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부모 공경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인가?
모세 오경을 비롯한 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출20:12)는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땅히 순종해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말씀도 우리들이 마땅히 순종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 지니라"(출21:17).

또한 "완악하고 패역한 아들"이 부모의 말을 순종치 아니할 때 "그 성읍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 죽일지니 이같이 네가 너의 중에 악을 제하라 그리하면 온 이스라엘이 듣고 두려워하리라"(신21:21)고 한다. 이런 말씀대로 우리들은 순종해야 하는가?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이런 말씀을 어떻게 순종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말씀은 그대로 순종하고 어떤 말씀은 그대로 순종하면 안 되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 공경에 대한 유대인들의 견해
유대인들은 '기록된 토라'(written Torah)와 '구전 토라'(oral Torah)로 구분한다. '기록된 토라'는 모세 오경이다. 그런데 '기록된 율법'을 후대에 사람들의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도록 해석되어 전해 내려온 율법이 있었는데 그것을 '구전 토라'라고 한다. 문제는 '구전 토라'를 '기록된 토라'와 동일한 권위로 부여한다. 심지어 '구전 토라'를 '기록된 토라' 보다 더 권위 있는 것으로 본다. 유대인들은 이 '구전 토라' 역시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주어진 '기록된 토라'와 비교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권위와 영감을 가졌다고 한다(J.Jeremias).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거역하면서 구약 모세의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고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모세 율법에 부모를 거역하고 불순종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말씀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같이 '기록된 율법'을 어떻게 '구전 토라(율법)'로 적용하느냐면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하면서 부모님께 드릴 것을 하나님께 드리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자기 합리화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전한 유전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며 또 이 같은 일을 많이 행하느니라"(막7:13)고 하면서 자신을 거역하고 율법을 지킴으로 깨끗하고 거룩하다고 하는 유대인들을 정죄하고 있다(막7:18). 

이런 사상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있다. 부모를 거역하고 효도하지 않고 순종하지 않더라도 교회에 충성하고 봉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줄 착각한다. "나는 하나님의 일 때문에 부모를 찾아 뵙지 못한다"하는 말로 자랑삼아 간증하지만 이들은 다 유대인들과 같은 '자기 공로'에 도취된 '공로주의'자들인 셈이다.

부모 공경에 대한 계시의 의도
구약 성경에 하나님께서 부모를 공경하라, 또한 부모를 거역한 자들에게는 저주하며 사형에 처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같은 말씀을 하신 의도는 무엇인가? 이 의도를 바르게 알아서 묵상하므로 하나님을 바르게 믿어야 한다. 구약성경에 말씀한 부모 공경에 대한 문제를 오늘날 어떻게 적용하여 묵상할 것인지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녀에 대한 부모의 역할은 "하나님의 계시 전달자"의 사명이었다. 당시에는 사건 현장에 하나님께서 직접 나타나셨다. 크신 이적과 기적을 통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들은 왜 그분만을 섬겨야 하는지를 알려주셨다. 부모는 이런 하나님에 관해서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즉 하나님의 계시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 문제는 자녀가 이런 부모를 거역하면 곧 하나님의 계시를 거역하는 것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모님께 불순종하고 거역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결국 하나님을 거역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진 말씀이다.

물론 오늘날은 하나님의 계시가 현장에서 직접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성경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전달된다. 우리들은 그 성경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을 거역하면 우리들 역시 저주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하나님과 그 자녀와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일반 계시라는 점이다. 이 같은 일반 계시는 특별 계시인 성경을 통해서 얼마든지 설명되고 있는 진리이다.

또한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을 구원의 반열에서 제외된 자들의 생활 태도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전5:8)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긍하며 교만하며 훼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치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딤후3:2) 반대로 부모 공경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것으로 말씀한다.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골3:20)

"만일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들이 있거든 저희로 먼저 자기 집에서 효를 행하여 부모에게 보답하기를 배우게 하라 이것이 하나님 앞에 받으실 만한 것이니라"(딤전 5:4)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라고 하면서 부모에 대한 아름다운 순종의 열매가 없다면 우리들은 심각하게 그의 믿음을 의심하든지, 아니면 아직 믿음이 약해서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신의 부모는 안녕하신가? 
오늘날의 현실을 보라. 교회 성장지상주의 사고방식은 교회 성장을 위해서 가정의 희생을 강요한다. 가정은 무너질지라도 교회는 성장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정은 지금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교회에 충성하고 봉사하면 그만이다. 교회만 열심히 봉사하면 가정의 문제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이 같은 충성스러운 교회 봉사의 모습을 보시고 우리 가정을 축복하시면 모든 문제는 한순간에 해결된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부모 공경에 대한 성경의 질책을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나이 많으신 아버지, 어머니의 점심 식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교회 일에만 분주한 성도는 문제이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하나님은 그것을 싫어하신다면 어찌하려는가? 우스개 이야기로 교회 충성한 집사의 아들은 라면을 잘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하나님은 가정을 무시하지 않는다. 교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가정이다. 가정이 무너지면 교회도 무너진다. 반대로 교회가 무너지면 가정도 힘을 잃을 것이다. 우리들의 신앙생활은 올바른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당신의 부모를 한 번 생각해 보라. 부모 공경도 신앙생활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자. 

맺는 말
부모 공경을 위해서 교회 봉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교회가 중요한 것만큼 가정도 중요하고 부모 공경도 중요하다. 반대로 가정이 중요한 것만큼 교회도 중요하다. 부모 공경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유대인들처럼 생각하여 부모님께 드릴 것을 하나님께 드렸고 교회에서 충성했다고만 하면 하나님은 축복해 주시고 부모에게 불효한 약점이 합리화되는 줄 착각하는 자들이여! 각성하라.

그리고 한국교회여, 성도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라. 가정으로 돌려보내 자녀를 돌보고 부모를 공경하게 하라. 그것이 바로 교회를 위한 길이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길임을 자각하자. 또한 한국교회 성도들이여, 가정이 중요하고 자녀가 중요하면 교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라. 언제까지 자녀를 우상으로 키우려는가? 자녀에게 관심 갖는 것 반이나마 부모님께 관심을 갖자.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