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요 9:2)

우리들은 인간의 한계 상황에서 늘 불안과 근심 가운데 살아간다. 우리 인간은 한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연약한 인간이다. 그래서 장래 일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들을 늘 낙심하게 한다. 그래서 절망하고 좌절한다.

절망이란 모든 희망이 끊어져 체념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들이 보통 절망을 설명할 때에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 및 허무함을 깨달았을 때의 정신 상태를 절망이라고 한다.

이런 절망의 상태에서 체념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식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가? 이런 생각은 어떻게 발전하느냐면 “내 운명이 더러운 팔자를 타고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발전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인생을 살고 있는 성도들이 있다면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분들에게 오늘 우리들에게 주신 주님의 말씀은 우리들을 절망에서 희망을 바라보게 한다. 이제 더 이상 우리들은 좌절과 절망 가운데서 자신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이 우리들을 희망 가운데 거하게 하는지 말씀을 통하여 살펴보자.

장애인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

4요한복음 9장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요한복음 9:1절에 “예수님께서 가실 때에 소경된 사람을 보신지라“고 한다. 그 때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고 있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말을 건넨다. 요 9:2절에 기록되고 있다.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

이 말씀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앞을 보지 못한 장애인을 두고 질문했던 내용이다. 제자들이 무엇 때문에 이같은 질문을 했는지를 알 수 없으나 이 질문 속에서는 다음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남의 불행을 너무나 쉽게 보고 있다
어려서부터 소경된 자를 동정과 사랑을 베풀지 못할 망정 그 사람의 소경됨이 누구의 죄 때문인가를 묻고 있다. 요 9:2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

우리들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할 때에는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의 마음이 어떠할까“라고 한번쯤 생각해 보면서 말을 해야 한다. 무조건 아무렇게나 말을 해 놓고 그 말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없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믿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다.

영국 속담에 “침묵을 지키라, 지킬 수 없으면 뛰어난 말을 하라“고 했다. 침묵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침묵을 지킬 수 없으면 남을 헐뜯지 말고 힘을 주는 말을 해야 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엡 4:29에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잠 25:11에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니라.“

시 109:17~18에 “저가 저주하기를 좋아하더니 그것이 자기에게 임하고 축복하기를 기뻐 아니하더니 복이 저를 멀리 떠났으며 또 저주하기를 옷 입듯하더니 저주가 물같이 그 내부에 들어가며 기름 같이 그 뼈에 들어갔나이다.“

둘째, 소경이 죄 때문에 벌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

이 말씀은 참으로 중요한 말씀이다. 아직도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는 생명의 복음을 마음속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어린  아이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이야기이다. 어떤 목사님이 권사님 한 분을 모시고 같은 교회 동료 권사님의 병 문안을 갔다. 그 권사님은 암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에 가서 목사님이 예배를 드리면서 함께 동참한 권사님께 대표 기도를 시켰다. 그 권사님은 이렇게 기도를 한다.

“하나님, 우리 권사님이 무슨 죄를 그렇게 크게 범했기에 이런 무서운 암이라는 병을 주셨습니까?“

이같은 기도를 듣고 있는 병석에 누워 계신 권사님이 마음이 상했다. 기도한 권사님의 생각이 지금 예수님의 제자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말이다. 기도한 권사님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죄를 범했기에 암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자신은 암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 권사보다는 무엇인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성경은 이것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 한국 교계를 혼란케 했던 사상 중에 하나가 바로 “가계에 흐르는 저주“라는 사상이었다. 미국에서 이상한 이론을 주장하는 책을 번역하여 마치 그것이 성경적인 이론인 것처럼 얼마나 많은 성도들을 미혹했는가? 그들의 이론에 의하면 후손들에게 보여지는 생물학적 질병들, 불행들은 조상들의 죄에 의해 대물림되는 저주라는 이론이다. 이들 역시 예수님과 같은 제자들의 입장에서 남을 비하하고 낙심하게 하는 자들이다.

요즘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주장했던 이모 목사가 이번에 완결편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의 주장은 가계에 흐르는 “저주론“이 아니라 “축복론“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 사상 역시 잘못되었다.

제자들의 편견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
제자들의 잘못된 편견에 관해서 예수님께서 즉시 답변해 주신 말씀이 요한복음 9:3에 기록된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우리들은 예수님께서 답변한 말씀을 통해서 무슨 의도로 주신 말씀인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첫째,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소경된 사람을 보자 예수님께 ‘누구 죄 때문에 소경이 되었느냐‘라는 질문에 예수님은 어느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고 답변하셨다. 우리들은 이 말씀을 잘 살펴야 한다.

인간에게 찾아온 죽음이나 모든 병들은 아담 안에서 모든 인류가 하나님께 죄를 범하여 저주받은 결과이다. 즉 죄 때문에 죽음이 왔고 질병이 왔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를 친히 담당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우리들은 그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서 영원한 사망과 죄로 인한 질병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이제 우리들이 이 땅에서 죽는 일, 병에 걸리는 일 등은 하나님의 저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태어나면서부터 소경된 자의 질병의 원인이 죄나 부모의 죄 때문이 아니라고 말씀한다. 예수님의 이같은 말씀은 제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병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해 주고 있다. 제자들이 생각한 병에 대한 태도는 무엇이었는가? 이방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그런 일반적인 인과응보와 같은 사상이다.

우리들이 흔히 이런 말을 잘한다. “저 사람은 천벌을 받아서 죽었다.“ 죽은 사람을 보면서 “죽은 이유는 죄를 많이 범해서 하나님이 벌을 내렸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이 사람의 논리라면 그렇다면 죄를 지으면 그렇게 다 죽어야 하는가? 그런 죄를 져도 죽지 않을 때 우리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그런 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죄가 있어서 죽은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들은 “왜 죽었을까“라고 질문할 때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기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

바로 이런 형식의 말씀을 예수님께서 하고 계신 것이다.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성경에서 말씀한 원리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일반 현상적인 이야기, 우리들이 그 동안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무속 신앙이나 미신에 의해서 생각하고 말한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자칫 잘못하면 큰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성경을 많이 배워야 하고 설교를 잘 들어야 한다.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자기 중심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결과였다.

둘째,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왜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었다고 하는가? 본인의 죄도 아니요, 부모의 죄도 아니라 무엇 때문이라고 하는가? 그 소경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들은 여기서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 된 자에게서 보여주신 “하나님의 일“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일“을 말하고 싶은 대로 답변하지 말고 성경을 보아야 한다. 성경의 앞뒤를 잘 보시면 그 “하나님의 일“이란 무엇인지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요한복음 9:4에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고 하고 계속 5절에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라“고 하셨다.

9:4에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이란 “하나님의 일“이다. 예수님께서 이제 이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밤이 곧 올 터인데 그 때는 아무도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수님이 계신 동안은 낮이다.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다. 세상의 빛과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일을 하러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선포되는 것이 곧 하나님의 일이다.

요 6:28에서 “저희가 묻되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일을 하오리이까“라고 질문하자 예수님은 이렇게 답변한다.

요 6:29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하나님의 보내신 자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그렇다. 하나님의 일이란 우리들에게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다. 그렇다면 태어나면서부터 소경된 이유는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고자“하는 이유 때문이었
다. 어떻게 이 소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고 있는가?

예수님께서 이 소경을 고쳐 주셨다. 고침 받은 소경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 요한복음 9:11에 “대답하되 예수라 하는 그 사람이 진흙을 이겨 내 눈에 바르고 나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 하기에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노라“고 한다.

이 소경을 고쳐 주신 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요한복음 9:13~41까지 예수님과 바리새인들과 긴 논쟁이 벌어진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소경을 고쳐 주었으니 안식일에 일을 하는 것이고 곧 안식일을 범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과 논쟁하신 이후 결론적으로 말씀한 내용이 요한복음 9:32~33이다.

“창세 이후로 소경으로 난 자의 눈을 뜨게 하였다 함을 듣지 못하였으니 이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지 아니하였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리이다.“

소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보여 주고 계시는데 예수님이야 말로 구약이 예언하고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오셨다. 그 하나님의 일이란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요 9:38에 고침 받은 소경은 “주여 내가 믿나이다 하고 절하는지라“고 했다. 하나님의 일을 소경에게서 나타내셨다.

우리들은 육적인 눈은 온전한데 영적이 눈이 멀어져 있지는 않는가? 우리들은 세상적인 눈으로 하나님의 세계를 볼 것이 아니라 믿음의 눈, 영적인 눈으로 하나님의 세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면 원망과 불평이 앞설 것이다. 만족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좌절과 절망 가운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 앞에 높이 솟아오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 십자가는 우리들을 구원해 준다. 우리들에게 소망을 안겨 준다.

지금 생활고 때문에 힘들 것이다. 자녀 문제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하는 사업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 차마 말 못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마음속에 고민으로 가지고 있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라.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 그리할 때 우리들에게 큰 희망과 소망이 있을 것이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말씀한다. 요 14:1에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고 했다.

요 14:6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했다.

예수님을 만날 때 절망이 희망으로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불평하고 원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하면 나도 그렇게 되어 버린다. 항상 입에서 나오는 말이 “죽겠다, 못살겠다“라고 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다.

요한복음 9장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소경된 자가 누구를 만남으로 인생이 바뀌었는가? 예수님을 만남으로 가능했다. 문제는 요한복음 9:1에 보면 소경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그 소경을 먼저 보셨고 찾아와 주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먼저 찾아와 주셨다. 절망하고 낙심하고 있을 때 우리 주님은 우리들에게 찾아와 주셔서 이렇게 말씀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맺는 말

우리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에 관해서 알아야 한다. 요한복음 9장의 핵심은 소경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예수님께서 그 소경을 고쳐 주시므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을 믿을 때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와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이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의 일이란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 여러분들 더러 재산을 다 팔아 교회 가져오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처한 삶의 현장 속에서 빛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전도의 삶이다. 나의 약함과 약점, 장애의 아픔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때 그 장애는 이제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그 장애가 오히려 더 많은 하나님의 일을 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을 포기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인도해 주신다. 그분을 믿고, 의지하며 그분이 주신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며 힘있게 살자.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