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죄로 인해서 오염되고 부패한 인간은
하나님의 모든 은사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생명의 자리에서
죽음의 자리로 전락하였다(2,6,1).
거기다가 하늘까지 닿은 교만은
인간을 사로잡아 자신의 정욕만을 따라서
정신없이 헤매게 만들었다.
하나님이 만물을 통해서 자신을 계시해 주셨건만
인간은 전혀 볼 수 있는 마음이 되어 있지 않았다.

세상살이에서,
인간의 관계에서,
역사에서
언제나 너무 분명하게 움직이는
하나님의 손을 볼 수 있는 눈은
더 이상 인간에게 없었다.
인간이 무엇을 하고 어디로 눈을 돌리든
보이는 것은 수고와 슬픔과 무의미요,
저주뿐이었다.

무수한 기적이 가득 들어찬 이 우주는
우리를 위한 극장이요
하나님의 지혜였다.
그 질서와 권능의 찬란함을 잘 보면
하나님을 아는 지혜를 얻는 것이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인간 자신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게 되고 말았다.
이제는 도리어 하나님의 지혜와는 반대로
우리의 죄악을 보고
그로부터 나오는 저주에 압도되어
절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얼마나 자주 좌절하고 죽고 싶었던가.
이제는 자연까지도
인간과 같은 저주 속에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욱 악해져서
하나님의 영광을 자기 것으로 하려고
날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지혜로 하나님을 알 수 없기에
하나님은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로 하셨다.
웅대한 피조 세계의 극장에서도
하나님을 볼 수 없는 인간들에게
새로운 지혜를 보내 주신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지혜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펼쳐졌다.

이 지혜는
교만한 인간이 얼핏보기에는
너무 유치하여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불신자들은 그것을 미련하게 본다.
그러나 누구든지 믿기만 하면 주어지는 이 지혜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게 만들어
그 사람을 저주에서 해방시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신을 창조하신 분에게 돌아가서
그의 자녀가 되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방법대로 그의 지혜를 받아야 한다.
즉 십자가의 도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영생은 아버지를 유일하신 참 하나님으로 알며
그의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라고 한 말씀은
모든 시대에 해당되는 진리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
즉 창조주를 알고 구세주를 아는 지식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과 능력을 준다.
모든 세상이 생명으로부터 떨어져 나갔으므로
다시 그 생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그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으로 돌아가려 해도
우리의 힘으로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도움은 하나님으로부터 와야 한다.
하나님은 너무 높고 거룩하여
땅에서 냄새나는 구더기 같은 우리로서는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세주가 중보자로 내려오신 것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와 만나신다.
그리스도가 그것을 알게 하시는 지혜가 되신다.
만약 그리스도의 도움이 없다면
하나님의 지식은 모두 다 왜곡되어
여러 종교들이 범하는 미신에 빠지고 말 것이다(2,6,4).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지혜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