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친밀한 관계> 중에서
레스& 레슬리 패럿 / 서원희
이레서원

최근에 이런 일화를 들었다. 과학자들이 '하나님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적이면서 정확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고 한다. 마침내 인류 최초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컴퓨터가 조립되었고, 과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컴퓨터에 질문을 입력했다. '신은 있는가?' 몇 분 동안 컴퓨터가 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을 하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튀어 나왔다고 한다. "지금 여기에."

이들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이란 우리 자신의 창조물인 경우가 많다. 근대 심리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신은 아버지의 영상이 지속적으로 투영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먹을 것을 공급받고, 보호받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었던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들어 주는 아버지 같은 인물을 통해 위안과 안도감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모든 종교의 기초는 이런 아버지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투영한 결과라고 프로이트는 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함축적으로 부인해 버렸다.

근대 사회학의 창시자 에밀 두르크하임 또한, 신이란 한 사회의 집단적인 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의 이미지는 우리가 속한 사회 구성원들이 최고로 지향하는 성품과 자질을 갖춘 형상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앵글로 색슨계 게신교인들에게 신의 이미지는 다름 아닌 앵글로 색슨 개신교인의 이미지다. 아시아인이나 흑인에게 있어 신의 이미지는 그들과 밀접한 특성이나 가치를 갖고 있다. 따라서 종교란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신봉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과정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독자들은 아마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이들 학자들이 꽤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종교에 있어 결정적인 치명타를 가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들은 오히려 "하나님을 우상화하지 말라"는 성경의 경고가 왜 나왔는지 논리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결국 프로이트는 하나님의 부재를 설명해 내지 못하지 않았는가! 신의 이미지 투영에 대한 그의 이론은 단순히 인간이 신을 어떻게 형상화시키고 있는지만을 설명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두르크하임도 하나님의 부재를 증명해 내지 못했다. 단지 신의 이미지가 한 사회의 이미지를 본따 만들어진다는 점을 설명했을 뿐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 석학들의 주장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프로이트와 두르크하임의 이론은 초자연적 존재인 영원한 하나님을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관념, 그 원천을 설명해 준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관념에는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경기의 심판자처럼 인식한다. 얼마나 훌륭한 경기를 펼쳤는지 점수를 기록해 두었다가, 온 하늘을 꽉 채우는 전광판에 점수를 계시하는 하나님. 이들은 율법주의에 사로 잡혀, 약간만 금을 밟아도 패널티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움에 벌벌 떤다. 심판관 하나님이 잠시 한 눈을 파시는 동안, 벌칙을 어기거나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이내 죄책감에 압도되어, 하나님의 분노를 피하려는 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들이 참전하는 정의의 게임에서 심판관 하나님은 피도 눈물도 없다. 따라서 이들은 최대한 고득점을 하고, 심판관의 호루라기 소리를 듣지 않도록 혼신을 다한다.

어떤 사람들은 늘 어린애로 남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인정 많은 할아버지쯤으로 해석한다. 하나님이 할아버지니까 자신은 응석받이 손자! 하나님이 마치 "오냐, 너는 아무 것도 염려할 것 없다. 내가 다 알아서 해 주마"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구명 보트 정도로 생각한다. 선원들이 구명 보트 위치를 평소에 잘 확인해 두긴 하지만 절대 그것을 쓸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과 같다. 이런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하나님께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지만, 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그분이 함께 계셔 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고통과 아픔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는 이 외에도 끝이 없다. 하나님은 과학자 하나님도 아니고, 산타클로스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며, 동네북도 아니다. 심지어 부모도 아니다. 하나님은 그 이상이시다. 인간의 어떤 비유법으로도 하나님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하나님의 속성에 대해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수많은 저서를 통해 논했다. 따라서.... 독자들의 양해를 전제로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중요한 속성 중에서 으뜸으로 사랑을 꼽고자 한다. 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성경 구절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실 뿐만 아니라 그분 자신이 바로 사랑이시다.

어시스트 장경애/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