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아이들의 놀이도 유행이 있으며, 유행이 반복된다. 몇 년 전에 공포스러운 아이들의 놀이가 다시 유행했다. " ○○야♪ ○○야♪ 대머리 깎아라, ○○야♪ ○○야♪ 대머리 깎아라" 동네 골목골목마다 소리가 들렸으며, 심지어 교회 선교원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고, 잔인하게 집안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다. 철부지 자식들이 자기 애비가 대머리인데도 대머리가 무엇인지 몰라 재미있어 흥겹게 마냥 불러댔다. 요즘에서야 지 애비 대머리인줄 알고 큰 아이는 자기도 그렇게 될까봐 고민하고 작은 아이는 왜 그런 병에 걸렸냐고 궁금해한다.

 길에서 낯모르는 유치원 어린아이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버릇없게도 마치 친구를 놀리듯 놀린다. 그럴 때 바쁘면 못들은 체 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따끔하게 야단치기도 하고 점잖게 나무라기도 한다. 그때 훗날에 너의 남편과 자식도 대대로 모두 대머리가 되라고 웃으며 덧붙인다. 요즘은 다 큰 여자 고등학생도 지나가는 어른을 놀리는 이상한 세상이다.

 옛날 옛적에 신령한 선지자가 있었다. 하나님께서 귀히 쓰셨으며, 그의 업적은 대단했다. 그런데 그는 신령한 사람들의 공통점(?)인 대머리였다. 어느날 젊은 아이들이 "대머리여 올라가라 대머리여 올라가라" 고 놀렸다. 그러자 그 선지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저주하였고 곧 수풀에서 암콤 두 마리가 나와서 아이들 중에 무려 42명을 찢어 죽이는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다(왕하 2:23-25).

 목사로서 모든 것을 초월한 것 같지만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 있다. 대머리가 된 아쉬움이다. 간혹 신문에 대머리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살피곤 한다. 어릴 때부터 많은 별명들이 있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기에 싫었던 그 모든 별명들이 없어졌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더욱 신경 쓰이는 대머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릴 때의 별명은 화를 낼 수 있지만 어른이 되어서 얻은 별명은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같이 바보스럽게 따라 웃어야 한다. 지구상에서 대머리를 조롱하는 유행어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과연 엘리사 선지자도 대머리란 별명이 그렇게 싫었을까? 혹 그렇다해도 그런 작은 일로 어떻게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끔찍하게 살상을 하신단 말인가? 그러나 젊은 아이들이 선지자를 조롱한 것은 간단한 잘못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당장에 42명이나 찢어 죽일 만큼 심각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이 모세를 거부했을 때나, 사무엘에게 사사가 아닌 왕을 요청했을 때, 백성들에게 버림을 받은 것은 모세와 사무엘이 아닌 하나님 자신이라고 하셨다. 만약에 단순한 놀림이었다면 선지자가 저주를 하였다 하여도 이런 살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를 조롱한 이 사건을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조롱으로 심각하게 대처하셨다. 그래서 즉각적인 처벌을 내리신 것이다. 이 살상은 선지자를 존중하지 않음에 대한 분노였으며 엘리사 선지자의 분노가 아닌 하나님의 분노였다.

 교인들은 목사를 존중해야 하며 또한 목사는 교인들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전혀 존중함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세탁기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세탁기 사용법을 익히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러나 말씀에 대한 가르침은 그 전달자의 인격에 예민하게 영향을 받는다. 존경하지 않는 목사의 설교에는 은혜를 받기 어렵다. 혐오하는 목사가 설교를 잘하면 오히려 더욱 은혜를 잃는다. 반면에 존경하는 목사의 설교는 부족해도 은혜를 받는다. 설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도 '누가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목사는 존경을 받아야 하며, 또 교인들은 존경을 해야 한다. 만약 목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암콤을 보내셔서 징계를 하지 않더라도 은혜를 받을 수 없으니 이미 스스로 징계를 받은 것과 같다. 믿을 수 없게도 나이가 어린 교인들 가운데서는 목사에게 직접 아무개 씨라고 칭호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교인 자신에게 불행이다. 아무개 씨에게 인생을 맡길 수 있는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사 존중의 책임은 교인과 목사 모두에게 있다. 선지자들은 얼마든지 말로써 만으로도 하나님의 뜻을 전달할 수 있음에도 할 수 있는 대로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서 고행과 같은 삶으로 말씀을 몸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목사는 실력 있는 설교로 은혜를 끼치기 이전에 은혜를 끼칠 수 있는 목사가 되어야 한다. 설교를 어떻게 하는가 보다도, 어떤 목사가 되어 설교하는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사는 본성적으로 교인들에게 존중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이 시대는 스승보다 스타가 대접받는 시대다. 어쩌면 이 시대는 스승은 없고 스타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신앙인들도 스승 목사보다 스타 목사를 열망한다. 스승 목사는 홀대받고 스타 목사는 세상의 스타처럼 영광을 누린다. 그래서 목사 자신들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스타 목사가 되려는 열병에 걸린다. 

 스승 목사는 설교로 교인들을 하나님의 사람들로 만든다. 그리고 교인들은 설교 후에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 그러나 스타 목사는 설교 후에 교인을 자신의 교인으로 만들며, 스타를 좋아하는 교인들은 설교를 들은 후에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목사의 팬(fan)이 된다. 스승 목사는 오직 하늘의 상급을 소망하며 하늘에 상급을 쌓지만, 스타 목사는 하늘의 상급에는 관심이 없고 이 땅의 상급에만 만족한다. 그래서 때로는 실력으로 이 땅에서 황제와 같은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좋은 설교의 결과는 청중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뿐 자신의 팬(fan)으로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설교를 들은 교인들은 특정한 목사와 특정한 교회만을 존중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자로서의 모든 목사들을 존중하며, 또한 하나님의 교회라면 모든 교회를 존중한다.

 한 번은 이단문제로 공청회가 있었다. 이단을 연구하는 'ㅊ' 목사가 문제를 지적하면 이단성의 문제가 있는 'ㅇ'목사가 답변하는 형식이었는데 많은 교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ㅇ' 목사는 전도에 중점을 둔 목회관으로서 무당에게도 전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공청회의 말미에 청중들이 질문하는 순서가 있었다. 'ㅇ'목사측의 한 질의자가 'ㅊ'목사님에게 질문을 했다. "무당에게 전도해보지 못한 'ㅊ'목사님께서는 이단 연구를 그만두고 'ㅇ'목사님을 따라 무당에게 전도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ㅇ'목사를 지지하는 청중들이 온통 '까르르' 하고 듣기 거북하게 웃었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그렇게 같은 느낌을 주는 일치된 웃음을 웃을 수 있는지 기이했다. 그것은 'ㅊ' 목사에 대한 비웃음이었으며, 우리 목사가 하는 목회 이외의 다른 목사의 목회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오직 자신들의 목사의 목회와 자신들의 모임만이 가치 있다는 신앙관이었다.

 그 공청회에서의 그 질문과 그 비웃음의 문제는 그 단체뿐만이 아닌 우리 교계의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우리 목사님', '우리 교회' 제일주의가 이 땅의 교계에 만연해 있다. 우리 목사님이 자랑스러운 만큼 반비례로 다른 목사님을 보잘 것 없게 여긴다. 우리 교회가 자랑스러운 만큼 반비례로 다른 교회를 보잘 것 없게 여긴다. 궁벽한 곳에서 목회 하는 목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세련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만약 자신이 '우리 교회' 목사를 하나님의 종으로서 존중을 하고 있다면, 역시 세력 되지 못한 궁벽한 곳의 목사도 동일하게 존중을 해야 한다. 만약 '우리 목사'는 존중하면서 다른 교회 목사는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는 '우리 목사'를 하나님의 종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로서 존중하는 것일 뿐이다.

 중소기업을 하는 기업주가 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을 볼 때 책망했다. 그렇게 해서야 어떻게 건실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업주들은 오히려 그렇게 과시적이어야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능력이나 기업의 가능성을 보기보다는 외형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분에 넘치도록 고급승용차를 타야만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풍토는 그렇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소형 승용차를 타고 호텔이나 관공서를 출입하면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인격이나 도덕성 등과 관계없이 차의 크기로 평가를 한다. 그래서 소형 승용차를 타고 출입을 하면 푸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성향이 교회 안에도 있다. 목사의 서열은 교회 크기의 서열로 정해지기 쉽다. 사모들의 서열도 남편의 교회의 크기의 서열로 정해진다. 전도는 세력확장이 아니며, 선교는 교세의 과시가 아니다. 오직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설교를 잘하는 목사의 교인들은 누구에게나 겸손하고 누구나 섬기고 존중한다. 절대로 작은 교회나 작은 교회의 목사를 무시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어느 교회를 더 좋아하고 어느 목사를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교회나 어느 목사도 존중을 한다.

 요즘 교회성장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리고 목사들은 더욱 연구를 한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학위보다 인격이 아닐까? 인격이 복음은 아니나 복음이 인격의 부족으로 제한되는 것은 확실하다.

 '목사가 죽어서 천국에 갔다. 예수님께서 맨발로 뛰어 나오면서 환영을 했다. 천국에 목사가 처음으로 왔기 때문이다.' '장로가 죽어서 천국에 갔다. 식사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집사들에게는 진수성찬이었는데 장로에게는 자장면 한 그릇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자신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항의를 했다. 그랬더니 목사는 배달하러 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종류의 농담을 들으면 몹시 불쾌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각하다.

어떤 유명한 목사님은 이 땅에서 황제와 같은 영광을 받는다. 그렇다면 천국에서 받은 상급이 남아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둑이 석방되었다. 매스컴의 집중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목회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가 정말로 모든 영광을 버리고 희생하고 싶어서 택한 길이라면 격려하고 싶지만 앞선 목사들이 영광을 받은 모습을 보고 택한 것이라면 자신을 받아 주신 하나님을 위해서 목사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목사들이 영광을 받고 싶어한다. 또한 대접도 받고 싶어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배 목사들이 그런 영광과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배 목사들은 하나님과 생명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던졌기에 교인과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후배 목사들은 선배들의 희생은 잊고 선배들의 영광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실력으로만 영광을 얻으려고 한다. 세상에서는 확실히 실력으로 존중을 받는다. 그러나 목사는 실력으로 존중을 받는 것이 아니다. 주님처럼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하는 것이다(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