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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구멍 통해 들려오는 주님 음성
루오/ 수난에서
2004년 07월 14일 (수) 00:00:00 최민준 wjjo1004@yahoo.co.kr

 

열쇠 구멍은 문을 열 수 있는 기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열쇠 구멍을 통하여 이쪽에서 저 쪽을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어떤 때는 문을 열어 보는 것보다 열쇠 구멍으로 드려다 보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고 충격적일 때가 많다. 특히 어릴 때는 어린이가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를 볼 수도 있고 이쪽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저쪽에서 놀라운 사건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도 있다.

그럴 때에 보여지는 사실에 따라 경악과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열쇠 구멍으로 보는 세계가 현실에서 노출되어 그대로 보여지는 것보다 흥미롭고 경이로운 것은 저쪽에서는 이쪽에서 보고 있는 나를 모르고 있다는 안도감에서다. 또한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비밀을 간직하는 즐거움을 열쇠 구멍은 한층 상승시켜 제공해 준다.

   
▲ 루오(Rouault Georges-Henri 1871~1958 프랑스) 수난에서(passion 1939).
루오(Rouault Georges-Henri 1871~1958. 프랑스)는 그의 패션(Passion)시리즈 12장의 그림을 모두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듯이 혹은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있는 것처럼 예수님의 수난의 모습들을 묘사하였다.

이 그림은 ‘여기에 이 세상은 없어지고 새 세계가 탄생했다’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지금 꽉 찬 문과 같은 화면속에 조그만 네모 구멍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있다. 그 속으로 보여지는 것은 세 개의 십자가이다. 십자가 옆에는 둥근 달이 하얗게 떠 있는데, 그 둥근달로 말미암아 네모 구멍속의 공간이 무한한 공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 중 중앙에 솟아 있는 산 위에 서 있는 십자가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옆의 각각의 십자가는 두 강도의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두 개의 십자가이다. 그러나 이 십자가의 모습은 그 옛날 골고다 언덕에 세워졌던 십자가가 아니라 무덤위에 세워진 십자가처럼 보인다. 더구나 그 옆에 떠 있는 하얀 달은 밤중의 공동묘지를 연상하기에 충분한 광경이다.

그러므로 만약 열쇠 구멍으로 이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면 절대로 문을 안 열 것이다. 그런 공동묘지로 나갈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열쇠 구멍으로 비밀한 것을 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열쇠 구멍으로 보았던 사실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은 조그만 구멍을 통하여 묘지와 같은 광경을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그 문을 결코 그 쪽으로 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묘지의 모습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그림을 다시 보자. 지금 네모난 구멍으로 묘지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 구멍으로 묘지가 이 편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열쇠 구멍을 통하여 이쪽에서 저쪽에 있는 묘지를 보았을 때는 묘지는 아무 말이 없다. 그러나, 저쪽에 있던 묘지가 나에게 다가올 때는 묘지는 할 말이 많다. 더구나 이것은 예수님과 양편에 서 있던 강도가 육신의 삶으로 있다가 영원한 삶으로 옮겨진 흔적이다.

얼마나 많은 말씀이 들려오고 있는가? 이 소리를 들어보자는 것이 루오의 메시지이다. 물론 예수님의 묘지는 없다. 그러나 산 위에 십자가가 세워짐으로 말미암아 그 곳에 예수님이 계셨다는 흔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우리의 마음 속에 십자가가 새겨진다. 그러므로 이 그림은 바로 내 심령을 바라보는 열쇠 구멍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듣고 있는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 21장 16절).
<선한이웃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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