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이번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유난히도 자살골이 많다. 자살골이란 자신의 골문을 향해 공을 넣은 것으로 그 결과는 간단치 않다. 똑 같이 골문에 공을 넣는 것이지만 공의 방향에 따라 승리의 골과 자살골로 구분된다. 아무리 멋있게 골을 넣었다 하더라도 자기편의 골문을 향하여 공을 넣으면 자신과 팀을 망치는 자살골이다. 그리고 비록 볼품없게 공을 넣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골문을 향하여 공을 넣으면 승리골이다. 믿음도 방향에 따라 자살골과 승리골이 있다.

 가룟 유다는 자신을 망친 자살골을,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자신과 교회를 망친 자살골을 넣었다. 우리는 이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인격장애가 있는 별난 사람들의 이례적인 사건으로 안심한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설령 좋은 인격의 사람이라도 믿음의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일어날 수 있는 우리들 주변의 사건들이다. 한편 아벨은 비록 볼품은 없지만 승리의 골을 넣었다. 우리들은 아벨의 제사는 부각시키지만 그의 비극적인 죽음은 당혹스러워 하며 자세히 살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의 방향을 살피면 피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도 우리들 주변에는 위의 세 경우와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

 성경은 가인과 아벨의 제사를 보여 주면서 가인이 드렸던 종류의 예배를 경계하고 아벨과 같은 믿음의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치며 아벨을 높이고 가인을 혐오하고 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것은 그후에 아벨은 훌륭한 제사를 드렸음에도 인생이 화려해질 기회도 없이 비명횡사했다.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제사를 드린 아벨이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자손도 없이 불행하게 객사했다. 반면에 불성실한 제사를 드린 가인은 자손을 번창시키며 살았다.

더욱이 가인은 하나님께 보호받는 표까지 받았다. 우리들의 기대와 정서대로라면 아벨은 마땅히 믿음의 제사를 드린 대가로 눈동자같이 보호를 받고 가인에게 승리하며 자손을 번창시키고 무병장수하다가 가족들에게 복을 빌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편안하게 조용히 잠을 자듯이 숨을 거두었어야 하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보기 좋지 않은 상태로 가족이 죽음을 당하면 믿음의 가족들은 당황하고 주위의 사람들은 구원까지 의심한다. 그리고 교회측에서도 부끄럽게 여긴다.

그러나 삶의 모양과 길이와 임종의 상태가 구원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화려하게 살고 장수한 후에 보기 좋게 임종하면 구원받은 것이요, 볼품없이 짧게 살다가 민망하게 임종하면 구원받지 못한 것이 아니다. 상대의 골문을 향해 공을 넣으면 구차한 골이라 할지라도 승리의 골이며, 멋있게 공을 넣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골문을 향하여 넣으면 자살골이듯이, 오직 천국을 향하여 임종하면 비록 나사로와 같이 비루하게 살다가 구차하게 죽거나 아벨같이 돌에 맞아 죽을지라도 영생을 얻는 승리의 임종이다.

반면에 화려하게 살고 장수하며 많은 유산을 남기고 가족들 앞에서 편안하게 숨을 거둘지라도 어떤 부자처럼 지옥을 향하여 임종하면 그것은 멸망과 징벌의 임종이다. 따라서 비록 아벨이 짧게 살고 비명횡사했더라도 그가 하나님과, 천국을 향하여 죽었다면 그것은 승리의 죽음이다. 주님께서 그러하셨으며, 스데반 집사께서 그러하셨고, 순교자들이 그러하셨다. 이분들의 인생과 임종은 험악했지만 하나님을 향했기에 그분들의 임종은 승리의 골이었다.

 이와 같이 죽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방향이다. 하나님과 천국을 향한 죽음은 어떠한 삶을 살고 어떠한 모양의 임종일지라도 구원을 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보기 좋은 임종일지라도 하나님을 향하여 죽지 않으면 구원이 없다.

 그리고 믿음의 모든 행위도 방향이 가치를 결정한다. 어떠한 보기 좋은 충성과 헌신일지라도 그것의 방향이 하나님이 아니면 자살골이 된다.

 초대교회에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 교인이 있었다. 그들 교인 부부는 헌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합의하여 소유를 팔아 돈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적지 않은 헌금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며 믿음이다. 그런데 헌금을 한 귀한 일이 문제가 되어 책망을 받고 갑자기 죽어버렸다.

 성경은 우리 소유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소유의 전부를 교회에 받치라고 종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믿음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들은 전부를 헌금하는 것처럼 하기 위해 판 값의 일부분을 감추고 속여서 헌금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보다 더 적은 액수의 헌금을 해도 귀한 믿음이건만 왜 속여야만 했을까?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누구나 늘 저지르는 거짓말이라는 작을지도 모르는 죄를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에게는 크게 물으셨을까? 이 사건의 핵심 역시 방향에 있다. 이들 부부의 믿음은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있었다.

 당시의 성령 충만했던 교회는 성도들이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하는 이가 없었으며, 밭과 집이 있는 성도들은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었고 사도들은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었다.

더욱이 존경받는 바나바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이것을 명예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속임수헌금을 하게 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땅을 팔았을 때 어느 정도 돈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 부부가 감춘 돈은 일부분이며 대부분은 헌금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그렇게 많은 헌금을 했지만 하나님을 향하여 받치지 않고 명예를 목적으로 자신들을 향해 받쳤기 때문에 자살골이 된 것이다. 만약 그보다 더 적게 받쳤다 해도 하나님을 향하여 받쳤더라면 승리의 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들 부부의 자살골에 대해서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신 것은 아닐까? 책망하고 주의를 주며 깨닫게 하는 것으로 수습할 수는 없었을까?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 사건 이후 초대교회의 그 유무상통의 질서가 등장하지 않는다. 혹 이것은 이들 부부의 나쁜 영향이 아닌가 싶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헌금이라는 골을 멋있게 넣었지만 자신을 향하여 했기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교회를 무너뜨리는 자살골이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조금도 지체하실 수 없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의 가차없는 죽음은 믿음의 자살골이 교회에 미치는 피해와 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것을 급박하고 심각한 위기로 판정하시고 대처하셨다. 자신을 향한 믿음의 열심은 위험하다.

 간혹 헌금의 믿음과 생활의 믿음이 일치하지 않는 교인이 있다. 깜짝 놀랄 만한 헌금을 할 때는 훌륭한 믿음으로 보였는데, 그러나 인격과 삶은 성경적이지 못한다. 그것은 애당초 헌금의 방향이 돈과 자신을 향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액수로 돌려 받기 위해서 투자한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믿음이 아닌 길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헌금했던 과감성만큼이나 믿음에서 좌로나 우로 치우치며 혹은 반대의 길로 가기도 한다.

 가룟 유다가 스승을 팔았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배반하여 돈 몇 푼을 받고 팔았다. 그래서 가룟 유다는 나쁜 이름의 대명사가 되었다. 성경도 모르고 믿음도 없는 사람들도 가룟 유다란 이름을 가장 불결한 이름으로 알고 있으며,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가룟 유다는 왜 그랬을까? 인격적인 결함 때문인가? 원래가 못돼먹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만약 가룟 유다의 인격이 잘못돼서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가룟 유다의 사건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그를 비난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들 가운데는 그 정도의 인격적인 결함이 있는 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성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만약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가룟 유다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알아내야만 한다. 우리도 같은 형편에 놓이면 예수님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에 오물이 묻으면 냄새를 피우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절대적으로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가룟 유다와 같은 믿음의 오물이 묻으면 누구나 가룟 유다 같은 자살골을 넣게 된다.

 가룟 유다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왜 그는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주님께서 "네가 나를 팔리라"고 말씀하셨건만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을까? 무엇이 가룟 유다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누구나가 그렇듯이 처음에는 자신이 정한 목적을 위해 주님을 따른다. 그리고 주님을 내 목표를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그러나 믿음을 배우고 은혜를 받으면 목표와 방향을 주님께로 돌려 주님의 목적을 위해 나를 도구로 드린다. 그러나 가룟 유다는 3년 동안이나 주님과 동행했지만 자신의 목적과 방향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주님을 통해서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에 주님을 판 것이었다. 주님을 따르는 열정과 믿음의 방향이 자신을 향했기에 그의 믿음은 자살골이 되고 말았다.

 교회 일에 충성을 하다보면 일 자체가 우상이 되기도 하며, 자신의 명예가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충성하는 이들은 충성의 방향을 주님께로만 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충성할수록 그 충성은 자신과 교회를 망치는 자살골이 될 수 있다. 목사가 아무리 훌륭한 목회를 해도 자신을 향해서 한다면 자살골이 된다. 그러나 비록 볼품없는 목회일지라도 하나님을 향해서 한다면 승리의 골이다.

그리고 교회의 직분에 아무런 관심도 흥미도 없는 믿음도 잘못된 믿음이지만, 교회의 직분을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신을 향하여 욕심낸다면 그것은 교회와 자신을 망치는 자살골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묘비에 쓰여질 명칭을 위해서 교회의 직분을 열망한다. 이러한 이들이 직분의 명칭을 얻는다면 그것은 자신을 향한 명칭이다.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명예보다 하나님께 불려지고 인정받기 위한 직분을 맡아야 한다.

 장로라는 직분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아무개 장로 같은 믿음을 부러워해야 한다. 권사의 직분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아무개 권사와 같은 사랑을 부러워해야 한다. 집사의 직분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아무개 집사 같은 봉사를 부러워해야 한다. 직분의 명칭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 믿음들을 부러워해야 한다.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직분과 충성은 자살골이다. 목회자가 멋진 설교를 하고, 인생을 희생하여 목회를 해도 자신의 성취욕과 명성을 위해서 한다면 그는 아나니아이며 삽비라다. 장로도 안수집사도 권사도 서리집사도 어떤 봉사와 충성도 그렇다.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방향은 능력을 낳는다. 출애굽때 홍해바다가 갈라진 것은 방향 때문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행진하는 방향이 하나님과의 반대방향인 애굽을 향했다면 홍해바다가 갈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방향으로 나아갔기에 홍해가 갈라진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 길목의 반석에서 샘물이 나며, 만나를 얻을 수가 있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 감옥에 갇혔다. 그런데 하나님의 방향으로 가는 길에 들어간 감옥이기에 오히려 승리했다. 빌립보 감옥에 갇힘으로 유럽전도의 전진기지를 구축할 수 있었으며, 기쁨의 성경인 빌립보서가 탄생한 동기가 되었다. 자신을 향한 믿음은 자살골이지만, 하나님을 향한 방향은 승리이며 능력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