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작은 나라 크라코지아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온 나보스키는 자신이 미국으로 오는 사이 자신의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여권과 비자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에 처한다. 추방하지도 입국시키지도 못하는 JFK공항측은 나보스키를 일단 공항 환승 터미널에 머물게 한다. 뉴욕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그의 기다림은 무려 9개월이나 계속되고, 그 동안 나보스키는 공항에서 먹고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세계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은 공항에 갇혀버린 한 순진무구한 사람의 독특한 경험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나보스키가 공항에서 끼니를 떼우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에도 빠지는 등 공항 안에서의 기이한 삶을 시종일관 유쾌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러 인종, 여러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어울려 가는 나보스키의 모습을 통해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여러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 삶의 최고 덕목임을 강조하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연출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JFK공항을 미국의 축소판으로 여겼다고 한다. 영화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인 공항을 미국이라는 나라에 비유하면서 ‘인간관계를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긴다’는 미국인들이 가진 타인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영화 <터미널>은 현재 전 세계인들이 느끼는 미국과 미국인들을 향한 평가에 대해 ‘비록 현재는 잃어버렸지만 본래 미국과 미국인들이 가진 미덕’을 소개하며 애써 변명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터미널>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향해야 할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미국인을 위한 동화이다.

한편, 막막한 현실 앞에 선 약소국가의 소시민인 빅토르 나보스키를 연기한 톰 행크스는 어디 흠잡을 만한 부분을 한군데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