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영적 통찰력의 세 가지 요소는
1) 하나님을 알고,
2) 우리에게 대한 아버지로서의 선대하심 곧 구원을 알며,
3) 하나님의 법을 기준으로
우리 생활을 정돈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2, 3, 18).
이 세 가지는 동시에 모두 다 요구된다.
이러한 통찰력은
육에 속한 인간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습게 보인다.

"이런 일은 영적으로라야 분변"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영이 비추지 않으면
신비는 오히려 유치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사람의 지혜가 휘장이 되어 하나님을 가리기 때문이다(2, 3, 20).
그러기에 다윗은 언제나
"주의 법의 기이한 것을 보게"
자신의 눈을 열어 주시기를 기도하며
이미 받은 지식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매순간 계속적인 성령의 인도를 구했다(2, 3, 25).

참으로 하나님의 도움 없이
인간은 하나님을 볼 수 없다.
성령의 도움 없이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암흑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을 볼 때
그 자체의 모양만 보일 뿐이지
그들이 가리키는 진리
곧 하나님의 모습은 인간의 눈으로부터 차단되고 만다.
하나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 자신을 보아도
그저 인간의 모습만 보일 뿐이요,
설교를 들어도 인간의 음성만 들릴 뿐이다.
하나님을 볼 수도, 알 수도 없는데
찾아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
성령의 조명 없이
인간의 마음은 어떠한 선한 의지도 가질 수 없다.

혹시 믿지 않는 인간이
인간 수준에서 선한 의지를 가진다면
그것 조차도 하나님이 주신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인류의 유익을 위해서
지도자들에게 영웅적 기상을 주신다.
또 각 분야의 사람들에게
각각 훌륭한 성품도 주신다.

이것은 세상의 질서를 위해서
하늘 덕의 그림자로 주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렇나 덕성도
자신의 교만과 악으로 오염되어
하나님의 은혜를 잃게 만든다.
그래서 세상의 미덕들은
사실상 무가치한 것으로 돌아가고 만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마음이 없을 때
모든 덕은 이미 오염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과 인간의 공로에 대한 관계에서
칼빈은 어거스틴을 따른다.
즉 "하나님은
우리의 공로에 대해 상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은사에 대해 상을 주신다."
"우리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며,
상이 있을 때는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주신 은사 때문이다."
그리고 은총이 공로에서 생기지 않고
은총에서 공로가 생긴다고 한 말들이다(2, 5, 2).
하나님이 만족할 만한 공로는
인간에게는 없고
오로지 하나님 자신으로부터만 나온다.

죄인이 의인의 행동을 한다고
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한 행동이 선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힘쓰고 애쓰면 능력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려는 노력이
하나님의 은총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즉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자만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게 된다.
능력 받은 사람만이 힘쓰고 애쓸 수 있다.
선인만이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의인이 의로운 삶을 산다.
하나님의 은총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우리의 것이 된다.

하나님의 교훈들이
우리의 능력에 맞도록 주어졌는가?
완전한 의미에서 본다면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그것들을 도저히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해 주를 섬기라"는 명령을
완벽하게 하나님 수준에서 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억지로 그렇게 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힘만으로 마음과 뜻까지도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하나님이 하게 하셔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며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한 소원이 간절할수록
우리는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2, 5, 10).

은총은
우리에게 어떤 자격이 있어서 주어지지 않는다.
선행하거나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려고 애쓰거나
기도와 금식 등의 종교행위를 하는 것 등으로
은총을 살 수 없다.
죄인이 값을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은총이 고귀하고 순결하다.
그러므로 단지 하나님의 사랑으로
거저 주어진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하신 일을 통해서
은총을 내려 주셨음은 성경에 기록되었다.
이것은 성령의 감동을 통해서
우리 마음에 들려진다.
이제 이 사실을 믿기만 하면
이 완전한 보배는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느낌이 아니라
믿음으로 알 수 있다.

이제 하나님의 신실하신 말씀을 믿어
자신이 아무 자격도 없지만
은총을 받은 것을 아는 자만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 수 있다.
세상 사람이 무엇이라고 하든,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이라고 느껴지든,
신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의로워졌음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성령이 자신의 속에 계심으로
의의 삶을 살 수 있음과
신자의 능력을 행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은
외형적으로는 세상 사람들과 다름이 없지만
분명히 하나님이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그 삶을 책임진 사람임을 확신하여야 한다.

은총은 우리의 자격과는 관계 없이
거져 주신 선물이지만
그로부터 나온 선행은
"우리의" 것으로 인정된다(2, 5, 14).
행위는 하나님이 고무하셨기에 하나님의 것이지만
또한 우리에게 주셨기에 우리의 것이 된다.
하나님이 선을 행해 지도하시는 마음도 의지도 노력도
그러하다(2, 5, 15).
하나님의 것이 우리의 것으로 됨이
바로 은혜가 아니던가!
우리는 아무 공로가 없어도
하나님은 그것들을 우리의 것으로 인정하신다.
그리고 인정 받는 그것들은
인간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수준도 포함되며,
그에 대한 상급 역시 하나님 수준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원이요,
천국이요,
부활이요,
영원한 생명이요,
면류관이요,
영광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