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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의식,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2001년 11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만풍 목사(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국제전도폭발 미주 한인본부 대표)

조선 왕조 정조(1776~1800) 통치기간 중 1787년에 일어난 사건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1791년에 처음 출판된 추관지(秋官志)에 실려 있습니다:

남편의 삼년상을 치르는 기간 중에 구씨가 과부로서 음란한 행동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구씨 남편의 삼촌인 이언이 그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언은 자기 조카 며느리가 실제로 죄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치 않았습니다. 오직 자기 가문에 누를 끼치는가, 끼치지 않는가에 대해서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이언은 조카 며느리의 친정오빠인 구성대와 함께 유죄의 여부도 가리지 않은 채 조카며느리 구씨를 죽여 가문의 이름을 살리기로 공모했습니다.

이언은 구씨를 유인해 내어 구성대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으로 끌고 갔습니다. 구성대는 자기 누이동생에게 재갈을 먹일 것을 제안했고, 구씨의 상복 띠를 풀어 결박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돌을 달아 강물에 던질 때 누이동생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였습니다. 이언은 구성대의 도움을 받아 조카 며느리 구씨의 입에 칡넝쿨로 재갈을 물리고 상복 띠로 결박하여 강물에 던지고 10여 개의 큰돌들을 가져다가 그 위에 눌러서 익사케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건져내어 매장할 때에도 입에 물린 칡넝쿨을 풀지 않은 채로 묻었습니다.

이 사실이 관가에 보고되었고 이언과 구성대는 살인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둘 다 유죄 판결이 났으나 누가 원범(原犯)이냐 간범(干犯)이냐를 놓고 논의하던 중 구성대가 감옥에서 병들어 죽었습니다. 결국 한 살인 사건에 두 사람이 처형을 받는 것이 가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언은 71세의 나이로 엄한 매를 맞고 1790년에 석방되었습니다.

만풍칼럼 오늘의 주제는 “체면의식: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하는 것입니다. 지금 소개해 드린 이야기…. 여러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물론 우리가 조선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를 이해하고 들어야 하겠죠. 그 때는 자기 가문의 명예를 생명과 같이 여기던 시대였습니다. 양반과 중인, 상민, 천민 등의 계급사회였습니다. 매월당 김시습의 매월당집 명분설에는 이런 이론이 전개되어 있습니다:

“귀한 이로 천한 이를 제어하고 천한 이로 귀한 이를 받들게 하여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리는 것은 머리와 눈이 손발을 움직이는 것과 같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기는 것은 가지와 잎사귀가 뿌리를 호위하는 것과 같이 한 연후에야 상하가 서로 자뢰하고 본과 말이 서로 유지되어 이것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나라가 다스려지며 이것으로 집을 다스리면 집이 스스로 정제하여져서 이것으로 하여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남편은 남편답게, 아내는 아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되어 백가지 일이 분에 맞아 순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명분론은 인간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리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대신에 그러한 명분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어 명분에 실리가 희생되는 무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편의 삼촌과 친정오빠에게 무참히 희생된 구씨였습니다. 남편의 삼년상 기간 중에 음란한 행동을 했다는 소문이 집안의 체면을 손상시켰으니 죽어 마땅하다는 명분에 생명을 앗긴 것이었죠. 체면을 걸고 명분을 내세우면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체면은 수치심을 자극합니다. 수치심이 발동하면 실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사실을 확인도 하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게 만듭니다. 이언과 구성대는 단순히 소문만 듣고 구씨를 그토록 처참하게 죽였습니다.

소문으로 손상된 체면은 소문을 퍼뜨린 마을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서 회복되어야 했습니다. 자기 조카며느리라 하더라도, 자기 친 여동생이라 하더라도 가차없이 처단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목전에서 구씨를 극도로 수치스럽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구씨에게 모욕과 수치를 더욱 강하게 안겨 줄수록 자기 가문의 체면이 회복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비록 상황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 자신에게는 이와 비슷한 체면의식이 스며 있지 않은지요? 우리의 체면의식과 명분에 희생된 사람들은 없는지요? 눈 먼 체면의식은 주위 사람들을 너무나 억울하게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문의 체면, 남편의 체면, 부모의 체면, 손윗사람 때문에 무고히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되겠죠.

좀 무겁고 힘든 얘기였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 여러분,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 속에 숨어 있는 지나친 체면의식, 부당한 명분론을 과감하게 가려내어 버리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래야 답답한 세상에서 숨이 좀 트이지 않을까요? 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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