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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증상
2000년 06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만풍 목사(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국제전도폭발 미주 한인본부 대표)

주전 9세기 경의 그리이스 인물로 전해지고 있는 시인 호머(Homer)는 성격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일화에 의하면 그가 성질이 몹시 급했던가 봅니다. 어느 날 그는 낚시를 하고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고기를 좀 잡았느냐?"
"예."
"얼마나 잡았느냐? 좀 보자꾸나."
"예. 그런데요, 우리는 잡은 것은 다 놓아주었고요. 못 잡은 것은 가지고 왔어요."

호머의 귀에는 아이들이 물고기가 아니라 벼룩들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이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자살을 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대답한 말은 호머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호머가 역사 속에 실존한 인물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분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분노의 증상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분노할 때 자신의 모습을
거울 앞에 비춰보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분노의 증상이 어떤 것인지는 대개 다른 사람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분노하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반대로 얼굴이 하얗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목의 정맥이 부풀고, 주먹을 불끈 쥐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숨을 거칠게 내쉬고, 행동이 거칠어지고, 음성이 달라지면서 말이 사나와집니다. 어떤 사람은 화가 치밀면 말을 더듬기도 합니다. 분노가 뇌의 시신경 중심을 흔들어 놓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기도 합니다. 분노한 사람들은 입술을 굳게 다물기도 하고, 삐죽이기도 하고, 붙였다 떼었다 하기도 합니다. 걸음을 걸을 때 마루를 쿵쿵 구르며 걷기도 합니다.

심인성 의학(psychosomatic medicine) 연구 분야의 개척자인 하바드 대학교 월터 캐넌 박사(Dr. Walter Cannon)는 분노의 증상을 좀더 전문적으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동맥의 혈압이 올라가고, 혈액이 위와 장으로부터 이동하여 심장과 신경조직과 근육으로 집중되며, 소화기관의 운동이 정지되고, 간에 저장된 당분이 온 몸에 분배되며, 비장(지라)이 수축하면서 농축된 혈구들을 배출하고, 아드레날린이 혈액 속에 분비된다"(Paul Lee Tan, Encyclopedia of 7700 Illustrations, #97).

분노한 사람의 몸 안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분노를 자주 하는 사람, 특히 식사 직전이나 도중이나 직후에 분노를 자주 하는 사람은 소화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화가 나면 밥을 안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빈 위장에 소화액이 독소로 작용하여 소화기관을 해칠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화가 나면 폭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분노로 인한 신체 내부의 변화로 인하여 소화를 잘 못 시키게 됩니다. 분노를 풀지 않은 채로 음식을 먹는 것은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얼굴 표정이 무섭고 어두운 방향으로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분노는 흔히 습관화됩니다. 화는 낼수록 더 자주 내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죠. 분노는 전염이 됩니다. 화 잘 내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자기도 화 잘 내는 사람으로 어느 사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화를 잘 내는 경향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늘 보고 듣는 대로 본 받게 되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과 말과 행동과 표정을 답습하게 됩니다.

얼굴에 분노의 표정이 굳어지고, 분노의 주름이 잡히고, 행동에 분노의 습관이 붙어버리면 그것을 풀기가 어렵고 떨쳐버리기가 힘듭니다. 습관적으로 분노하는 사람 주변에는 분노 잘 하는 사람이나 가까이 할까, 다른 사람들은 불가피한 일 외에는 접근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부모나 배우자, 혹은 자녀들마저도 그를 피하기 마련입니다. 자주 분노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홀로 일하고, 대화가 별로 없고, 삶이 단조롭고, 변화가 적으며, 발전이 더디고, 외롭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쁜 일, 즐거운 일을 만나도 충분히 누리지를 못하거나, 스스로 물리쳐버리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자기도 불행하고 주위 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죠. 더욱이 호머처럼 분노한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각자의 분노 증상은 어떤지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우리 자신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분노가 다 이처럼 해로운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당한 이유로 분노하고 합당한 방법으로 분노를 다스린다면 분노가 제 기능을 발휘하여 분노의 목적을 성취함으로써 건강한 정서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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