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황당하게도 주님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하며, 주님 때문에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주님께서 일을 불성실하게 처리하셔서 절망에 빠지거나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깡패에게나 인격적인 결함이 있는 못된 사람에게 봉변을 당하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주님에게 이러한 일을 당한다는 것을 그리스도인들은 아마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짐작컨대 독실한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상황설정에 당황스러워 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는다면 예민하고 심각한 반응을 할 것이다. 한편 우리들 주변에는 오해나 한 번의 실수나 또는 근원적인 잘못으로 교회 안에서나 교회 밖에서 그리스도인(목사, 장로, 권사, 집사)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상처를 받는 이들이 드물지 않게 있다.
 
 예수님께서 본격적인 반대에 부딪치시자 이스라엘 땅을 잠시 떠나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다(마15:21-28). 두로와 시돈은 이방 땅으로써 이스라엘을 우상천지로 만연케 한 저주스러운 여인 이세벨의 고향이다. 이스라엘은 두로와 시돈 지방에서 시집 온 이세벨 왕비에 의해 우상으로 오염되어 하나님께 곤고함을 받다가 결국은 멸망했다. 예수님께서 바로 이런 곳에 드러나지 않게 오셨다.

 그런데 한 여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도움을 받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 왔다. 그 여인은 헬라 수로보니게 족속으로서 수로보니게 여인이라고 불려진다. 그 이방 땅의 수로보니게 여인은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라고 불렀다. '다윗의 자손' 이라는 명칭 속에는 메시야란 의미가 있음으로 수로보니게 여인은 예수님의 인격과 능력을 알고 온 것이다. 이 여인에게는 흉악한 귀신이 들린 딸이 있었다. 그 딸은 귀신 들렸기에 고귀한 인생을 미친 여자로 살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더 큰 고통으로 이 딸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딸을 귀신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참 잘 온 것이다. 분명히 예수님은 할 수 있으시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다. "예수님 안녕 하십니까? 얼마나 바쁘십니까? 제가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예! 제 딸이 그만 귀신들렸습니다.""아 그거 참 안됐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고쳐 드리지요, 문제를 해결해 드리지요" 이렇게 되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주님께서는 더럽고 흉악한 인간도 업신여기거나 무례히 대하지 않고 사랑과 친절을 베푸셨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예상치 못한 반응을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딱한 사정으로 찾아온 불쌍한 여인을 선뜻 만나 주시지 않았으며, 친절하지도 않으셨다. 여인이 따라가며 소리, 소리 지르고 엎드리어 사정해야만 했다. 차라리 의도적으로 그렇게 체면과 자존심이 구겨지게 애걸하도록 방치하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인은 인내와 믿음으로 계속 소리지르며 따라가서 엎드렸다. 그리고 딸에게서 귀신을 내쫓아 주기를 간청했다. 그것은 차라리 구걸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답변은 더욱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박대하고 구박하셨던 것이다. 동냥은 못할 망정 쪽박은 깨지 않고,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않는 것이 온전치 못한 인간도 갖는 인정이며 도리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 하니라"고 하셨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선민이란 자부심으로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들을 '개'라고 하대하였다. 그런데 예수님이라면 그러한 교만을 나무라시고 바르게 가르치셔야 할 터인데도 오히려 그것을 인용하셨다. 예수님의 답변을 바꾸어 말하면 '개와 같은 당신에게 은혜를 베풀 수 없다, 돕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너는 개다. 따라서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 이런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도와줄 의향이 없으면 차라리 몹시 바쁘다든지, 피곤하다든지 하며 미안하다고 정중히 거절하시는 게 옳지 않은가? 차라리 강도에게 그런 푸대접을 당하고 목욕을 당하면 당혹감이 없을 것이다. 예수님은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니시고 또한 절대로 그러셔서는 안되건만 깡패와 강도나 할 무례를 예수님께서 하셨다. 예수님을 찾아온 여인은 봉변을 당했다.

 또 한 번은 '야이로'라는 회당장은 예수님께서 성실하게 도와주지 않으셔서 낭패를 보았다. 그의 사랑스런 딸이 죽어가고 있었나 도무지 살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을 찾아와서 자신을 철저히 낮추어서 간청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고쳐주겠노라고 흔쾌히 허락하시고 동행하셨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예수님께서 서두르지 않으셨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지체하셨다. 결국 예수님께서 서두르지 않고 지체하시는 불성실함으로 회당장의 딸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예수님께서 왜 그러셨을까? 이럴 때 나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여인은 기지와 겸손과 인내와 믿음과 딸에 대한 사랑으로 대처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고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 말을 예상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 말을 하였으니 네 믿음이 크도다"고 칭찬하셨다. 그리고 동시에 딸에게서 귀신이 나갔다. 여인의 간구를 들어 주셨으며, 여인의 문제를 해결 해주셨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응답을 받은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절대로 아무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박대하지 않으신다. 이 여인에게 처음에는 차별하시다가 마음을 바꾸신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긍휼히 여기셨으며 딸의 문제를 해결해 주실 마음이셨다. 그것이 하나님의 본성이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끝까지 고쳐주시지 않으셨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을 포함하여 누구든지 차별하지 않고 죄가 크고 작은 전 인류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성도들은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잊으면 믿음은 실패하며, 응답을 답지 못하고 은혜를 받지 못한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예상치 못한 난감하며 황당한 상황에서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응답을 받으며 은혜를 받은 것이다.

 주님께서는 이 여인을 긍휼히 여기시며 큰 믿음이 있음을 알고 계셨다. 다만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주님을 부정하고, 거부하고, 핍박하지만 그들이 보잘 것 없게 여기는 우상의 땅인 두로와 시돈 지방의 하찮은 이방 여인도 이렇게 아름다우며 응답 받고 은혜 받을 만한 지혜롭고 고귀하며 성결한 사랑과 겸손과 인내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 주시고 싶으신 것이었다.

 또한 주님께서 이 여인에게 당혹스럽도록 이렇게 푸대접하고, 거부하신 것은 이 여인의 믿음을 아름답게 빛나게 하시기 위해서이다. 흙과 오물이 묻은 보석은 닦아 내야 빛이 나며 그리고 어두울수록 더욱 빛난다. 여인은 주님으로 거부당했지만 그로 인해 시험 들어 믿음을 포기하거나 혐오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믿음이 빛나게 되었다. 그리고 응답을 받았으며 문제가 해결되었다. 딸의 인생이 복되게 되었으며 가정에 평화가 온 것이다.

 신앙생활 중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목사의 잘못된 모습을 보거나, 장로라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권사나 구역장에게 너무나도 애절하게 모은 돈을 떼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또한 마치 예수님께서 야이로 회당장의 요청에 대해 늦장 부리셔서 일을 망쳐 버리시듯 중병에 걸려 철야기도와 금식기도를 하고 기도원에서 생명을 걸고 기도하지만 병이 깊어지다가 죽고, 수로보니게 여인을 박대하시고 상관치 않는 것 같이 아무리 기도를 해도 하나님께서는 속히 응답하시지 않아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짐으로 절망이 더욱 무거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 평안과 소망 중에 고통 없이, 오히려 남은 자들을 위로하며 격려하고 천국으로 향한다. 이러한 이들은 수로보니게 여인 같은 믿음이 큰 이들이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인내할 줄 알아 은혜를 받을 만하고 천국으로 갈만한 분들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주님과 믿음과 교회를 부정하여 지옥으로 향한다. 그것은 자신의 요청대로 병이 났지 않거나, 사업이 성공하지 않으면 다른 은혜는 아무리 크고 좋아도 싫으니, 차라리 지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돈과 건강도 잃고 그것 때문에 천국과 다른 복까지 잃어버리는 불행이다.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이 없어 여전히 병이 났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업이 풀리지 않고, 가정에 어려움이 있고, 퇴직 당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교회로부터나 교인(목사, 장로, 권사, 집사)에게 모욕을 당하고 사기 당하고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믿음을 포기할 위기보다는 차라리 이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오히려 그 믿음이 보석처럼 빛날 기회이다.

 오해로 또는 교회와 교인의 잘못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완벽한 교회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교회도 불완전했다. 3년간이나 특별훈련을 받은 제자가 스승을 팔아먹은 후에 자살하고 다른 제자들은 스승을 부인하고, 또한 저주하며 모두 도망갔었다. 교회는 인격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불완전하고 부족하다. 완벽한 것은 성경이고, 주님이며, 천국일 뿐이다. 그러나 교회는 구원받기에는 완벽하다.  

 속담에 '양반은 물에 빠져 죽어도 개헤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는가'라고 생각하여 그 속담은 과장일 것이라며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인생을 살면서 나 자신이 '물에 빠져 죽어도 개헤엄을 치지 않는' 체면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혹 우리 대부분이 양반의 체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도인들은 양반체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양반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옥을 택하고 만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교회에 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여인은 양반체질을 버렸기에 오히려 믿음을 빛내는 기회로 삼았으며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야이로 회당장은 주님의 늦장으로 딸이 죽었으나 여전히 주님을 믿고 주님께 맡김으로 딸을 살렸다. 설령 교회와 교인에게 문제가 있어 상처를 받아도 이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천국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절대로 지옥은 갈만한 곳이 못된다. 교회에 사랑이 없고 교회가 푸대접을 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응답이 느리거나 없어도 천국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더욱 큰 은혜를 사모해야 한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딸을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은 믿음을 더욱 닦을 수 있고 더 큰 은혜와 또 다른 응답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다.

 사르밧 과부는 마지막 양식을 달라는 엘리야의 몰인정을 통해서 오히려 큰 은혜를 받았다. 그리고 애굽의 노예로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간섭으로 더 큰 고통을 받았으나 그로써 제사장의 나라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자유를 찾았다.

 일사병에 걸리만큼 여름의 태양이 뜨거우면 그것은 일사병에 걸릴 위기가 아니라 모든 식물들이 가을에 풍성히 결실할 기회이다. 운동선수는 혹독한 훈련 후에 영광이 있으며, 군인은 처절한 훈련이 전장에서 생명을 얻게 한다. 기도응답이 늦어지고 거부되어도, 교회와 교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사기를 당하면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믿음을 보석처럼 빛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상하게도 속히 응답을 받을 경우에는 감사가 적기도하며 또한 믿음을 저버릴 수 있지만 오히려 하염없는 기다림의 기도 끝에 응답을 받을 때 믿음이 더욱 건실하다(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