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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폐교 문제
1999년 07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조덕영 목사/ 참기쁜교회, 한국 창조과학회 전 대표 간사

 지금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시골로 이사를 갔었다. 아이는 물론 당연히 반대했었다. 시골의 분위기를 알아서 반대했다기보다 사귀던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등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시골로 간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전교생이 채 20명이 안 되는 분교에 너무 쉽게 적응하였다. 처음에는 거미줄도 싫어서 시골 가기 싫다는 아이가 집안을 들락거리는 생쥐를 보고도 귀뚜라미 같다고 좋아할 정도였다.

 최근 교육부는 장관이 바뀌면서 또다시 농어촌 학교의 폐교에 박차를 가하는 듯하다. 2002년까지 학생 수 100명 이하의 학교는 1개 면 1개 교 원칙으로 통폐합하게 된다. 그럴 경우 전국 농어촌에 있는 학교의 25%에 해당하는 2926개의 초?중교는 폐교되는 것이다. 금년 안에만 1136개 교가 폐교될 예정이다. 장관이 바뀌면서 새로운 기대가 있었으나 예정대로 진행되는 듯하다.

그 이유는 정보과학화 시대에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데 있다고 한다. 교육의 과학화가 진행되면서 학문에 있어 교육과학이라는 말이 도입된 지는 이미 오래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리들의 교육과학은 과연 어떤 논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농어촌 학교에 자녀들을 보냈던 학부모와 목회자의 입장에서 글쓴이는 폐교에 대해 크게 탄식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려 한다.

교육의 질 문제로 통폐합한다는 견해
먼저 도대체 교육부 관리들이 말하는 교육의 질이 무엇인지 묻고싶다. 교육부 관리들이 시골 교육의 질을 문제삼는 이유가 시골 교육은 선생님의 질도 떨어지고 교육환경도 불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라면 정말 그분들 생각과 사고의 심각한 동맥경화증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교육이 바람직할까? 가출과 원조교재와 획일화와 극단적 이기주의의 심화와 점수의 노예(요즘 학생들은 수행평가라는 무거운 짐이 또 늘어났다)와 교사의 체벌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아이들을 육성한 도시 교육이 교육의 질이란 말인가!

최소한 시골학교에서는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하나되어 친구, 언니, 동생, 오빠 하면서 어울리며 가장 한국적인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시골의 교육환경이다. 설령 2부, 3부제 수업이면 어떤가! 2, 3부제 수업이 아이들에게 사회성과 교육의 질에 있어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교육부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서 더 많은 사회성을 배우는 측면도 있다. 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될 것 아닌가. 그것이 폐교할만한 심각한 이유가 된단 말인가? 

 혹 정보과학화를 위해서라면 시골서도 그런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 시골이라 정보화가 곤란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아이들에게 더욱 투자하여 이런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최소한 교육 관계자들이 외치는 사회성, 열린교육, 인간교육, 자연교육에 있어 시골은 오히려 도시보다 훨씬 비교 우위에 있다.

 그런 교육을 받았던 글쓴이의 딸아이는 시골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본인의 목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입성하였다. 시골이라 속셈학원 한 번 다녀보지 못했으나 지금까지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골이 현실적 경쟁 환경에 있어서도 결코 이들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음을 우리 자녀들이 증거하고 있다.

 무엇이 교육의 질인지 교육 관계자들에게 꼭 묻고싶다. 교육의 질이 필요하다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농어촌 학교에 열심히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인건비 절약 등 경제적 논리로 통폐합한다는 견해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교육에는 통계와 경제로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분이 너무 많다. 교육에는 경제적 논리로 따질 수 없는 정서(情緖)라는 마음의 두께가 있다. 정말 교육 예산 절감 때문이라면 필자는 통제와 행정을 위한 지시에 익숙한 비효율적 조직인 교육부 및 시도 교육위, 교육청의 관리 숫자를 대폭 구조 조정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러면 교육이 회생되고 예산 절감 효과가 동시에 살아날 것이다.

 통폐합이 교사 몇 사람 인건비와 운영비는 조금 절감할 지 모르나 새로운 부담이 생겨난다. 대당 수 천 만원에서 1억에 달하는 통학 버스가 필요하고, 운행비 인건비가 새로 지출된다! 필요치 않았던 버스의 운행은 국가적으로 보면 에너지와 환경의 낭비요소인 셈이다. 2천 개 학교를 폐교하면 2천 대 이상의 차 구입비와 인건비와 운영비가 추가로 지출된다. 엄청난 비용이다. 통폐합으로 인한 새로운 시설 투자비도 만만치 않다.

그런 낭비 요소 외에 보이지 않는 정서의 상처는 어떻게 매꿀 것인가!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새로운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혹 겨울에 대형 사고라도 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뿐이 아니다. 새벽이면 일어나 강을 넘고 산을 넘고 바다 건너 새로운 본교로 통학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들어보았는가! 통학으로 인해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여 왕복 5시간 넘는 아이들의 고통과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의 아픔을 교육부 관리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조퇴하고 싶어도 차 운행에 맞추어 기다려야 하는 아이! 몸이 아파도 차시간에 맞추어야 집에 갈 수 있는 아이의 고통을 생각해 보았는가!

심지어 주중에는 인근 섬에서 하숙하다 주말에나 집으로 돌아가는 섬 아이들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겠다. 부모가 보고싶은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의 그리움을 아는가! 그 아이들은 소수이니까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그리도 시급한 통폐합을 위한 거창한 철학이나 경제적 문제가 있단 말인가! 글쓴이가 살던 시골은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였는데 본교까지는 12킬로미터였다. 통학거리가 가장 먼 아이는 15킬로미터에 단하였다. 혹시 체력이 약하고 차멀미 배멀미하는 이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았는가! 목회로 인해 이사 나온 것이 멀미가 심하던 우리 둘째 아이를 위해서는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모르겠다.

 설령 경제영향평가라는 것이 있나해도(물론 그런 것은 없다.) 교육은 경제 논리만으로 다루는 곳이 아니다. 경제논리가 잘못하다가는 아이들의 정서를 죽이는 교육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지역 여건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지역 주민을 무시한 일방통행적 심사
학교는 100명 이하 무조건 폐교하는 등의 교육부식, 숫자 놀음으로 일방적으로 통폐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두밀리 분교폐교 문제와 경기 일원 여러 지역 주민의 통폐합 반대, 또한 경북지역의 반발, 경남 창녕군, 울산시, 충남 천안시, 예산군, 청양군 등 곳곳에서 폐교 반대 항의와 시위가 있었다. 전남지역에서는 통합에 반발하는 학교가 줄잡아 30개 안팎에 이른다. 이런 반발에 침묵하는 더 많은 반대 여론이 있다는 것을 교육 관계자들은 알아야 한다.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에 집착하는 교육은 아이들을 크게 망칠 수 있다.

농촌의 정신적 고향 학교 
우리 땅의 농어촌 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었다. 마을의 정신적, 문화적 고향이었다. 문화적 놀이터가 없는 시골에서 학교는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 시골 학교의 해제는 곧 농어촌 해체와 이농 현상을 부추겨 젊은이들을 더욱 시골서 몰아내고 귀농하려는 많은 새로운 농어촌 유입 인구까지도 차단할 것이다.

농촌교회와 농촌 학교들
한 때 어느 저명한 목회자가 시골교회는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으니 통폐합하여 면 단위당 한 개 정도씩 세우면 좋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가 농촌 목회자의 큰 원성을 산 적이 있다. 마치 교육부 관리와 똑 같은 발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농어촌 학교가 없다면 농어촌 교회는 살 수가 없다. 농어촌 학교의 씨가 마르면 농어촌 교회의 씨가 마르고 농어촌 교회의 씨가 마르면 하나님은 도시 교회의 씨를 거둘 것이다. 그 농어촌 학교가 죽어가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너무 잠잠하기만 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속이 타들어 간다. 농어촌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교회를 위해서도 살리고 적극 육성해나가야 할 대상이다. 학교 아이가 한 명밖에 없으면 어떠한가! 교육은 당연히 국가가 할 일이 아닌가! 119구조대가 경제의 논리로 출동한다면 존립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육은 그보다 더 소중한 미래의 일군을 키우는 곳이다.

 두밀리 자연학교(교장:채규철 박사)에 봉사를 다니면서 폐교의 문제로 언론에 등장했던 두밀리 분교를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온 주민이 반대를 해도 매정하게 폐교로 이끌어간 두밀리 분교의 폐허가 된 모습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교육 관계자들의 사고는 언제나 바뀔 것인가! 입학 시험은 어차피 합격 숫자가 고정된다. 누군가는 합격하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수 십 년을 시험 제도만을 이리저리 뜯어고쳐서 대학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교육부의 비교육적 발상이 참으로 충격이기까지 하다! 어차피 시험이라면 시험은 심플(단순)한 것이 부정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이상이 있을 수 없다.

입시제도를 현란하고 복잡하게 채색하여 해결하려는 이상한 발상이 수 십 년을 이어왔으니 폐교문제를 다루는 데도 오죽 하랴 싶다. 물리적 폭력만 폭력이 아니다 농촌의 모든 이들에게 더욱 상처를 주지 말라! 경제적 발상의 통폐합에 그렇게 능하다만 힘없는 농어촌 사람들을 표적 삼지 말고 서울 시내 모든 학교를 통합하여 각 교마다 교감만 남기고 교장 선생님쯤은 모두 정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차제에 교육부도 완전 정리하는 것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지금 농어촌 주민들의 심정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농어촌 교회와 학교는 동반하여 시들어가고 있다. 사실 농어촌 교회는 한국교회의 밀알이었다. 한국교회는 농어촌 교회에 크나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학교가 작다고 무조건 통폐합에 나서는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 비판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못자리 판이었던 농어촌 교회의 부활을 이루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여! 농어촌 교회와 농어촌 학교들의 부활을 위해 기도하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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