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성경 읽기와 설교는 어떤 관계인가?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계 1:3)

성경은 읽기만 읽어도 은혜가 되고 우리들을 바른 신앙으로 이끌어 간다. 그런데 성경을 읽는 일은 이제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성경을 읽는 것 자체가 신앙생활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외면 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성경 읽기를 강조하면서 설교의 권위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되어서는 안 된다. 성경읽기와 설교와의 관계에 관해서 알아보자.

성경 읽기의 중요성과 선행 조건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들에게 주신 것은 읽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들로 하여금 읽도록 하기 위해서 주신 말씀은 우리 인간 역사의 현장에 주셨다. 인간의 언어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역사의 현장 위에 주신 것이지 초역사 위에 주신 것은 아니다. 아무나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다고 해서 은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자들에게 성령께서 역사해 주셔야 한다.

고린도전서 2:12절에 "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 온 영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고 했다.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말씀은 성령께서 함께해 주시지 않으면 깨달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성경을 읽을 때 성령께서 함께해 주셔야 충만한 은혜를 깨달을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후에 예루살렘 성벽을 완공했다. 그리고 나서 예루살렘 성의 수문 앞 광장에 모였다. 학사 에스라가 율법 책을 가지고 와서 회중 앞에서 읽었다. 새벽부터 오정까지 읽었다.

"수문 앞 광장에서 새벽부터 오정까지 남자, 여자 무릇 알아 들을 만한 자의 앞에서 읽으매 뭇백성이 그 율법 책에 귀를 기울였는데"(느8:5) "학사 에스라가 모든 백성 위에 서서 저희 목전에 책을 펴니 책을 펼 때에 모든 백성이 일어서니라"(느8:3)

에스라가 성경을 읽을 때 모든 백성들이 일어섰다. 그리고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경배했다. "에스라가 광대하신 하나님 여호와를 송축하매 모든 백성이 손을 들고 아멘 아멘 응답하고 몸을 굽혀 얼굴을 땅에 대고 여호와께 경배하였느니라"(느 8:6)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의 말씀을 읽을 때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께 경배를 드렸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계 1:3)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때 은혜가 임하는데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다. 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주신 것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그 대상으로 주셨기 때문이다. ② 성경이 무슨 내용인지 기초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성경을 읽고 나서 성경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감동을 은혜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③ 성경을 읽을 때는 반드시 성경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④ 성령의 충만한 임재와 말씀을 사모하며 읽어야 한다.

성경 읽기와 설교의 균형과 조화

성경 읽기 운동을 펼치는 성경 통독 훈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의 운동을 합리화하고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설교의 중요성을 비하 내지는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들은 성경 읽기를 강조하기 위하여 설교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반대로 설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성경 읽기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마치 성경 읽기 훈련에 참여한 사람 중에 어쩌다 성경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면 그것을 절대화시키거나 극대화시켜 그 눈물이 성경 읽기 훈련의 특효약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것으로 성경 읽는 행위를 평가할 수 없다.

성경 읽기는 철저히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며 그 하나님께서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구원을 베풀어 주셨는가? 왜 예수님이 오실 수밖에 없었는가? 우리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자들이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라는 등의 문제를 염두하지 않고 오히려 성경을 읽는 자의 의도와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서 성경을 이용하고 성경 읽는 것을 탐욕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성경 읽기 훈련이 설교의 권위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경에 보면 말씀을 읽고 나서 반드시 그 말씀을 깨닫게 하는 설교의 형태가 있었다는 점이다.

느헤미야 8장에서도 에스라가 온 백성들 앞에 성경을 낭독하고 나서(느 8:1-6) 그것으로 끝내 버리지 않고 반드시 말씀을 해석하여 깨닫게 함으로 은혜를 받았다(느8:7-12). "하나님의 율법 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으로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매"라고 했다(느 8:8). 

예수님 시대에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성경을 읽으시려고 일어나셨다. 회당에서 안식일마다 성경 읽기의 범위가 다 정해져 있었다. 이사야서를 읽을 안식일에 예수님이 방문한 것이다. 예수님께 이사야서를 펴 드리자 예수님은 이사야 61:1-2(참고 사 58:6)절을 찾으시고 읽으셨다(눅 4:16-19). 읽으시고 나서 읽은 말씀에 관해서 깨닫게 해 주셨다. 그 말씀을 자신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계신다. "이에 예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되 이 글이 오늘날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고 하셨다(눅 4:21).

구약 성경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 버리면 안 된다. 구약 성경을 읽고 예수님에 관한 말씀으로 깨닫지 못하고 그 주변 이야기만은 깨닫는다면 성경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유대인들과 같은 정신으로 구약을 읽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성경을 읽고 나서 그 말씀을 깨닫게 해주는 설교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을 위해 성경을 읽어야 하는가?

바울이 어느 지역에 가든지 회당을 먼저 찾았다. 당시 회당은 하나님께 예배하는 곳이며 숙소와 직업을 알선해 주는 역할도 했다.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허락해 주신 좋은 선교의 장소였다. 회당에서 하나님께 예배가 드려졌는데 매 안식일마다 읽기로 예비된 구약의 말씀이 있었다. 회당장이라는 사람이 성경을 읽고 나서 청중들에게 말한다. "누가 이 말씀을 통해서 교훈해 줄 사람이 있으면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때 뒤에 앉아 있던 바울이 손을 들고 나와서 방금 전에 읽은 구약의 말씀을 해석하여 깨닫게 해 준다.   

행 13:15절에 "율법과 선지자의 글을 읽은 후에 회당장들이 사람을 보내어 물어 가로되 형제들아 만일 백성을 권할 말이 있거든 말하라 하니"라고 하자 16절에서 "바울이 일어나 손짓하며 말하되 이스라엘 사람들과 및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아 들으라"고 하면서 설교를 한다. 그 설교의 핵심은 구약 성경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 한다(행13:17-41). 예수님에 관한 구약의 말씀을 예수님과 상관없이 구약을 읽는다고 생각해 보라.

또한 "에디오피아 사람 곧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큰 권세가 있는 내시"에 관한 말씀이 사도행전 8:27절 이하에 기록된다. 내시가 "병거를 타고 선지자 아사야의 글을 읽더라"고 한다(행 8:28). 그때 성령의 인도함을 받은 빌립이 성경을 읽고 있는 내시에게 가서 묻는다.

"선지자 이사야의 글 읽는 것을 듣고 말하되 읽는 것을 깨닫느뇨"(행 8:30) 그 때 내시가 이런 말을 한다. "대답하되 지도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뇨 하고 빌립을 청하여 병거에 올라 같이 앉으라 하니라"(행 8:31) 이 같은 대답을 듣고 빌립은 내시가 읽고 있는 이사야서 글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관해서 가르쳐 준다(행 8:32-40).

이상과 같은 이유로 성경을 읽는 것과 설교는 상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필자는 성경 통독 훈련을 하는 모임에서 강의를 듣는 일이 있었다. 그 강의를 듣는 중에 느꼈던 느낌은 성경 읽기만 하면 마치 설교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많았다. 설교를 통해서 성경 읽기를 약화 내지는 비하해서도 안되지만 성경 읽기를 통해서 설교를 약화 내지는 비하해서는 안 된다.

맺는 말

성경을 읽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점차 성도들이 설교의 권위를 평가 절하시키는 것도 문제이다. 일찍이 로이드 죤즈(D.M. Lloyd-Jones)는 그의 저서 '목사와 설교'라는 책에서 교회가 타락할 때 설교의 권위는 약화 내지는 무시된다고 했다. 설교의 권위가 무너지면 설교꾼들이 판을 치고 성도들은 이제 목사의 설교를 원한 것이 아니라 연예인들의 간증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설교의 권위가 무너지면 영사기를 사용한 스크린, 많은 찬송을 부르게 하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 등이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설교하는 시간은 적어지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것을 성도들이 좋아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성경 읽기의 중요성과 설교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므로 균형 있는 신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 읽기가 설교의 권위를 상실케 해서도 안될 뿐만 아니라 설교의 중요성과 그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서 성경 읽기를 약화시키거나 평가 절하시켜서도 안 된다.

"또 그 모든 편지에도 이런 일에 관하여 말하였으되 그 중에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으니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전 3:16)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