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칼빈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를 따라 네 종류의 사람으로 나눈다.

1) 불신자,
2) 입으로 하나님을 고백하면서 불결한 생활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이름만의 신자,
3) 자신의 악을 거짓된 외식으로 감추는 위선자,
4) 중생하여 성화에 진정한 관심을 갖는 신자들이다(3, 14, 1)

우리가 원하는 부류는 네번째이다. 그만이 참된 신자요. 구원에 참여한 하나님의 백성이다. 그는 이 세상 사람들처럼 그들과 휩쓸려 더러운 삶을 살지 않고 거룩한 생활을 하며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있을 것이다. 그 거룩한 삶의 근본은 바로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삶의 힘을 얻는 것이다.

어떤 불신자는 외형상으로 보아 신자들보다 더 선하게 살기도 한다. 불신자들도 덕을 행할 수 있다. 그것들은 누가 보아도 훌륭하다. 믿음에서 온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므로 우리는 찬양한다(3, 14, 2).

선함 말고도 용기와 정의감과 사랑과 인내가 세상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덕을 외형상 신자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신자들보다 하나님 앞에서도 의롭고 선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것들은 진정한 덕의 그림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삶의 올바른 목적이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절대로 진정한 덕이 없다. 선한 일은 행위보다 의도에 의해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덕은 사회의 질서나 유지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세상의 수준으로는 이러한 덕이 반드시 칭찬을 받고 추구되어야 한다. 비록 인간적인 수준이라도 의와 불의가 혼동되면 세상의 질서는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믿음이 없이는 참된 덕이 있을 수 없으며 그리스도가 없이는 참된 거룩함도 없다.

여기 두번째와 세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영에 의해서 중생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더러운 양심이 증명한다. 중생이 없는 것은 믿음도 없음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기는커녕 여전히 죄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하나님과 화목 되지 못했으니 심판과 형벌밖에 기다릴 것이 없다. 모든 불신앙인들은 마음속에 불결이 가득 있어도 착한 행동을 하면 하나님이 자기를 받아 줄 것이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행위와 생각은 하나님을 더욱 노엽게 만들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방법을
완전히 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선자들은 심지어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무슨 죄든지 용서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죄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교회의 지도자들 중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자기의 죄에 대한 통렬한 뉘우침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그저 같은 죄를 반복하면서 하나님의 자비가 모든 것을 용서하시리라고 말한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이 없다. 그리고 그 마음속의 불결한 양심은 언제나 자신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해 준다. 하나님의 증오는 이런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인간이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완전히 버리고 하나님의 선하심만을 믿고 의지할 때, 은혜는 인간에게 주어진다. 인간은 자기를 비워야 하늘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본래 없는 의와 공로를 비우는 것이 아니다. 자랑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자신의 의를 버리는 것이다. 자기에게 만족하면 할수록 그만큼 은혜는 막힌다(3, 12, 8).

무가치한 인간의 의를 비워야 한다. 주께서는 의인을 부르지 않고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고 한다. 만일 죄인만을 받아 준다면 무엇 때문에 있지도 않은 의를 있는 거처럼 가장하면서 거짓 의인이 되어 쫓겨나겠는가?(3, 14, 5). 믿음은 우리에게 없는 것을
그리스도에게서 받게 하는 도구이다(3, 13, 5).

칭의의 교리는 우리로 하여금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게 한다. 우리 속에 의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하나님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도록 하셨다. 인간은 모든 자기 찬양을 버려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자랑하면 하나님께 반역하는 것이다.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고자 하면서 제 자랑을 한다면 그 영광을 강탈하겠다는 철면피가 된다. 믿음으로만 의롭게 된다는 말은 우리의 의로운 행위와 능력은 여호와에게만 있다는 분명한 고백이다. 의와 능력에 대한 찬양은 전적으로 주의 것이다. 우리는 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자랑하지 않는 것을 삶의 근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