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스쿨에 다니는 고등학생 4명이 특정한 종교의식을 강요하지 말라며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학교당국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가운데, 이 기회에 미션스쿨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학교와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7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강의석 군(사진·고3)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믿고 싶은 종교를 선택하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지만 배움의 공간인 학교에서 종교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특정한 종교의식의 강요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션스쿨인 대광고등학교(교장 탁준호) 학생회장이었던 강 군은 지난 달 16일 학내 방송을 통해 ‘종교자유 선언’을 발표한 뒤 서울시교육청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종교와 관련한 학교측의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학교에서는 지속적으로 전학을 권유했고 강 군측도 이에 합의했으나 돌연 취소해 결국 7월 8일 제적됐다. 

그러나 학교측의 제적을 기점으로 이 문제가 더욱 공론화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단체들은 제적 통보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법원에 학생부당징계 가처분 소송을 내는 한편,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에 있는 289개 고교 가운데 기독교학교연맹에 소속된 학교는 총 50개. 전문가들은 비평준화 지역이 아닌 서울과 같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교를 배정받는 평준화 지역에서 종교적 문제로 인한 학교와 학생간의 갈등은 늘 존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대광고등학교 탁준호 교장은 ‘선지망 후추첨 제도’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에 종교 부분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미션스쿨을 원하지 않는 학생은 배정하지 않는 등 선택의 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탁 교장은 “이미 서울 일부와 지방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확대한다면 종교적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기독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7월 17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흥사단 강당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 계통 사립학교의 설립 이념에 기초한 정당한 교육권과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학생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학교에 입학하지 않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좋은교사운동은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교육부 관계자, 기독교학교연합회, 기타 전문 단체들이 참여해 적절한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미션스쿨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영훈고등학교 기독학생회 최관하 교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문화 속에서 학생들의 생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현실을 외면한 채 고정되어 있는 (종교의) 틀을 강요한다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의석 군은 “미션스쿨에 다니는 많은 학생들이 종교적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학생에게 종교적 자율권의 보장과 학교 내에서 보다 공론화 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