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 말씀사역원장)

"너희가 아들인고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갈 4:6)

우리들이 성경을 읽다가 보면 우리들의 아빠에 해당된 아바(abba)라는 말을 만나게 된다. 신약 성경에 아람어로 소리나는 대로 ‘아바‘이다. 이 말은 자기 아버지에게 사용하는 애칭이었다. 우리 말의 ‘아빠‘와 똑같은 말이다. 우리 가정에서도 아버지를 아빠라고 한다.
이 말은 자녀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아버지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아빠라는 칭호는 예수님이 하나님을 부를 때와 우리들이 하나님을 부를 때를 구분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칭호이다. 이 칭호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나타내는 그런 말이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이 말을 하나님께 대해서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구약 성경에서도 하나님을 ‘아버지‘를 부르는 곳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이사야 63:16절에서 “당신은 우리의 아버지시라“라고 한다거나 또한 “나의 아버지시라“는 말은 단순히 서술문장 속에서 아버지라고 했지만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호칭하는) 것은 아니었다(J.Jeremias).

유대인들은 하나님과 가까운 관계를 말하는 이 같은 아버지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부르지 않았다고 보기보다는 부르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이름이 너무나 거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이름이 나오면 “우리 주“, “나의 주“, “아도나이“라고 애칭을 불렀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에 상응하는 많은 이름을 지어 불렀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 “막강한 힘을 가지신 분“, “전능하신 분“, “태초부터 계신 분.“

이같이 많은 이름을 지어 불렀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이요, 하나님의 자녀라는 말이 구약 성경에서부터 많이 있어 왔다. 출 4:22에 “너는 바로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이스라엘은 내 아들 내 장자라“고 했다.

구약성경에 보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아들이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아버지라는 사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부를 때 ‘아버지‘라고 부르는 예는 없다.

여러 언어학적 입장에서 “아바 아버지“는 어린 자녀들이 칭얼거리며 아버지를 부르는 것인데 이 같은 칭호는 거룩하신 하나님께 부르는 칭호로서는 옳지 않는 무례한 칭호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기도할 때 아빠라고 불렀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호칭으로서의 “나의 아버지“와 예수님께서 “아버지로서 하나님“이라는 명칭을 구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하나님께 기도할 때 아버지라는 칭호를 일관되게 사용하셨다. 유일한 예외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기도하는 장면이다. 이는 마가복음 15:34에 기록된다.

“제 구 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예수님의 모든 기도 가운데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나님을 부르실 때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마가복음 14:36에 기록된다. “가라사대 아바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을 부르실 때에도 아람어의 형태인 “아바“라는 칭호를 사용한다.

우리들은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아바“라고, 즉 “아버지“라고 부르는 예가 없으나 예수님은 자신의 기도 가운데 하나님을 항상 “아바“로 부르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이 아바는 예수님의 실제 음성인 것이다.

예수님께서 자신이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셨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들에게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가르쳤다. 이런 이유 때문에 헬라어를 사용하는 바울의 서신 속에서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갈 4:6; 롬 8:15).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였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바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롬 8:15).

“너희가 아들인고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갈 4:6).

이상과 같은 말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아들의 영이 우리 안에서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들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 우리들이 양자의 영을 받아서 아들이 되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의 제자들에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과 제자들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동급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두 관계는 분명히 구분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예수님은 “너희들의 아바 아버지“와 “나의 아바 아버지“를 구분한다. “우리 아바 아버지“라고 구분하지 않는다. 이렇게 분명히 구분한 것은 예수님이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이 독특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선포하고 있다. 이 같은 부분을 요아킴 예레미아스(J.Jeremias)가 그의 신약신학에서 아주 명쾌하게 정리했다. 요아킴 예레미아스는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서 두 권의 책을 쓰려고 했는데 한 권만 쓰고 세상을 떠났다. 제 1권인 “예수의 선포“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요아킴 예레미아스는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하나님과 예수님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아바 아버지라는 호칭은 하나님과 예수님과의 관계의 핵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은 마치 어린아이가 자기 아버지에게 하는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말하고 있다. 그러나 유대인들처럼 무례하게 부르는 칭호가 아니라 경건하고 정중하게 부르는 칭호이다.

둘째, 아바 아버지는 신성한 단어로 사용했다.
마 23:9에 “땅에 있는 자를 아비라 하지 말라 너희 아버지는 하나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자시니라“고 한다. 이 말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자기 육신의 아버지를 아비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수님은 당시 특정한 사람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바“라고 불렀던 관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제자들은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부르는 칭호로서 “아바“라는 호칭이 남용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오직 하나님께 아바 아버지라는 이름의 존엄성이 불리고 보존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나이 많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아바“라고 부른다면 우리들은 그 특정한 사람들을 아바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 이유는 참으로 특정한 분을 부르는 칭호가 아바라고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 아버지에게만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아바는 예수님의 사명의 궁극적인 신비를 표현한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의 계시를 전달하는 권세를 가졌음을 의식하셨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예수님에게 자신을 아버지로서 알게 하셨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11:27에 기록한다. “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주셨으니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또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를 아는 자가 없느니라.“

마 8:27에 “그 사람들이 기이히 여겨 가로되 이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고 하더라“고 한다. 마 9:8에 “무리가 보고 두려워하며 이런 권세를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니라“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님은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로 부르셨다. 이 같은 관계는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고 계시하는 권세를 아들에게 주셨는데 그런 아들을 보고 그의 제자들이 놀란 사실을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넷째, 예수님은 중보자의 신분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한다.
예수님은 중보자로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독특한 신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 역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하는데 중보자로서의 아버지의 아들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과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신분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기도한 기도와 우리들의 기도는 전혀 다르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의 중보자의 기도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그 중보자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뿐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병고침과 귀신을 좇아 내신 것을 우리들이 병을 고치고 귀신을 좇아 낸 것과 같이 보면 안된다. 그 권위와 근거는 전혀 다르다. 예수님의 사역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중보자의 사역이라면 우리들이 예수님처럼 기도하고 병을 고친다면 그것은 자신이 예수님이라는 뜻이다. 우리들이 드린 기도를 중보기도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곧 예수님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무서운 이야기이다.

제자들은 하나님께 기도할 때 아빠라고 불렀다

마 6:9에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고 한다. 마 6:13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라고 한다.
우리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 아버지는 아들을 책임져 주시는 분이시다.
우리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하나님은 우리들을 자녀로 대해 주신다. 이 같은 관계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가능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는 자녀가 되었다면 아버지인 하나님께서 자녀인 우리들을 지키시고 책임져 주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는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자녀들인 우리들은 아버지인 하나님의 영원한 기업을 상속받는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 상속은 영생과 구원, 즉 영원한 생명이다.

맺는 말

어떤 꼬마가 실수하여 장독을 깼다. 그러자 아버지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렸다. 그 때 어린 자녀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 아빠 아들이 아프지 내 아들이 아픈 것은 아니니까 마음대로 때리세요.“

그렇다. 우리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우리들은 그 아버지의 자녀들이다. 자녀는 아버지가 책임져 주신다. 이 같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복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가능해졌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시고 그 특권과 복을 주셨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늘 기도하며 감사하는 성도들이 되어서 주어진 사명 잘 감당해야 하겠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