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광 목사/ 열린문교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성경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구원의 말씀이요, 또한 삶의 거울이 됩니다. 그런데 흔히들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그 때부터 삶의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며, 더 나아가서는 인생의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성경에는 수많은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뒤집어 놓고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그러한 성공적인 인물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의 삶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의 압정에서 구원해 낸 모세의 삶도 처음부터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도 바울의 삶도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소위 세상적으로는 성공한 삶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님을 만난 후의 그의 삶은 오히려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지요.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각자의 삶에서 다시 한번 나의 인생의 여정에서 성공만을 추구하고, 그 성공을 위해서 하나님의 뜻을 벗어나는 때는 없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또한 실패는 없었는지, 또 있었다면 그 실패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되새김질하는 것도 많은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실패학(失敗學)?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실패학의 출발점은 실패의 경험이 삶의 귀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되듯이 실패의 경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감추고 있는, 파묻혀 있는 실패의 경험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로 구축하는 것이 실패학의 목표라고 합니다. 얼마 전 종업원 2만8천 명의 기업을 도산케 한 야오한 그룹의 전 회장과 금융사고로 문을 닫은 야마이치(山一) 증권의 마지막 사장이 실패학의 인기 강사로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1986년 11월 28일 오전 11시 38분에 미국의 우주 왕복선 첼린저호가 우주 발사대를 박차고 푸른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그 순간 케이프커내버럴 모래밭의 수만 인파 속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습니다. 그 함성은 우주 발사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것을 환호하는 함성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외침소리가 요란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손에는 ?힘내세요, 크리스타 선생님?이란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습니다.

크리스타 머콜리프라는 선생님은 1만1천 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된 최초의 민간 여성 우주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러한 수만 인파의 환호와 환성의 소리가 비명으로 바뀌는 데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첼린저호가 폭발한 것입니다. 첼린저호의 폭발 후에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이 날 밤 4분 간의 TV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연설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리스타 선생님을 비롯한 7명의 승무원들은 우리보다 앞서 미래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라야 합니다.?

미국은 다음 해 2월에 윌리엄 로저스 전 국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조사 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그리고 사고조사 위원회는 그 해 6월 9일에 로켓 연결 부분의 이음새가 느슨해져서 연료 탱크와 충돌해서 폭발했다는 보고서를 레이건 대통령에게 제출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미국의 우주 왕복선은 15년째 무사고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많은 성도들을 만났습니다. 그 가운데 H자매는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자매입니다. H자매는 소위 유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미국에 유학하여 전액 장학생으로 우수하게 졸업을 하고 프리마돈나를 꿈꾸는 앞길이 유망한 성악가였습니다. 그러한 자매가 지금은 성악가의 꿈을 버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매가 홀연히 성악가의 꿈을 접은 것은 사실 뜻밖의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그 뜻밖의 이유는 전혀 뜻밖이 아닌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자매는 자신의 성공적인 성악가의 삶을 생각하면 할수록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만을 영화롭게 하지 못하고 화려한 무대의 조명을 받으며 자신의 성공만을 향하여 나아가고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과감히 그러한 화려한 프리마돈나의 삶을 포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성공적인 삶이 아닌, 평범하지만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자매가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아무런 미련 없이 포기한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성공이라는 세상의 잣대 앞에서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위하여 그 재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태도에 참으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자매는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서의 성공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만 찬양으로 영광 돌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자매의 용감한 결단과 찬양하는 모습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 결국 자신의 유익과 성공만을 위하여 하나님을 이용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봅니다. 때로는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하나님을 세상과 바꾸기도 합니다. 만일 우리가 교회 안에서도 자신의 유익과 성공만을 위하여 신앙 생활을 한다면 그의 그러한 신앙 생활은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합니다. 특히 목회자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는 목회 성공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과연 목회에 성공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실패할 줄 모르고, 그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그래서 그런 이유로 성공만을 추구한다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비록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그의 삶을 살아갈 때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요?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그 실패를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이란 세상에서 세상과 타협하여 성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