너지면 나라와 민족과 교회의 손실이며 비극이다. 삼손이 그랬었다.

삼손의 머리털
 삼손은 나실인이었기에 머리털을 길렀으며, 하나님께서는 드려진 나실인 삼손에게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은사를 주셨는데, 그 은사가 힘이었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전무후무한 지혜를 은사로 주신 것처럼, 삼손에게는 특별하게도 힘을 은사로 주셨다. 솔로몬의 은사인 지혜의 대단함처럼 삼손의 은사인 힘은 무적이었다.

 당시에 블레셋은 강대국으로서 이스라엘을 고양이가 쥐를 다루듯 이스라엘을 희롱하며 간섭했다. 그런 국제정세 속에서 삼손이 그렇게나 막강한 블레셋을 견제하며 후련하게 휘저을 수 있을 만큼 하나님께서 삼손에게 주신 은사인 힘은 능력이며 권능이었다. 삼손은 아무 도구도 없이 사자를 염소 새끼를 찢음같이 찢었고, 그것으로 수수께끼를 내어 블레셋을 당황케 했으며, 여우 삼 백 마리를 잡아 꼬리끼리 묶어 홰를 달아서 블레셋의 밭을 불사른 후에 블레셋 사람을 크게 도륙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궁여지책으로 삼손을 줄로 묶어 블레셋에게 주었으나 오히려 삼손은 자신을 묶은 줄을 불탄 삼같이 끊고 나귀의 턱뼈로 일 천 명을 죽였으며, 가사 성문의 문짝과 두 설주와 빗장을 빼어 그것을 모두 어깨에 메고 탈출하기도 했다. 비록 블레셋은 강대국으로서 이스라엘을 핍박하며 수탈하고 마음대로 주물렀지만 결코 삼손을 감당하지 못했다. 삼손은 긴 머리털을 휘날리면서 블레셋을 통쾌하게 유린했다. 

 당황한 블레셋은 삼손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삼손의 힘의 근원을 찾아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레셋은 삼손의 힘의 근원을 찾아 파괴하는데 삼손의 여인을 이용했다. 불행하게도 그 여인은 우여곡절 끝에 삼손의 힘의 근원이 머리털에 있다는 것을 알아 낼 수 있었으며, 마침내 사랑을 배반한 그 여인은 삼손의 머리털을 밀었다. 그러자 삼손의 힘은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삼손은 머리털이 밀리운 후에 나약해져 블레셋에게 붙잡혔고 눈이 뽑혔으며 피눈물을 흘리며 한낱 짐승처럼 감옥에서 맷돌을 돌려야만 했다.

 후에 다행스럽게도 삼손에게 기회가 왔다. 옥에서 갇혀 맷돌을 돌리는 동안에 시간이 흘러 머리털이 다시 자랐으며, 머리털이 자라자 힘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비장한 마지막 날이 왔다. 삼손은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모여든 블레셋을 자신의 최후와 함께 몰살시켰다.

 삼손이 머리털을 치렁거렸을 때는 절대로 블레셋이 삼손을 감당치 못했다. 그러나 머리털을 밀린 삼손은 연약한 필부(匹夫)가 되었다. 그리고 삼손은 머리털을 회복하자 다시 힘이 소생했다. 왜? 하나님께서는 삼손의 힘을 머리털과 연계시키셨을까? 머리털의 의미는 무엇인가?

눈이 뽑힌 그리스도인
 오늘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대하여 나약하기 그지없다. 사회가 악하여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무기력하여 세상에 대하여 책임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땅이 곤고해진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 치안 등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윤리와 정의가 없어 온 나라가 도탄에 빠질 때까지 교회와 교인은 무얼 했는가? 오늘날 이 땅에 있는 교회와 교인들은 머리털 밀리고 힘을 잃어 두 눈이 뽑힌 삼손처럼 보인다. 세상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경외하기보다 조롱하고 있다. 삼손에게 힘이 있게 한 머리털의 의미는 무엇이며,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왜 세상을 책임지지 못하는가?

법궤와 머리털
 삼손의 힘과 그리스도인의 권능의 비밀을 법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출애굽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법궤와 항상 함께 했다. 그리고 법궤가 가는 곳에는 길이 열렸으며, 문제가 해결되었고, 승리할 수 있었다. 모세와 여호수아가 법궤와 함께 할 때 홍해바다와 요단강도 길을 열어주었으며, 전투에서 승리하곤 했다. 여리고성을 함락할 때는 그저 법궤를 메고 돌았을 뿐이었다. 그저 그뿐이었는데 난공불락의 여리고성은 무너졌던 것이다. 모세와 여호수아와 함께 했던 법궤는 권능이었으며, 능력이었다.

 후에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이 법궤를 담당하게 됐다. 그들은 제사장이며 사사였다. 그들이 법궤를 담당하고 있을 때 블레셋이 침공 해왔다. 그러나 애당초 이스라엘은 블레셋에게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자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이 과거의 역사에서 나타났던 법궤의 권능을 믿고 모세와 여호수아처럼 법궤를 메고 전투에 나갔다.

그러나 모세와 여호수아에게 승리를 준 그 법궤이건만 더 이상 능력과 권능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전투에서 패배했고 전사했다. 더욱이 하나님의 거룩한 법궤를 수치스럽고 당황스럽게도 우상 국가에 빼앗겼다. 법궤가 모세와 여호수아와 함께 했을 때는 주변국에는 두려움과 경외의 신비였느나, 홉니와 비느하스가 함께 했을 때는 더 이상 그렇지 않아 패전국의 보잘 것 없는 상자였을 뿐이었다.

 똑같은 하나님의 법궤이건만 때로는 능력과 권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와 율례를 지키는 모세와 여호수아와 함께 할 때는 권능과 능력이 나타났었고, 불순종하고 거역하는 홉니와 비느하스와 함께 할 때는 더 이상 능력과 권능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성전의 깡패였다. 하나님과 백성들에게 불량자였으며, 그들의 행실은 불순종과 횡포뿐이었다. 그러한 그들에게는 능력과 권능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실패와 패배와 부끄러움과 죽음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 집안에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히 여기리라'로 경고했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엘리 가족에게 멸시받고 있다고 하신 것이다. 요나가 하나님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을 때 그의 앞길은 풍랑이었으며, 반대로 하나님의 방향으로 갔을 때 구원과 생명의 능력이 나타났었던 것처럼 법궤도 그랬다. 법궤의 권능은 하나님을 존중했을 때 나타났다.

삼손이 머리털을 기른 것은 하나님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실인이 머리털을 기른 것은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를 지키는 것이다. 나실인이 장발을 휘날리는 것은 하나님을 향해 절제하며 인내하며 자신을 드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법궤가 모세와 여호수아에게 그런 것처럼 머리털이 삼손에게 힘이 있게 한 것이다.

머리털과 소금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삼손의 힘처럼 주님의 권능이 나타났다. 하지만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제자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능력과 권능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상에 대해서 패배할 수밖에 없으며, 세상을 책임질 수 없다. 십자가에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자가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기에 능력이 없는 것이다. 십자가에는 권능이 있다해도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는 제자에게는 능력이 나타날 수 없다.

법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법궤를 멘 홉니와 비느하스에게 문제가 있었다. 하나님에게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삼손이 그 힘을 버렸던 것이다.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망대를 짓다가 실패한 건축자와 전쟁에 패배한 임금과 같이 된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쓸데없어 버리어지는데, 삼손의 머리털이 바로 소금의 맛이다. 삼손의 힘은 자신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말씀을 지킴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말씀대로 사는 것이 삼손이 머리털을 기른 것이다. 삼손이 머리털을 민 것은 더 이상 자신을 거룩하게 하지 않고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소금이 맛을 잃는 것과 같으며,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는 것과 같고, 홉니와 비느하스가 하나님을 멸시한 것과 같다.

 포도주와 포도의 소산을 먹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과 같은 자연환경에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그것은 생활의 불이익이다. 머리털을 기른다는 것은 차라리 고역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믿음의 멍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고통일 수 있다. 그것은 불이익이며 손해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십자가를 져야만 우리가 주님의 멍에를 메는 것이며, 삼손이 머리털을 기르고 소금이 짠맛을 잃지 않는 것과 같아서 권능이 나타난다. 소금은 맛을 잃으면 밖에 버리우고, 법궤는 믿음이 온전치 않는 사람이 담당했을 때는 오히려 패배와 죽음과 수치이며, 나실인이 머리털을 밀리우면 힘을 잃고 눈이 뽑힌다.

 삼손은 옥에서 머리털이 다시 자랐다. 오늘의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자기 십자가를 지며 말씀대로 살고 순종하여 자기를 거룩히 지켜서 세상의 소금으로서 짠맛을 회복해야 한다. 설령 불이익이 있고, 손해를 보아도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절제해야 할 것이다. 절망스런 세상에 믿음의 머리털을 날리는 권능의 그리스도인들이 통쾌하게 세상을 밝히는 1999년이 되기를 소망한다(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