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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450년 걸린다
'화상 만남' 등 획기적 대책 실현돼야
2005년 07월 07일 (목) 00:00:00 이영종 yjlee@joongang.co.kr


이번에는 이산가족들이 반세기 넘은 한을 풀 수 있을 것인가. 또 시범행사 수준의 제한적 상봉을 넘어 보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꾸준히 북한의 가족들과 만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까. 지난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가닥을 다시 잡음으로써 실향민들은 다시 꿈에 부풀고 있다. 이번만은 제발 반짝하다 마는 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남북한 당국이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토록 해주는 조치들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서 나온 이산가족 관련 언급은 6월말 서울에서 열린 1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중심 되는 행사는 8월 26일부터 금강산에서 치를 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다. 금강산 상봉은 남북한 각 100명의 이산가족이 상대방 가족과 만나는 형식이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시작한 이산상봉은 그 동안 10차례 치러졌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상봉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컴퓨터 추첨방식으로 1차로 대상자 300명을 뽑는다. 이번에 뽑힌 300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적으로 100명만 상봉장에 갈 수 있다. 고령자와 직계가족을 우선해 추첨된 300명 가운데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다시 컴퓨터 추첨을 통해 200명으로 압축한다. 이때 90세 이상은 우선 배려하고 납북자․국군포로의 가족에게는 5% 범위에서 선발 특혜를 준다. 200명의 명단과 북한 가족의 인적사항은 북한에 통보돼 생사․주소 확인 절차를 거친다. 북한에 상봉할 가족․친지가 있는 경우로 밝혀진 이산가족 가운데 최종 상봉자 100명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직계가족을 우선하고, 순위가 같을 때는 연장자가 뽑힌다.

결국 8월 26일 상봉 때 북한 가족을 만나는 사람들은 940 대 1의 경쟁을 뚫은 이들이다. 이산가족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지만 상봉 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란 얘기다.
이는 이산가족 관련 정부 통계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6월말 현재 북한 가족과 만나겠다고 한적 이산가족정보센터에 신청한 사람은 12만4천183명이다. 이 가운데 2만6천166명은 이미 이산의 한을 품고 유명을 달리했다. 9만8천17명 중 해외에 있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이미 상봉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실제 대상자는 9만4천495명이다. 2000년 8월 1차 상봉 이후 5년간 10차례 상봉을 마쳤으니 1년에 두 번꼴이다. 매번 100명씩 만나는 지금 방식대로라면 9만 명 상봉에 45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한 가지 다행스런 것은 8월 이산상봉과 동시에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착공에 들어가기로 남북한이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측량과 지질조사도 7월 중에 마치기로 했다. 100명 안팎으로 지난 5년간 겨우 10차례 치러온 이산상봉 행사에서 보다 많은 상봉이 이뤄질 수 있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1월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내용대로라면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와 주소확인 문제 등을 이산가족 면회소 착공식 후에 협의 해결한다”는 게 가능해진다.

특히 화상상봉이 남북간에 본격화 할 경우 이산상봉 문제에 새로운 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측은 이미 개성에서 화상을 통한 이산상봉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등에 대한 기술협의 등을 마쳤고 실무협의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6월 17일 정동영 면담에서 “흥분되는 제안”이라고 했던 화상상봉이 8월중 성사될 수 있다. 직접 볼을 부비며 상봉하는 기쁨보다야 못하지만 헤어진 부모자식과 형제자매의 생사를 반세기만에 확인하고, 그 모습을 서울과 평양에서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북한도 직접 상봉에 따른 체제부담감을 줄이고 인도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어 선호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산가족 면회소의 경우 2002년 9월 4차 적십자 회담에서 면회소 건설에 합의하고도 3년 가까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또 2003년 11월 5차 적십자 회담에서는 면회소 건설에 관한 합의서까지 채택하고도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산가족 면회소 문제 등에 대한 성의를 기대하고 북한이 요청해온 비료 10만t을 보내줬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챙겨야 할 사항이 있다. 대한적십자사나 통일부의 ‘반드시 상봉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변의 실향민 노인분들 가운데는 신청조차 하지 않은 채 막연히 상봉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홀로 지내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 생활고로 북한가족의 상봉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 반드시 신청을 해둘 필요가 있다. 주변에 이런 딱한 처지에 있는 이산가족 분들이 있으면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상봉시에는 정부나 대한적십자사가 비용의 대부분을 대기 때문에 거의 부담이 없다. 선물 등을 한적측이 준비해 주기도 한다.

한적은 8월 상봉 이후에도 9월 추석이나 내년 설 등을 계기로 상봉을 정례화 할 계획이 있다. 이산상봉의 기회가 좀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 지금이라도 상봉신청서를 제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혹 월남자 가족으로 찍혀 북녘 가족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봐 상봉신청을 주저하는 이산가족들도 있다. 하지만 북한도 월남가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고 있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아무쪼록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에 터진 물꼬가 이산가족들의 한을 확 풀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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