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거부해야 할 비판과 권장해야 할 비판은 무엇인가?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 7:1)

'비판'이라는 말은 우리들에게 듣기 좋은 단어는 아니다. 왜 비판이라는 단어가 듣기 거북한 단어인가? 그 이유는 내가 임의로 설정한 기준에 의해 상대방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정죄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 이유는 인간은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판의 부당성이 모든 학문의 세계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아니다'이다. "임의로 설정한 자기 기준"이 아인 "절대적 기준으로 계시해 준 성경 진리"에 의해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있어야 하며 비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증적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어떤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해서 알아보자.

비판하지 말라 하신 예수님의 의도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7:1-2절에서 "비판하지 말라"고 하셨다. 앞뒤 전후의 문맥은 보지 않고 '비판'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뽑아 들고 "왜 비판하느냐"라고 항변한다. 비판받을 짓을 해 놓고 비판하지 말라는 이 말씀을 자기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여 자신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이 있다. 성경도, 하나님도 자신을 위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 비판하지 말라고 할 때 그 비판의 의미를 바르게 알려면 '단어 뜻 풀이식'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다. 문맥의 앞뒤 전후 상황 속에서 비판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야 한다. 단어란 객체로 놓고 볼 때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그 단어가 일단 문맥 속에 들어갈 때에는 그 문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 단어는 다양한 의미가 아니라 문맥 속에서 보여준 하나의 의미를 취한다. 이것을 '의미의 단일성'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중에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믿고 그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예수님을 믿지 않고 오히려 그 예수님을 비판했고 정죄했다. 이때 예수님께서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일차적으로 예수님을 거부하고 비판한 유대인들에게 회개하여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으라는 것이다. 또한 이 말씀은 예수님을 부인한 유대인들에게 정죄를 선언하고 있는 말씀이다.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7:2) 그들은 예수님을 비판했던 그 비판으로 정죄를 받을 것이다.  이 말씀은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따른 제자들에게 자신이 임법자가 되어서 상대를 정죄하지 말라는 말씀으로도 적용되는 진리이다.

잘못된 진리에 관해 비판하라
일반 학문에서나 일반 철학에서는 비판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구원의 가능성을 전제로 비판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의 비판적 사고는 어떤 비판될 수 없는 절대적 기준, 혹은 절대적 표준을 의식할 때 가능해진다. 그 절대적 표준, 불변의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다.

따라서 전통을 통해 권위를 획득해 온 어떤 신학적 주장이나 교리라도 성경의 권위 아래 놓여져 있으며 성경의 명백한 논리와 증거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명백한 비판 앞에는 표현상의 문제라고 하면서 변명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저희가 베드로와 요한이 기탄 없이 말함을 보고 그 학문 없는 범인으로 알았다가 이상히 여기며 또 그 전에 예수와 함께 있던 줄도 알고 또 병 나은 사람이 그들과 함께 섰는 것을 보고 힐난(詰難)할 말이 없는지라"고 했다. 베드로와 요한은 유대인들이 부인한 예수 그리스도를 너무나도 명백하게 증거하고 비판하는 일을 기탄 없이 증거하므로 그들이 할 말을 못하는 모습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우리들에게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사람의 신학적 주장이나 강단에서 행해진 목회자의 설교라 할지라도 판단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 신학의 비판적 작업은 위기 상황을 감지했을 때 생겨나는 것으로 어떤 비판이든지 의미 있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비판에 대한 기준에 대한 명료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성경의 올바른 이해 없이 자기 멋대로 상대가 나를 비판할 때 무조건 권력으로 재력으로 '이상 없음'이라는 면죄부를 받아 내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것은 마치 돈과 권력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살 수 있다는 생각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분명 사탄적 발상임에 틀림없다.

더 무서운 것은 수십년 동안 신앙의 선조들로부터 지켜 온 순수한 아름다운 신앙의 전통을 무시하고 이상이 있는데도 '이상 없음'이라고 선언해 주고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 역시 이미 심판 받은 사악한 자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앞으로 '심판 받을 자들'이 아니라 '이미 심판을 받았기'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비판해도 비판은 받지 않겠다는 어리석음
신학자들이나 목회자들 중에 자신은 상대방을 비판해 놓고 누가 자신의 신학적 이론을 비판하면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도 잘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강의와 설교를 통해서 엄청난 말을 겁도 없이 쏟아 내 놨다. 누가 그것을 비판하면 명예훼손이라고 하면서 내용증명을 보내고 세상 법정으로 가져간다. 순교까지 감당해야 할 우리들이 아닌가? 누가 나를 비판하면 그것을 명예훼손이라고 말한 것은 법 이전에 신앙의 양심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주변으로부터 비판을 당한다는 것처럼 복된 것은 없다. 미리 실수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인신공격을 당할지라도 우리들에게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 그런 인식 공격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길 수 있는 온유가 있어야 한다(민12장 모세의 온유). 

그러면서도 계속된 비판적 작업을 통해서 변증과 논쟁을 통해서 상대를 죽인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직한 자기비판과 진리 비판을 통해서 신학이 발전되고 한 번쯤 자신의 사역을 쉬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상대가 나를 비판할 수 있는 원인 제공을 내가 했구나"라는 겸손한 생각, 나는 내가 이해하는 수준으로 글을 쓰고 설교를 했는데 상대가 그것을 오해하여 비판했다면 그를 정죄하지 말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혹은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글을 썼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비판을 당할 때 무너진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식으로 간다면 우리 기독교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폐쇄적인 집단이 되고 말 것이다. 불신자들은 무슨 문제가 있으면 막걸리 한잔으로 화해하고 해결된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 신자들은 영원히 화해하지 않고 원수로 지낸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예수쟁이들은 막걸리 한 잔만큼도 못된 자들이다"라는 비아냥거린다.

맺는 말
"이 땅에 기괴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 결국에는 너희가 어찌 하려느냐"(렘5:30-31)

이와 같은 상황이 지금도 이 땅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비판하지 말고 "좋은 말만 하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들은 비판이라는 말을 좀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남을 시기 질투하는 비판은 하지 말자. 그러나 거짓 진리를 비판을 하는 일은 교회의 막중한 사명임을 힘써 알자. 그런데 문제는 잘못된 진리를 비판하고 있는데 그것을 문제 삼는다고 한다면 그 사람 역시 비진리에 동조한 적그리스도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하리라. "주여 그들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