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광 목사/ 열린문교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지금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역사가 번즈(M. Burns)는 진정한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이 아닌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ve Leadership)‘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혁적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과는 속성이 다릅니다. 거래적 리더십은 무엇과 무엇을 교환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과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런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서로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매력을 느껴야 합니다. 자본가의 자본과 노동자의 노동이 서로 거래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교환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상거래와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거래에 대한 매력이 없어지면 언제라도 남처럼 돌아서는 것이 바로 거래적 리더십입니다.

변혁적 리더십은 마음의 변화를 전제로 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 가운데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거듭나게 하신 일입니다.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이 거듭남은 외면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면적인 변화입니다. 우리의 내면이 완전히 변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내면의 거듭남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거듭남의 리더십이 바로 변혁적 리더십인 것입니다.

소 주인이 가지 않겠다고 하는 소에게 코를 뚫어 아프게 하고, 고삐를 틀어 쥐며, 피가 나도록 회초리로 내려치는 것은 변혁적 리더십이 아닙니다. 소를 달래고, 소의 마음을 변화시켜 스스로 가도록 만들어야 소나 주인이 모두가 행복합니다. 만약 어떤 경영자가 종업원들의 고삐를 틀어 쥐는 방식으로 경영을 한다면 그것은 변혁적 리더십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면 국민 누구나 우려할 정도로 내면의 변혁적 리더십이 아니라 외면의 거래적 리더십이 온 나라를 지배하며, 또한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을 봅니다. 정부와 언론(사실 잘 아는 대로 일부 신문이기는 합니다만)이 마치 전쟁을 하듯이 서로에 대하여 공격적으로 행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변화를 강요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라는 것도 결국 강압적이고 고삐를 틀어 쥐는 방식으로, 그 대상에게 억압적으로 개혁을 요구하면 진정한 변화, 개혁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마음에 변화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심정적으로 받아들여 그 일을 자기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방식대로 안한다고 닦달을 하고, 이리 오라고 호통을 치며, 항상 질책 위주로 자기의 권한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리더십이 아닙니다.

요즈음은 가정도 그 구성원들(부부, 자녀)이 변혁적 리더십이 아닌 거래적 리더십의 관계로 변질되어 가고 있습니다. 서로간의 관계가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무참히 이혼이라는 무기로 관계를 끊는 것이지요. 지난 5월 23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지난 해 우리 나라의 부부의 이혼율이 인구 1000명 당 2.5%의 높은 수준으로 넘어 섰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그 증거입니다.

지난해에는 부부 12만 쌍이 갈라섰는데 하루 평균 915쌍이 결혼을 하고, 329쌍은 이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지난 1970년에 이혼한 1만 1600쌍보다 10배나 증가한 숫자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가 자신에게 금전적으로나 그 어떤 이익이 없으면 그 부모를 헌신짝처럼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 모두가 거래적 리더십의 산물인 셈이지요.

사실 변혁적인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목회 현장입니다. 목회자의 리더십은 자신의 어떤 것을 성도의 어떤 것과 거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회자는 성도들의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완전히 교체하는 작업을 하는 수선공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일이 필요하셔서 목회자를 부르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그를 변화시키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마음의 철저한 변화 없이는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변혁적 리더십입니다 그 작업이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만 성도들이 비로소 어떤 경우라도 복음적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목회자가 재물이나 권세 있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그런 유의 성도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식의 목회를 한다면 그것은 거래적 목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나 차등 없이 대하고, 작은 한 영혼의 아픔까지라도 자기의 아픔으로 알며, 많은 영혼들에게 내면의 변화를 일으켜 주님 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목회를 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이 하신 변혁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혁적 리더십을 하려면 그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지도자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경영자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으면서 종업원을 향하여 매일 달라지라고 말한다면, 윗사람이 변하지 않으면서 아랫사람에게 새로워지라고 말하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이 없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서로 분열되어 국민들이 지역으로 나뉘고, 정치인들이 여야는 물론이고 좌우익 등으로 나뉘고, 언론이 정부와 투쟁을 하는 등의 일들도 알고 보면 지도자의 변혁적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인보다 목회자가 먼저 변화되어야 합니다. 목회자가 먼저 낮아지고 변화하면 성도들은 더 크게 변화됩니다. 그러므로 변혁적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지금까지는 많은 교회나 사회의 각종 단체에서 주도해온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이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나 몇몇 실세들이 자기들의 이권이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무자비하리만큼 강제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아니면 회유하고, 거래를 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서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며 돕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요, 그리스도의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 변혁적 리더십이요,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그러한 변화하는 마음의 소유자, 변혁적인 리더십의 소유자가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닐까요?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