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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나요?
2000년 04월 01일 (토)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만풍 목사(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국제전도폭발 미주 한인본부 대표)

어떤 아이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전쟁은 어떻게 해서 시작되나요?"
"전쟁? 그래, 우선 1차 세계대전을 예로 들어보자"

아빠가 대답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독일이 벨지움을 침략해서 싸움이 일어난 거야."

곁에서 듣고 있던 엄마가 즉시 거들었습니다.
"아들에게 사실을 이야기해 줘야죠! 1차 세계대전은 누가 살해당해서 일어난 것 아니에요?"

아빠는 자기가 엄마보다 더 잘 안다는 태도로 즉시 반격을 가했습니다.
"아니, 당신이 대답을 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대답을 하는 거야?"

아빠의 핀잔에 엄마는 불끈 화를 내며 방에서 황급히 나갔습니다. 그리고 냅다 힘을 주어 방문을 "꽈당!" 소리나게 닫았습니다. 부엌으로 걸어가는 엄마의 발걸음 소리가 "쿵쿵!" 하고 마루를 울렸습니다. 이어서 들려오는 설거지 소리가 유난히 컸습니다. 아빠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부엌에서 "딸그락!" 하고 마지막 접시 놓는 소리가 앙칼지게 들려온 뒤 한 동안 침묵이 흘렀을 때 아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더 이상 설명해 주시지 않아도 되겠어요.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1차 세계대전(1914-1918)은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항가리(Austria-Hangary) 황태자 프란시스 페르디난트(Archduke Francis Ferdinand)가 그의 부인 쏘피(Sophie)와 동행한 자국내 순방길에서 남부 국경에 가까이 위치한 사라예보(Sarajevo)에 갔을 때 쎄르비아 테러리스트 가브릴로 프린십(Gabrilo Princip, a Serbian terrorist)에게 암살 당한 사건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 날 페르디난트 황태자 내외는 갑자기 차에 뛰어들어 두 발의 총을 쏜 프린십을 피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함께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일이 오스트리아-항가리 왕국에게 발칸 반도의 오랜 적수였던 쎄르비아(Serbia) 왕국을 침공할 구실을 제공해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라예보 사건이 일어나기까지는 발칸반도와 유럽 대륙 안에서 일어난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 사이에 복잡한 배경이 얽혀 있었습니다. 이 전쟁의 원인을 간단히 분석해 내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나요?"

아들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은 어떻게 해서 시작되나요?" 하는 단순한 질문을 한 것이었습니다.

"응, 그래! 거야 간단하지. 너 말야, 친구하고 놀다가 친구가 널 약올린다든지, 네가 아끼는 장난감을 허락 없이 갖고 놀면서 돌려주지 않는다든지, 아끼는 물건을 함부로 내던진다든지 할 때 넌 어떻게 하겠니? 처음엔 그러지 말라고 하겠지? 그래도 안 들으면 결국 화가 나겠지. 그렇게 해서 싸움이 시작되는 거야. 그리고 전쟁도 비슷하게 시작되는 거고." 하는 식으로 대답해도 될만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정답을 확실히 모르는 채 어려운 대답을 시도하다가 엄마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엄마도 답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 채 잘못을 지적하다가 그만 아빠의 핀잔을 받고는 애꿎은 문과 마루 바닥과 설거지 그릇들에 화풀이를 했습니다.

아들은 아빠를 신뢰했습니다. 아빠는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엄마도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들을 돕고자 했습니다. 아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해결해 주고자 했습니다. 동기는 순수했습니다. 하지만 방법에 지혜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 사이에 평소 어떤 긴장이 있었던 듯합니다. 자존감에 관련된 어떤 분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의 인격에 손상을 끼칠만한 어떤 멸시적인 태도도 일부 들어있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오스트리아-항가리 왕국과 쎄르비아 왕국 사이의 역사적 배경에 깔려 있던 민족적, 정치적 갈등이 사라예보 사건을 통해서 전쟁으로 터졌듯이 엄마와 아빠 사이의 결혼생활 배경에 깔려 있던 정신적, 정서적 갈등이 아들의 질문으로 인하여 예민하게 들어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채 끝내지 못한 채 엄마 아빠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아들은 엄마 아빠의 대답을 통해서가 아니라 두 분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을 현장에서 목격하고는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배우는 것도 배우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유쾌한 일이 못되었을 것입니다. 애독자 여러분, 이것이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아닌지요? 우리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살아가십시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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