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로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이사야 7:14).

성경은 하나님의 사역과 그분이 어떠한 분이시며 어떻게 섭리해 가시는가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성경의 역사를 구속의 역사라고 한다. 성경에 기록된 역사적인 본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고 우리들의 삶 속에 적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별히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성경 본문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말씀이요, 사건이라 할 때에는 더욱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들이 보통 ‘안다‘, ‘이해한다‘라고 했을 때 우리들의 감각기관에 접촉되는 부분만을 알고 이해한다고 한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그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서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같은 사건은 우리 인간 이성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하면서 지난 수세기 동안 불신 세계로부터 얼마나 많은 비난의 조소를 받아 왔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자들에게는 너무나 확실하고 분명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분명히 우리들의 이해를 초월하는 말씀이지만 우리에게 확실한 소망을 주는 권위 있는 말씀이다. 성경이 하나님을 알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책이라면 이 사건을 살필 때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본문이 ‘어떠한 하나님을 계시해 주고 있는갖라는 관점에서 살펴야 할 것이다.

처녀인가, 결혼한 젊은 여자인가?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사건 중에 동정녀 탄생과 700~800년 전에 그 동정녀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 말씀은 신비로운 말씀임에는 틀림없다. “어떻게 하여 그러한 동정녀 탄생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같라고 했을 때 우리들의 대답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며, 그 이상 인간의 합리적인 설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부다.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던 김재준 목사는 미국 북장로교 소속인 웨스턴 신학교에서 구약학을 연구하였는데 그는 1933년 신학지남을 통하여 “이사야의 임마누엘 예언 연구“라는 논문에서, 이사야 7:14의 ‘아기‘는 700년 후에 태어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이 아님을 주장했고, ‘처녀‘라는 말의 의미를 희석시켰다. 이 일로 인해 결국 김목사는 신학지남에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으며 그후 조선신학교 재직 중 ‘오경 저자‘ 문제로 장로회 총회에서 파면되었고 기독교장로회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노선을 걷게 되었다. 이처럼 이사야서에서 예언한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예언에 대해 많은 도전이 있어 왔음은 한국교회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사야 7:14에서 말한 “알마“(Almah)는 처녀, 혹은 젊은 여자라고 해석한다. ‘젊은 여자‘란 말은 처녀인지 결혼한 여자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나이가 젊은 여자라는 것만큼은 정확하다. 그러나 마태복음에서 마태는 성령의 감동을 받아 이사야 7:14을 인용하면서 ‘알마‘를 헬라어 파르데노스 즉 처녀로 말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이것은 마태가 구약성경을 잘못 인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구약성경에는 원래 “젊은 여자“라고 되어 있는데 마태가 ‘처녀‘로 잘못 인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태가 처녀라고 인용한 이사야 7:14의 ‘알마‘는 ‘젊은 여자‘를 뜻하며, 그것도 결혼한 젊은 여자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이사야 7:14는 처녀인지 결혼한 젊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번역하고 해석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처녀로 번역하고 해석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정녀, 즉 처녀에게서 잉태하여 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 같이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문맥의 흐름 때문이다. 이사야 7:14은 장차 오실 임마누엘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처녀 탄생 예언과 성취 때문에 징조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처녀 탄생 예언에 대한 배경

북쪽 이스라엘 왕국의 왕인 베가가 아람왕 르신과 연합군을 형성하여 남쪽 유다 왕국을 쳐들어온다(사 7:1). 그때 남쪽 유다 왕의 이름은 아하스였다. 말 그대로 남쪽 유다는 북쪽 이스라엘과 그 주변 연합군에 의한 전면전에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패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남쪽 유다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능력과 조건과 환경은 이제 기대할 수 없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남쪽 유다왕 아하스에게 보내어 “너는 삼가며 종용하라 아람 왕 르신과 르말리야의 아들이 심히 노할지라도 연기나는 두 부지깽이 그루터기에 불과하니 두려워 말며 낙심치 말라“고 위로해 준다(사 7:4). 계속해서 에브라임, 즉 북쪽 이스라엘이 지금 쳐들어오지만 그들은 패하여 다시는 나라를 이루지 못하리라(사 7:8)는 말씀으로 지금 위급한 상황에 놓인 남쪽 유다가 결코 망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신다. 그래도 못 믿겠으면 아하스에게 징조를 구하라고 한다.

그러나 아하스는 체념한 상태에서 징조를 구하지 않자 하나님께서 친히 약속과 징조로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고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재 전쟁의 위협과 두려워 떨고 있는 아하스 왕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700~800년 후에 이루어질 이 같은 메시아 동정녀 탄생 예언이 무슨 위로가 되겠으며 무슨 약속이 되겠는같라는 것이다. 그 예언이 성취된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예언은 700~800년 후에 이루어질 예언이다. 지금 당장 이루어질 일도 아닌 무려 그 예언이 이루어지기까지 700년 이상 걸려야 하는 예언이다. 그때가 되면 이 예언을 처음들은 사람들은 모두 죽은 후에 이루어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첫째, “현재의 구원이 아니라 미래의 구원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현재의 구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바라보아야 할 왕국은 그들이 알고 있는 왕국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들의 소망에 대한 내용은 그들의 나라가 곧 강대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서 그들이 죽은 다음에 새로운 왕국을 세우리라는 것이다.

둘째, 남쪽 유다가 북쪽 이스라엘과 싸워 승리할 조건도 근거도 없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동정녀 탄생의 징조를 주심으로 우리들의 이성과 지식의 범주에서 이해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하나님께서는 가능케 하시므로, 지금 절망과 체념의 상태에 놓여 있는 남쪽 유다를 구원해 주시고 장차 그 민족 위에서 임마누엘 되시는 메시아를 허락해 주시겠다는 것이다.

셋째, 남쪽 유다 왕조가 지금 인간적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징표로서 주신 메시아 동정녀 탄생 예언은 바로 그 구원자이신 메시아가 유다 지파를 통하여 오신다는 사상이 구약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이다.

따라서 지금 유다 왕조는 어떻게 해서든지 멸망하지 않고 구원을 받는다. 이는 그 지파를 통하여 장차 메시아가 탄생된다는 성경 예언의 말씀 때문이다. 만약에 여기서 남쪽 유다인이 구원받지 못하고 멸절된다면 유다 지파를 통하여 메시아가 오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창 49:10)과 구원의 역사가 성취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성경의 예언은 거짓이 될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서 볼 때 남쪽 유다 왕조는 망하지 않고 구원해 주시고 장차 오실 임마누엘 되시는 메시아를 허락해 주시겠다는 예언 약속이다. 그러므로 남쪽 유다는 북쪽 이스라엘에 의해 결코 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망해서도 안 된다.

그 이름 예수

주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정혼한 마리아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임을 일러주었다(마 1:18~23). 마태복음 1장의 예수님 족보기록을 보면, 마태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라는 식으로 남성적 생산기능을 강조하는 능동태 문장으로 기록하다가 예수님의 탄생 기록에 와서는 갑자기 수동태 문장으로 변화시키면서 “마리아에게 그리스도라 칭하는 예수가 나시니라“(마 1:16)고 표현한다. 이로써 명분상으로는 구약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 유다의 후손인 육신적 아버지인 요셉을 마리아와 정혼상태의 관련을 맺게 하시고 실제적으로는 성령의 초자연적 능력으로 동정녀에게 탄생하셨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의 구주이심을 보여 주고 있다.

또 이 모든 일은 이미 이사야 선지자로 예언된 것을 이루려 함이라고 한다(마 1:22).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한 동정녀 탄생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정녀에게서 출생하시므로 예수님이야말로 구약이 예언한 그 메시아이심을 증거하고 있다.

그 메시아이신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하시는 분“(마 1:21)으로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은 우주적이며 보편적이지만 그 구원과 사랑은 택함 받은 자, 믿는 자에게만 적용된다. 따라서 예수님의 오심은 택한 자기 백성들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음을 말씀하고 있다.

맺는 말

메시아의 동정녀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서와 그 예언된 대로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을 기록한 마태복음은 생명의 신비로서 우리들에게 늘 위안과 평강을 가져다 준다. 생물학적으로 동정녀 탄생의 신비는 알 수 없으나 그러나 우리들은 그분을 믿고 경배하고 찬양할 뿐이다.

부요하신 그가 낮고 천한 인간 땅위에 오셔서 낮고 천한 가난한 우리를 부요케 하시려고 섭리하셨던 그분의 뜻을 얼마만큼 헤아릴 수 있느냐는 우리가 성경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신앙하느냐로 판명된다.

우리들은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라는 신앙을 고백한다. 이 같은 고백이 우리 심령 깊숙이 자리잡아 하나님께 더욱 영광 돌리며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의 도리를 굳게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성탄절에 생각해 보는 말씀 묵상이 아닐까?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