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홍 , 신천지
전체기사 | 상담제보 | 후원신청 | 배너달기
> 뉴스 > 목회·신학 | 김만풍 목사 칼럼
       
여우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1999년 12월 01일 (수)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만풍 목사(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국제전도폭발 미주 한인본부 대표)


  어떤 교포가 교활한 행동을 하는 어느 젊은 미국 여자를 보고는 얄미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다 못한 그 교포는 한 마디 해 주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한참이나 머리를 굴리다가 "당신은 여우야!" 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하여 "유 아 러 팍스(You are a fox!)" 라고 해 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쌩끗 웃으며 "쌩큐(Thank you!)" 하고 받는 것이었습니다.

나쁜 뜻으로 말했는데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사실은 우리말의 "여우같은 여자"라는 표현은 교활하고 얄미운 여자를 의미하지만 영어에서는 속어적인 의미로 "아주 멋진 젊은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었죠. 문화차이의 한 단면을 그러한 언어표현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네, 만풍칼럼을 애독하시는 여러분, 오늘은 여우 이야기를 좀 해 보고 싶습니다. 어느 날 배고픈 여우가 포도원을 지나가다가 탐스럽게 열린 포도송이를 보았습니다. 그 여우는 배가 고팠던지라 포도를 따먹기 위해서 힘껏 뛰어 올랐으나 너무 높아서 입에 닿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뛰어보아도 여전히 헛수고였습니다. 뛸수록 더 허기지고 힘이 빠져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포기한다는 것은 자기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에 "에이, 저건 신 포도라서 따 봐야 별 볼일 없는 거야!" 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서서 갔습니다. 여전히 배가 고픈 채로 말입니다. 이것은 이솝의 여우 이야기였습니다. 이솝의 여우는 자기 능력이 부족한 것을 포도가 시다는 말로써 합리화시킨 것이었습니다.

체면을 지키려는 것은 아름답고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하고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체면을 유지하고자 할 경우에는 허점이 드러나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죠. 얼굴에 완전무흠이라는 가면을 쓰고는 마치 자신의 전 인격이 완전하고 흠이 없는 것처럼 처신하고자 한다면 그 얼마나 힘든 삶이 되겠습니까?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정직하게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이 힘도 덜 들고 건강하게 성숙해 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 이솝의 여우에 이어 이번에는 케스트나의 여우를 한 번 생각해 보죠. 또 한 여우가 어느 날 정말 천신만고 끝에 높은 가지에 달린 포도를 따는 데에 성공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다른 여우들이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그 여우는 포도를 입에 넣고 씹었어요. 아뿔싸! 그 포도는 진짜 신 포도여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혀에 포도국물이 닿는 순간 신 침이 돌면서 인상이 찌그러졌습니다. 그러나 둘러선 여우들이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는 지라 이내 표정을 바꾸며 "음 ... 진짜 단 포도인걸!" 하고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다른 여우들에게는 단 한 알도 나눠주지 않은 채로 혼자서 그 큰 포도 한 송이를 다 먹어 치우고 말았어요.

오직 자기만이 그 포도를 딸 수 있다는 것, 남들은 도무지 먹어볼 수 없는 포도를 자기 혼자서만 포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포도가 시다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남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자기만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었습니다. 신 포도를 먹는 것이 과연 특권이냐 아니냐는 따질 것이 없었습니다. 일단 남들 앞에서 특권으로 인식이 된 것이면 그대로 지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케스트나의 여우는 매일 아침 그 포도나무 밑에 와서 힘껏 뛰어 올라 만장한 여우들 앞에서 거드름을 떨며 그 신 포도를 따먹곤 했습니다. 빈속에 신 포도를 계속해서 먹어댄 그 여우는 얼마 안 가서 위궤양에 걸리더니 암으로 진행되어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사업성공에, 집이니, 자동차니, 옷이며, 음식, 스포츠, 취미생활 등등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다가 케스트나의 여우처럼 되어가는 분들은 없는지 모르겠네요.

자, 이번에는 만풍의 여우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보시죠. 위궤양에 걸렸다가 암으로 진행되어 죽은 케스트나의 여우를 지켜보던 또 한 여우가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을 불러 의논을 했습니다. 그 여우처럼 혼자 먹다가 죽을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을 해서 일단 포도를 따 가지고 맛을 확인해 보자는 거였죠. 어떤 여우들은 뒤로 빠져 구경만 하기로 했고, 또 몇몇 여우들은 한 번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드디어 여럿이 흙을 파서 포도나무 밑에 수북이 쌓아 올리고는 뛰지 않고서도 거뜬히 포도를 여러 송이나 따서 모두에게 나누어주었어요.

물론 구경만 하고 있던 친구들에게도 주었죠. 그 신 포도를 맛보고 나서 대부분의 여우들은 그 죽은 여우를 욕하고 뿔뿔이 흩어졌어요. 이 때 서로 협력해서 포도를 따먹어보자고 제안했던 처음 여우가 다시 몇몇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이대로 흩어질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포도나무들도 한 번 시도해 보자는 거였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여우들은 함께 협력하여 몇몇 나무의 포도를 따서 먹어보았습니다. 과연 그 중에는 달고 맛있는 포도도 있었어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다른 여우들에게 했더니 더러는 믿고 더러는 믿지 않았어요. 믿은 여우들은 함께 와서 서로 도와가며 포도만 아니라 다른 맛있는 과일들도 즐길 수 있었다더군요.

네, 애독자 여러분. 이솝의 합리화 여우, 케스트나의 특권의식 여우, 만풍의 협력 여우…. 마음에 기억해 두었다가 틈나실 때 가끔씩 생각해 보세요. 자,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시길 바라면서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2월호)

교회와신앙의 다른기사 보기  
ⓒ 교회와신앙(http://www.ame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최근 많이 본 기사
정유진(행안부 사무관) 신비주의
<크투> 기자들이 보낸 쓰레기 문
이재록측과 개혁측 ‘충돌’ 초유
예정연의 현실인식과 법리이해의 현
전광훈 ‘대통령 하야’ 발언, 기
‘타작 마당’ 신옥주 항소심 징역
넷플릭스의 '기독교영화' 8선
   <교회와신앙>소개걸어온길만드는 사람들광고안내후원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한국교회문화사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아01814  /  등록일자 2011년 10월 28일 / 발행일 2011년 10월 28일
제호 : 교회와신앙  /  발행인 : 장경덕 /  편집인 : 최삼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봉식
서울 종로구 대학로 19, 303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  Tel 02-747-1117 Fax 02-747-7590
E-mail : webmaster@amennews.com
Copyright 2005 교회와신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ame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