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성지순례란 말을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0)
성지순례(聖地巡禮)라는 말이 언제부터 기독교 신앙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서 불러지고 있다. 그 용어 개념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들의 '막연한 신앙'은 그 용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용해 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성지순례(聖地巡禮)란?
국어 사전에 성지순례를 이렇게 정의한다. "종교적 전승(傳承)에 따라 성화(聖化)된 땅이나 본산(本山)이 있는 곳을 차례로 찾아가 참배하여 신앙을 두텁게 하는 일"이라고 한다(김민수 외 3인 편집, 국어 대사전, 금성출판사).

성경에 기록된 역사의 현장인 이스라엘과 그 주변 지역을 '성지'라고 하고 그곳을 방문하는 것을 '순례'라고 한다. 이스라엘의 땅은 거룩한 땅(성지)이기 때문에 그곳을 순례하여 참배해야 한다는 말인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용어이다.

이단들이나 이교도들에게서 사용된 용어인 성지순례라는 용어를 오늘날 우리 교회가 사용하면 안 된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의미의 성지순례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고집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자기 혼자만 그런 의미의 용어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들 누가 그것을 인정해 주겠는가?

우리들은 이 같은 용어가 왜 우리 교회 안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사용하게 되었는지, 우리 무속 신앙과 잘못된 거룩에 대한 개념 때문에 성지순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면서 우리들은 그 같은 용어 대신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되는지에 관해서 알아보자.

이단과 이교도의 특징
이단과 이교도들은 특정한 장소와 공간과 시간을 성역화하고 신성화시킨다. 특정한 장소를 거룩화하여 마치 그곳에는 신이 좌정하고 있는 것처럼 꾸민다.

우리 나라는 지금도 한 마을의 터를 지켜준다는 신,  또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있다. 이것을 서낭신, 혹은 성황신(城隍神)이라고 한다. 이런 신을 모신 곳이 서낭당, 혹은 성황당(城隍堂)이라고 한다.

아직도 시골을 중심으로 마을마다 이런 성황신을 모시고 있다. 그런 신을 모신 성황당은 언제나 화려하게 꾸민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을 수호신이 좌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에 혹은 각 가정에 무슨 문제가 있을 때에는 성황당에 가서 성황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기도하기도 한다. 그 성황당에서 참배하는 일은 곧 마을과 가정의 장래와 우환을 쫓는 길이었다.

그리고 특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꼭 그 시간에 제사를 드린다. 새벽마다 치성을 드리는 일도 바로 특정 시간을 거룩시 하는 그들만의 무속 신앙의 결과이다.

이와 같은 무속 신앙이 교회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개념의 새벽 기도회, 혹은 100일 새벽 기도회라면 곤란하다. 꼭 교회 예배당 안에서만 기도해야 빨리 응답 받는다는 이 같은 말도 안 된다.

사도 바울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유를 지으신 신께서는 천지의 주재시니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자이심이라"(행17:24-25)

바울은 마치 신전 안에만 신이 계신 줄 착각하며 우상을 섬기는 아덴에서 우리들이 믿는 참된 신은 우리들의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않고 우리 인간이 그 신전에 가둘 그런 신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마치 우리들이 멋있게 지은 건물 안에 하나님을 가두려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유대인들의 거룩에 대한 개념
유대 종교와 기독교는 다르다. 유대 종교는 구약을 중심한 구약 종교이다. 신약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구약의 모든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거룩과 구원이 예언된 구약은 그림자였고 신약 예수님은 그 그림자에 대한 성취였다.

신약 시대에 예수님은 하나님의 거룩을 이 땅에 계시한 구약의 성취자였다. 이제 특정 장소와 예루살렘 성전이 하나님의 거룩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성전의 성취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거룩과 구원이 그의 백성들에게 제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그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구약의 그림자와 모형을 통해서 아직도 거룩과 구원이 유지되는 줄 안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을 가장 거룩한 곳으로 생각한다. 특히 성전 중에서도 지성소를 가장 거룩한 곳으로 본다. 그래서 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성전을 예배의 중심으로 보았다. 그래서 유대인들 중에 예루살렘을 떠나 흩어져 살아간 유대인들은 절기 때마다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에 참여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하나님께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흩어진 유대인들은 평생 소원이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을 순례하여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고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성전 가까이에서 살다가 성전 가까운 곳에 묻히는 것이 소원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성전을 중심으로 거룩에 대한 등급을 매겼기 때문이다.

지성소가 가장 거룩하고 그 다음은 성전 마당이고 그 다음은 예루살렘, 그 다음은 유대 땅 등으로 점차 나아가는 거룩의 도(度)를 열등급으로 정했다. 그래서 가장 거룩한 성전 가까이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 그들의 구원관이었다. 가장 거룩한 곳 주위에서 사는 것이 하나님께 대한 예배와 삶의 중심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거룩의 등급과 거룩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이제 장소적 구약의 개념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기 때문에 심지어 성전도 무시해 버렸다. 오히려 예루살렘 성전, 유대인들이 가장 거룩한 것으로, 이곳을 순례하여 제사를 드려야만 구원받은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을 무시해 버렸고 하나님의 심판으로 그 성전은 파괴될 것을 예언하셨다.

예루살렘은 더 이상 거룩한 성지일 수 없다
이제 예루살렘과 성전은 더 이상 거룩한 성지일 수 없다.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무너지고 파괴된 도시이다. 그런 곳을 아직도 성지라고 하면서 순례하여 참배하자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제 거룩이나 구원은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구약의 장소적 날짜와 절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거룩과 구원이 결정된 것이다.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것이 곧 거룩한 성지요, 구원이다.

그 예수 그리스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십자가를 제켜 놓고 지금도 유대인들처럼 거룩한 성지인 예루살렘인 특정한 장소를 방문하여 참배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엡 1:10절에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고 했다.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할 것 없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거룩이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과 땅을 통일시켜 주셨기 때문이다. 즉 이 말씀은 하나님과 땅에 있는 우리들과 화목 시켜 죄 용서를 받아 거룩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이다.

진리가 이렇다면 우리들은 성지순례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이런 용어가 교회 용어일 수 없다. 제아무리 성지순례라는 말이 좋고 관광할 자를 모집하기에 명분 있는 용어일지라도 성경과 다르면 얼마든지 폐기 처분시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회가 지켜야 할 사명이다.

맺는 말
성지순례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성경 시대 역사 탐방"라고 한다든지 "현장 답사"라는 말이 방문의 목적을 말할 때 훨씬 좋은 용어 개념이다.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것이 단순히 참배 길이 아니라 성경의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므로 성경을 더 쉽고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한 방문 길이라면 성지순례가 아니라 현장 답사나 성경 시대 역사 탐방이 방문의 목적을 설명하는데 참 좋은 용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성지순례라는 말을 사용했다가 신학을 공부했고 성도들에게 성경을 바르게 가르쳐야 하는 목사님이 오히려 용어 사용의 혼란을 겪으면 성도들은 어찌하라는 말인가?

교회는 분명하게 하나님의 말씀의 바른 의미를 위해 그 의미에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여 후손들에게 그 순수한 말씀 그대로를 전달해 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이런 일을 무시한다거나 등한시 여기면서 "좋은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하나님 앞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용어 문제는 신앙의 질과 삶의 방향을 결정 지우는 중요한 것임을 알자.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