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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하는 사람
2000년 03월 01일 (수)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만풍 목사(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국제전도폭발 미주 한인본부 대표)


 어느 음악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날의 음악회에는 한 가난한 음악가가 지휘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음악회를 위한 새 예복을 장만할만한 돈이 없었으므로 그는 자신이 옛날부터 입던 낡은 예복을 입고 연주회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만 연주하던 도중에 그 지휘자는 팔을 힘껏 휘두르다가 그의 낡은 예복이 찢어져 속에 입은 셔츠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한 곡을 끝낸 후 그는 실례를 무릅쓰고 찢어진 예복을 벗어두고 셔츠만 입은 채로 지휘를 계속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킬킬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지휘했습니다. 바로 그때 앞자리에 앉아 있던 신사 하나가 조용히 자기의 저고리를 벗었습니다. 웃던 사람들이 숙연해졌습니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겉옷을 벗었습니다. 이날의 음악회는 어느 때보다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가난한 지휘자, 찢어진 예복, 그것을 벗어놓고 셔츠 바람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별 생각 없이 킬킬 웃어버린 사람들은 마치 "넌 가난하다. 예복 하나 변변한 것이 없더냐? 이것이 무슨 창피란 말이냐? 그래 가지고 무슨 지휘를 하겠단 말이냐? 집어 치워라! ... 난 너와는 다르다."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그 지휘자를 멸시하고 낙심케 만드는 것 같은 태도였죠.

 지휘자가 자기의 찢어진 예복을 벗었을 때 자기도 함께 저고리를 벗은 그 신사의 관심은 그 지휘자가 얼마나 가난했느냐, 얼마나 구차했느냐, 얼마나 큰 실례를 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당혹스런 상황을 잘 극복하고 이미 시작된 연주를 잘 진행하여 마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느냐, 관객들이 그 음악회를 끝까지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해 주느냐, 그리고 그 가난한 지휘자를 어떻게 뒷받침해 주느냐에 있었습니다. 그 신사의 가슴속에는 관객과 합창대원,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넓고 깊은 마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위기 상황에 민감하고도 힘있게 대처하는 정중한 재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휘자의 가난함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장래를 축복해 주는 큰 격려였습니다. 뭇 사람들을 콧등이 시큰하도록 감동시켜 태도와 행동을 바꾸어 놓은 그런 격려 말이죠.

 제가 20대 초반 어느 교회에서 설교했을 때였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바로 앞에 서서 걷고 있던 그 교회 성도 한 분이 함께 걷는 무리에게 큰 소리로 "에이! 오늘 김전도사 설교 말이야.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 그 소리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내가 세어 보았는데 마흔 세 번이나 반복했어. 듣기 싫어 혼났네. 도무지 은혜가 안됐어." 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뒤에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분의 말을 듣고는 함께 가던 사람들이 큰 소리로 웃었다는 것과 그분의 부인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자기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며 "아니, 당신은 하나님의 말씀은 안 듣고 전도사님 설교 시간에 예수님 이름을 몇 번 부르시는가만 세어봤어요? 장로라는 사람이 그래 가지고 되겠어요? 난 어린 전도사님 순박한 설교에 은혜만 됩디다." 하고 반박했다는 것입니다. 뒤따르던 제 옆의 교인들은 그 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를 쳐다보고 동의의 뜻을 확인해주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두 가지 느낌이 교차했습니다. 하나는 몹시 부끄러웠다는 것입니다. 제 설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너무 자주 반복했기 때문에 은혜가 안되었다는 말이 저를 심히 부끄럽게 했습니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이 듣는 공개적인 분위기에서 그 말을 하고 무리와 함께 저를 비웃었다는 생각이 저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뒤따르는 감정은 좌절이었습니다. 난 설교자로서는 너무 부족해서 목회자가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먼저 저 자신의 초라하고 못난 모습에 대해서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그분에 대해서 화가 났습니다.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라면 어린 전도사 하나 키운다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자리에서 덕스러운 충고로 말씀해 주셔도 될 텐데 다른 교인들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리다니 ... 하는 생각에 이르러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괴로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힘들었습니다. 마음속에서 그 생각이 꿈틀거리며 머리를 들려고 할 때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생겼습니다.

 다음에 저를 비판하신 분의 부인을 생각할 때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저와 함께 걷다가 그 부인의 말을 듣고 의미 있는 눈빛으로 동의의 뜻을 표해주었던 분들이 나중에 생각해도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습니다. 그분들의 격려가 저로 하여금 목회자의 소명을 더욱 분명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의 설교 발전에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역에 더욱 열심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성령께서 그분들의 자세와 격려를 통해 저를 변화시켜 주셨다고 간증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때의 일로 일평생 주님 섬기는 일에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설교에 있어서 수사학적으로 같은 용어를 불필요하게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을 비판하여 우스갯거리로 삼아 낙심케 하기보다는 격려하여 세우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아지게 하는 일에 힘쓰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격려하는 사람입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들어 사시기를 바랍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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