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하나님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제사를 명하신 목적은
그들이 예배의식이나 훌륭히 지켜
외형적으로 완전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의 마음이 한 차원 높아져
그 그림자를 만든 본체
곧 영적인 실체를 보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동물의 악취 나는 기름을 드리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본심이 아니었다.
만약 율법에서 요구하는 형식을
율법의 목적과 분리해서 본다면
절대 바른 이해가 될 수 없다.
율법의 예배는 그 자체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예배를 상징하는 손가락일 뿐이었다.
하나님은 본성이 영이므로
영적인 예배만이 그를 기쁘시게 한다(2,7,1).

영적 예배는
율법의 마침이 되시는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율법의 글자는 죽이고
영은 살린다(고후 3:6).
그리스도의 영은
우리를 살려 자유케 한다(고후 3:17)
율법의 마침이란
그리스도가 중생의 영을 통해
자기의 의를 우리에게 주셔야만
그것을 잘 지킨 것이 된다는 말이다.
계명을 배워봐야
인간은 자신이 그것을 행할 수 없음만을 깨닫는다.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로
율법의 참된 의미를 알 때만 가능하다.
그리하여 인간은 겸손해져서
그리스도의 도움을 찾게 된다(2,7,2).
인간은 율법을 완성하지 못해도
그의 완전 덕분에 제사장과 왕의 영예를 얻고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게 된다.

율법에는 약속이 있다.
영생과 거기 딸린 하늘과
땅의 모든 축복이다.
그러나 율법의 수행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 있으므로
약속은 그림의 떡이다.
약속의 내용이 너무 좋으므로 슬프고,
그것을 얻지 못하면 멸망하므로 더욱 슬프다.
그리고 받을 저주와 형벌이 무섭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믿으면
율법을 완전히 수행한 그의 공로가
우리에게 전가된다.
그리고 현재의 불완전한 복종도
보충해서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
약속들이 우리에게 효력을 발하도록 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록 염치는 없지만
축복 받을 조건에 합당하다(2,7,3).

율법은 첫째,
하나님 수준의 의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불의를 책망하고 정죄한다.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 버렸기에
인간은 자신을 선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자신이 악하다고 보는가?
세상의 가장 극악무도한 인간도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율법을 바로 보고
그 밝은 빛에  자신을 비추기만 하면
자신의 참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컴컴한 세상에서는
자신을 깨끗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태양 앞에서 벌거벗고 서서
때묻고 추잡한 모습을 보고서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율법은 우리의 악함과 치사함과 무능함을
밝히 보여준다(2,7,6).

그러므로 율법은 거울과 같다.
그를 통해 선에 대한 우리의 전적 무능,
그로부터 오는 죄악,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저주를 본다.
죄의 대가는 저주이다.
이것은 중생하지 못한 인간들에게 해당된다.
그리고 중생한 사람일지라도 율법 아래 있으면
언제나 양심의 가책으로
이러한 형벌을 피할 수 없다.
율법은 하나님의 의를 분명히 드러내 주면서
동시에 우리의 죄악됨을 폭로한다.
또한 의를 행하면 생명과 축복이 주어진다고
율법이 다짐을 하지만
해당되는 인간이 없기에
그 반대의 경우만 더 분명해진다.
즉 그대로 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가 주어진다는 것이다(2,7,7).

율법의 둘째 기능은
공포심을 통해서
일부 사람들의 악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 역시 중생하지 못한 인간들에게 해당된다.
이들은 위협하고 강압하지 않으면
바른 일에 관심이 없다.
공포심이나 수치심 때문에
악을 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때때로 꿈 속에서
그 부끄러운 일들을 행한다.
이들이 억제할수록 정욕은 무섭게 타오른다.
이들이 율법을 들을 때
즉시 반발한다.

그러나 주위의 눈이 있거나 천벌이 무서워서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복종하거나
적어도 악을 덜 행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모세의 율법이 아니라도
어느 사회에서나 양심의 율법이 있으므로
이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2,7,10).

첫째 용도는
인간의 교만을 꺾고 겸손하게 만든다.
모두 다 자신을 의롭다고 믿기 때문에
율법의 고발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정욕에 날뛰는 인간에게
굴레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세상은 지옥으로 변하고 말리라.
하나님의 영이 지배하지 않는 사람은
그를 멸시하고 대항하기 때문에
그는 인간에게 공포심을 주어
악행을 면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무능과 죄로 상한 심령으로 고민하다가
하나님의 자비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용서와 의를 찾게 만든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양심에 화인을 맞아
뻔뻔하게 수치심이나 공포심을 외면한다.
이들이 당할 형벌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이 될 것인가!(2,7,11).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