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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격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2004년 06월 16일 (수) 00:00:00 장경애 jka9075@empal.com

<한 길 가는 순례자> 중에서
유진 피터슨 지음/  김유리 옮김
IVP 펴냄

교만을 모든 면에서 미덕으로 여기고 유익한 것으로 권장하며 성공으로 보장하는 마당에, 교만을 죄로 인식하기는 어렵다. 성경에 근본적인 죄,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하려는 죄,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죄, 움켜쥘 수 있는 한 움켜쥐고자 하는 죄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 이제는 근본적인 지혜로 묘사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발전을 꾀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출세하고, 나 자신부터 챙기고 보자는 것이다. 한 동안은 잘 풀릴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사탄은 자신의 몫을 챙긴다. 남은 것은 파국뿐이다.

게다가 통제되지 않은 야망을 죄로 인식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표면적으로 열망이라는 덕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열망이란 고루하고 안이한 삶에 안주하지 못하고 창조주와 더불어 편안한 관계를 맺기까지, 평범한 상태를 참지 못하고 모든 피조물에 대해 불만족을 느끼는 상태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최선의 것을 희망차게 갈구하는 것이다. 바울은 그것을 이렇게 묘사했다.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 3:14). 그러나 그러한 열망을 위한 에너지를, 하나님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우리 자신의 조잡한 초상화를 그려 넣는 데 써 버린다면 우리에겐 추한 교만의 몰골만 남을 뿐이다. 로버트 부라우닝이 쓴 열망에 대한 유명한 시구가 있다. “인간에게는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있는 법! 어찌 하늘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것은 “하늘까지 손을 뻗어서 아직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모든 것을 움켜 쥐라”는 말로 왜곡되었다. 야심은 무모해진 열망이다.

열망은 어떤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창조적인 힘으로서 성령 안에서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게끔 우리를 인도한다. 야심 역시 같은 성장과 발전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우리가 에덴에서 휴가나 즐기고 있을 시간에, 땀을 뻘뻘 흘려 가며 황급히 바벨탑을 쌓거나 조야하고 보잘것없는 우상을 만드는데 소모되고 말뿐이다. 칼빈의 말대로, “스스로를 야심의 권세 아래 굴복시키는 사람은 머지않아 혼돈의 미로를 헤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직 창조의 맥락에서 살아갈 때만 잘 살 수 있다.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과 사랑을 받는 우리, 만드시는 하나님과 만들어진 우리, 계시하시는 창조의 맥락 말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창조라는 조건을 수용하고 사랑을 체험하며 평강 중에 성숙하면서, 날마다 그리스도 안에서 영광스런 피조물로 자라가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지는 경이를 체험하게 된다. 그것을 거절한다면 인간에게 남는 유일한 대안은 우리와 같은 남자와 여자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초라하고 흉물스러운 신을 모방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우쭐대고 떠벌리며 거만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굽실거리고 겁 많고 유약한 모습? 그렇지 않다. 교만의 함정과 스스로를 과신하는 죄를 의식함과 동시에 우리는 또 다른 함정, 곧 스스로를 지나치게 보잘것없게 여기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최대의 유혹은 어디서든 주인공이 되려는 야심이므로 흠 없는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존재로 죽어지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믿음이란 신경증적 의존이 아니라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신뢰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의 변덕스런 응석을 언제가지나 받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운명을 맡길 수 있는 하나님이다. 그리스도인은, 보호받고 위로 받고 채워졌다는 느낌을 떠나서는 정체감을 가질 수 없는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자발적으로 신뢰할 때 가장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정체성, 하나님이 부여하신 그 정체성을 발견한 사람이다. 우리는 불확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절망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리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믿음과 사랑 가운데 자유롭게 하나님께로 나온다.

하나님은 우리를 세우시되, 그분의 말씀과 은사, 은총을 우리의 의사대로 자유로이 받을 수 있는 존엄성을 지닌 인격으로 세우신다.

어시스트 장경애/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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