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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과 절망 그리고 증오, 이젠 끝내자"
루벤스 <창>
2005년 10월 20일 (목) 00:00:00 최민준 wjjo1004@yahoo.co.kr

희생양 되신 주님이 마지막 주신 메시지

   
▲ 루벤스 <창>(1618~1620, 코닝클라크 미술관, 벨기에)
평면의 화면 속에서 이토록 인간 군상들이 꿈틀거리며 거친 숨을 내뿜는 그림은 루벤스(Sir Peter Paul Rubens, 1577~1640, 벨기에 프랑드르)말고는 그렇게 표현할 화가가 많지 않다. 루벤스의 그림은 인간이 얼마나 삶이라는 굴레 속에서 절박하게 싸워야 하는가를 그의 붓터치를 따라 극명하게 표현하였다. 헬레니즘의 기법보다도 한층 더 부풀린 근육과 몸의 역동성은 삶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터인가를 표출하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극적인 인물들의 묘사이다. 한 눈에도 알아 볼수 있는 십자가에 달려 최후를 맞는 예수님과 두 강도이며, 그들을 죽이기 위하여 눈에 핏발을 세우며 아귀같이 달려드는 로마 병사와 슬프다 못해 몸을 뒤틀고 있는 여인들의 비명과 고통은 화면 밖으로 들려오는 듯 하다.
<창(The Lance)>(1618~1620, 코닝클라크 미술관, 안트베르펜,벨기에)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 그림은 이미 죽은 몸을 확인하기 위하여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옆구리를 찔러 확인하는 장면인데, 찌르기전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다 이루었다” 였다.
이 뜻이 무엇일까? 신학적으로는 예수님의 사명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겠지만, 루벤스의 해석으로는 창에 찔림으로 말미암아 모든 뒤틀림, 싸움, 미움, 욕함, 고함, 증오, 비난 등에 일순간에 멎어버리는 고요의 순간이며, 평화의 순간이다. 그것은 마치 “이제는 끝내자” 라는 예수님의 강한 메시지가 들리는 듯 하다.

지금도 세상은 온갖 싸움과 미움으로 뒤틀려 있다. 서로 적을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언제나 힘센 로마 병정의 자리에 앉기 위하여 힘겨루기를 한다. 그 사이에 힘없는 평민들은 말릴 힘도 없어 슬퍼하고 통곡할 뿐이다. 그 가운데 두 강도 사이 십자가에 못박혀 달려 고통 당하시던 예수님은 한 강도에게 낙원을 선사하시고, 끝까지 증오의 늪에서 허덕거리는 또 한 명의 강도에게도 평화를 선사하셨다. 또한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와 그 외의 힘없는 여인들에게도 위로하시고, 십자가까지도 올라오지 못하고 멀리서 보고 있는 겁많은 평민들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신다.

오늘도 '창'을 들고 위협하는 가장 큰 폭력 앞에서 자신의 몸으로 그 창을 받아 희생 당하신 그 분의 사랑이 그 평화를 만들어 내실 것이다.

이제 화면 속에서 꿈틀거리고, 뒤틀리고, 고함지르고, 찌르고, 통곡하고, 슬퍼하고 절망하던 모든 것은 신비한 고요 속으로 다 멈추어 질 것이다. 이미 그림 속에서 창으로 찔리는 예수님의 그 거룩한 몸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는듯 하다. “이제는 다 끝내자!”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사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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