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세상 사람들이 의롭다고 할 때는
외면적인 의미로 말한다.
죽을 인간들이 제정한 법은
사회질서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범행하지 않으면 의롭다고 본다.
그러나 하나님은 외모를 따라 평가하지 않고
중심을 보신다.
비록 겉으로는 이성 앞에서 점잖고
원수 앞에서 친한 척해도
하나님이 마음을 들여다볼 때
음란하거나 미워하기 때문에
의롭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근본부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예배하고 기도하고 금식해도
그러한 행위를 싫어하면서 하고 있다면
마음을 대하는 하나님은
그것을 역겨워하신다.

그러므로 율법은 외면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이고 영적이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에 주어진 명령이다.
사람들이 율법을 지겨워하면서
겉모양은 그것에 순종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하기 말라"는 명령을 듣고
겉모양으로 완전하게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죽이고 싶어하고
정욕을 감추고
남의 물건을 탐낸다.
율법은 영혼과 마음과 의지의 복종을 요구한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천사의 순결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율법으로
그리고 우리의 의로
하나님 앞에 감히 설 수 있겠는가!

율법의 세 번째 가장 중요한 용도는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설명하는 것이다.
신자들의 마음속에는
내면적인 율법이 있다.
이것은 돌판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마음판에 쓰여진 것이다.
즉 무서움과 억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지키는 율법이란 말이다.
신자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알기 위해
율법을 명상한다.
이런 면에서 율법은
마치 게으른 나귀를 가게 하는 채찍과 같다.
비록 그리스도의 영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육의 짐을 지고 있는 동안에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한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7,12).

복음적인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율법을 벗어 던지고
함부로 헤맨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스도에게 접붙혀져서
그리스도가 그러했던 것처럼
율법이 마음에 새겨진다는 뜻이다.
복음을 깨닫는 신자들은
자신 속에 있는 그리스도의 모든 권세를 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진다(고전 2:16).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이 사랑으로 인해
권능을 행하고 자신을 희생한 것을 안다.
그 그리스도와 그 권능이
그에게 접붙혀진 우리에게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율법도
그리스도처럼 우리 마음에 새겨졌다.

무엇보다도 십계명의 첫째 것은
모든 율법의 기초가 된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하지 말지니라"의 목적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준이 틀리므로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먼저 하나님의 위대함에
머리 숙여 경배를 드려야 한다.
또한 그를 굳게 믿고 신뢰해야 한다.
그에게만 우리의 행복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그에게만 모든 것을 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주신 모든 선한 것을
감사하고 찬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바른 질서를 잡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믿으면 율법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경솔하게 율법의 두 판을 집어던지며
구약을 버린다.
율법은 오로지
불신자나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나 해당될 뿐이지
신자들은 그것을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완전히 육체를 벗고
천국에 도달할 것으로 착각한다.
율법에 의의 완전한 모범이 표현되어 있지 않은가?
거기에는 책망만 하고 경고하고 저주만 하던가?
아니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일도 한다.
율법은 신자들에게 완전한 길을 보여준다(2,7,13).

그리스도가
율법이 요구하는 것을 완성한 이후로도
그것은 여전히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는 도구로 존재한다.
율법이 하는 일 중에
신자들에게 폐해진 것은
정죄하는 기능이다.
즉 죄 지은 이의 찌르고 저주하는 일이
중단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불신자나
자기의 힘으로 신자 노릇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정죄가 주어진다.
하지만 신자에게 율법은
하나님의 완전한 뜻을 보여주는 모범이다.
신자들이 행할 의가
율법과 내용이 다른 것이 아니다.
의의 생활을 지도하는 영원불변의 표준은
여전히 율법 하나뿐이고
그것은 여전히 경외의 대상이다.
그것의 완전성은
우리가 평생토록 추구할 목표를 보여준다(2,7,12～15).

그러므로 율법 전체의 목적을 요약해 본다면
하나님의 거룩을 본받아
의를 실현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율법에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져 있으므로
그것을 실천하는 이는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율법은
신자가 성결한 삶으로 하나님과 연결되어
하나님에게 밀착되어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십계명의 순서이다.
바울은
"율법의 목적은
순결한 양심과
거짓이 없는 믿음으로 나는 사랑이다"고 하였다.
양심과 진실한 믿음을 사랑 앞에 놓은 것은
진정한 경건과 믿음에서
사랑이 나온다는 의미이다(2,8,51).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