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혁명> 중에서
빌 하이벨스 / 서원희
두란노 펴냄

각자의 뜻대로 맛보기 봉사에 참여한 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루어진 자가 평가를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첫째, 참가했던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그 중요도는 아주 높다. 어떤 사람에게는 목회자 리더십 컨퍼런스를 위한 우편 발송작업이 단순하지만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목표(컨퍼런스)와 관계인들(목회자들)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막후에서 봉사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컨퍼런스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일을 혐오한다. 그런 사람에게 우편 발송을 맡기면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또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은 하지만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 일은 의미 있는 일이야’라고 억지 다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이 일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어떤 사람들은 노인 봉사나 어린이 봉사 등 특정 분야에서 자신의 적성을 발휘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둘째, 봉사를 하고 난 뒤 기분이 더 좋아지는가 나빠지는가? 원기가 충전되는가 아니면 진이 다 빠지는가? 본래 봉사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정서적인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특정 봉사를 하고 나서 오히려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대인접촉이 많은 일, 예를 들면, 교회 안내 등을 하고 나서 매우 힘들어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은 똑 같은 일을 하고 원기가 충전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시끌시끌한 유아반에서 봉사하고 난 뒤 활력을 느끼게 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낮잠이라도 한 숨 자야 될 것 같은 기분으로 그 자리를 떠난다. 정서적으로 진 빠지게 하는 봉사는 지속될 수 없다.

셋째, 매우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기 꺼려하는 질문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가?’ 즉, ‘팀원간에 편안한 유대관계가 느껴지는가?’라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방관자의 자리를 떨치고 나와 참여한 분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은사를 사용하라는 종의 부르심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동기 속에는 본인도 모르는 또 하나의 동기가 숨어 있다. 다름 아니라 사람을 사귀고자 하는 동기다. 그들은 마음 맞는 형제 자매를 찾고 싶어한다. 또한 나를 초월한 공동체의 힘을 느끼고 싶어한다. 하지만 주어진 봉사에서 그런 것을 충족시킬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되면, 다른 분야를 계속 살펴보면서 그런 곳을 찾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떤 이들에게는 ‘누구와 일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회를 하면서 “이 분야에서 계속 봉사라는 게 저에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이 봉사하는 분들이 참 좋아서 그냥 자꾸 가게 돼요. 그분들과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봉사를 하든지 별로 상관없어요” 라고 말하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어떤 사람들은 지극히 관계지향적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이런 이들은 맞는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봉사의 가치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넷째 질문은 ‘자신의 일정과 잘 맞는갗이다. 일회성 봉사가 아무리 만족스러웠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자기일정과 맞지 않으면 꾸준히 봉사하기 어렵다.

맛보기 봉사에 한 번 참여한 후 그곳에 가장 맞는 곳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시내 노숙자들을 섬기는 일을 한 번 해 보고 별로 주저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씩 고정적으로 봉사하겠다고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맛보기 봉사에 참여하고 난 후 왠지 찜찜한 느낌을 받는다. 이럴 경우 한 가지 맛보기 봉사를 통해 느끼고 배운 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을 참고로 다른 분야의 맛보기 봉사에 참여해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주일학교 맛보기 봉사에 참여해 분반공부 교사를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목청이 떠나가라 떠드는 아이들을 겪고 나니 그 자리가 너무나 힘겨웠다. 그래서 이분은 좀 더 말수가 적은 고등부 예배 분반공부에서 맛보기 봉사를 해 보기로 했다.

수십 가지 맛보기 봉사에 참가해서라도 자신에게 ‘꼭 맞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나는 이런 분들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다. 열 번이건 스무 번이건 일단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한 곳에 바로 투입되어 불만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진액만 빠져 다시 방관자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보다 백 배 낫다.

다양성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맛보기 봉사에만 참여하는 분들도 물론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맛보기 봉사가 자신의 소명, 재능 그리고 열정을 분명히 깨닫게 해 주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

어시스트 장경애/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