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김기홍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돈되는 일을 마다하는 사업가를 보신 일이 있습니까? 아마 그런 사업가라면 이 사회에서 ‘밥먹고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유익이 되는 일도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다면 거부하고, 유익이 없는 일도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다면 한다‘는 신념을 갖고 10여 년 사업을 하여 연건평 530여 평의 건물에 130명의 직원과 연 220억의 매출을 올리는 신실한 기업을 일궈온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텔레마케팅(주)의 장순웅 대표이사입니다.

통신 판매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1992년, 14평 짜리 사무실에서 창업을 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회사의 통신 판매 목록에는 성인관련 비디오 테이프나, 주류(酒類) 등이 빠져 있습니다. 물론 이런 품목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 장사장의 신앙적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원칙은 창업 후 최대 위기를 겪었던 98년 부도 위기를 맞은 가운데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위기를 직원들의 모금과 주변 사람들의 후원으로 넘기고 회사는 기사회생하게 됩니다.

경기침체에 빠져 위기감이 고조되며, 세속화된 사업 논리가 정석이 된 이 때, 장사장의 정직과 신앙으로 이뤄가는 경영 비법이 한해를 여는 독자들에게 많은 의미를 전달 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편집자 주>

▲ 장순웅 사장(왼쪽)과 김기홍 목사

▶ 그 동안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굉장히 빨리 발전을 하셨더군요. 10년이 못되어 매출 220억원을 올리셨죠? 좋은 건물도 지으시고, 교회로 치면 좋은 예배당을 갖게 된 것과 같은데 회사를 설립하게 된 동기와 지금까지의 발전 사항을 소개해 주세요.

- 회사는 1992년 10월 19일에 설립해서 만 9년이 되었네요. 회사 설립의 특별한 동기는 없다고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사업을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저는 본래 현대 백화점에서 바이어 생활을 해서 유통을 좀 알고 있었고, 왠지 이쪽 분야(통신판매)가 성장할 것 같은 생각도 있었어요. 관심도 있었구요. 현대 그룹에 입사해서 현대 자동차에서 생활하다가 현대 백화점 프로젝트로 전출을 한 특별한 케이스로 있다가 백화점에서 숙녀복, 잡화 바이어를 하며 만 4년을 유통을 배우고 통신판매 쪽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 중에 창업은 얼떨결에 한 케이스입니다. 남들처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 창업을 할 때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저희가 시작할 때도 불경기였습니다. 대선이 있었던 해였고, 경기가 안 좋았고, 그리고 통신 판매 업종은 워낙 초기상황이었어요. 우리 나라에서는 텔레마케팅이라는 용어도 없을 때였고, 통신 판매도 아주 일부에서만 시작할 때였죠. 현재는 저희 보다 앞선 기업들이 없어졌기에 저희 회사는 국내에서 전문업체로 남았습니다. 저희 앞에 몇 개 회사가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서 사업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용어 알리는 데도 힘들었어요. 통신판매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하느라 바빴죠. 덕분에 매스컴을 탄 적도 있습니다. 새로 법인화했더니 특이한 것 한다고 경제신문에서 다룬 적도 있고, 기자들이 와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거냐‘는 질문을 한 적도 있었어요.

▶ 처음에 어떻게 견뎌내셨나요? 시작할 때는 아무래도 적자 아니었겠어요? 얼마동안 적자를 내다 흑자로 돌아섰는지 설명해 주시죠.

- 오픈한 첫 해에는 매출이 없었어요. ‘제로‘였죠. 사실 그 때 약간의 좋은 계획들이 있었는데 모두 무산이 돼서 그 해는 매출 없이 지나고, 그 다음 해에는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1억 6천 5백만 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아주 작은 매출이었죠. 순전한 적자였습니다. 그 때 직원은 합해야 10명 정도였죠. 그 다음부터 매출이 탄력을 받아서 급성장을 했어요. 그래서 만 4년만에 1백 배, 167억이 되었으니까요. 그 때는 뭐 5배, 2배 그렇게 계속 성장을 했습니다.

▲ 사업 초창기부터 술, 제사 용품, 성인비디오 등은 취급하지 않았다는 장순웅 사장.

▶ 술이나 제사 지내는 도구 등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기독교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사업에 지장이 많지 않나요?

- 본래 하다가 중단했더라면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데 처음부터 안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서 상대적인 이익이 적어지는 것은 없었어요. 크리스천의 양심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또 그런 것들은 품질도 좋지 않습니다. 제일 대표적인 것이 성 관련 제품이거든요. 그게 굉장히 매출이 좋아요. SEX VIDEO나 부부 성생활 등을 다룬 것을 취급해서 급신장한 회사들이 무척 많아요. 비디오 두 개에 약 3만원 정도를 했는데 그것을 갖고 월 억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안 했어요.

그리고 제기 세트 같은 것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은 이유 외에도 가격의 이유도 있었어요. 그것들이 공산품이 아니다보니 원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취급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앙적인 이유가 강했죠. 그 중에 수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저희가 주로 밝은 분위기의 생활용품을 취급하는데 죽음과 관련된 문화라는 생각 때문에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그것을 윤달에 판매하거든요. 언제까지 미신에 사로잡혀 있어야 되는가 라는 생각으로 안 하게 되었어요. 직원들이 초기에는 그런 것들을 팔자고 건의를 한 적도 있죠.

주류 판매가 저희 업계의 관건인데 주류 판매가 허용돼도 술은 안 판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이런 말을 하면 거창하지만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장으로서 신앙의 신념이랄까, 그런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특별히 신앙적 원리보다도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늘 해와서 교회와 학교, 가정에서의 가르침이 총체적으로 합쳐진 것 같습니다. 제가 신앙적으로 똑바로 서서 살아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를 계속 지배해 왔던 것들이 신앙의 원리이기 때문에 그대로 하는 게 오히려 편했어요. 경쟁 사회에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갖고 생활하면 힘들잖아요. 그래서 제가 편한 것을 갖고 해야지 경쟁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니까 신앙의 결단을 내린다든지 신앙생활을 해야겠다는 각오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아왔던 신앙의 방법대로 기업을 이뤘다는 말씀이군요.

신자들이 교회 생활과 바깥의 생활이 이중적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사장님의 간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주위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 자신도 굉장히 도전을 받았어요. 작은 것 하나에도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전 간증을 듣고 교통신호 정확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당히 넘어가지 말고, 정확히 차선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죠. 신앙생활을 하면서 조그만 것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은 거짓말, 사소한 규칙, 중요하지 않게 보이는 약속, ‘그럴 수 있지 않는갖라면서 넘어갔던 것들이 양심에 걸리더군요. 이런 문제에 덧붙여, 사업하시는 분이니까 성경에서 돈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잘 알고 계실 듯 한데요.

- 예, 그 부분에 관심이 많았고 그 관점으로 성경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돈에 대해 성경에서 좋다 나쁘다보다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것을 발견했고, 돈의 문제는 하나님이 먼저냐, 돈이 먼저냐 하는 거예요. 우선 순위의 문제죠. 우선 순위가 하나님이냐, 돈이냐 라는 건데 돈을 하나님만큼 위대하게 보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돈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생에 있어서 돈이 차지하는 영역이 워낙 크다 보니까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있어서 사람들이 종종 혼동을 일으켜요. 사실 개인적으로 돈 문제에 있어서 저는 체험도 있었습니다.

신앙의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있는데 바로 우상문제였죠. ‘우상이 과연 뭔가?‘, 우상이란 관점에서 성경을 깊게 두 세 번을 독파한 적이 있습니다. 읽고 나서 내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나님을 믿는 것도 자칫하면 우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사업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 잘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또한 잘 살기 바라지 않는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 그것만 추종하며 하나님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우상이 되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깨달음을 계기로 저는 사업을 하는 10년 동안 계속 돈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생활을 많이 했습니다. 먼저 구해야 할 하나님의 나라와 의, 그 다음에 나 자신의 소위 말하는 기복적인 것들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의식적으로 그런 기도를 하지 않았죠. 그런 노력을 10년 정도 했어요. 끊임없이 돈에 대한 자기 부정을 해 왔어요. 그런 것을 통해서 돈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분명하게 하나님이 훈련을 시켜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를 진행하는 김기홍 목사

▶ 돈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고 하셨는데 좀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저는 우상이냐, 우상이 아니냐는 기준을 하나님을 향한 것이냐, 나를 향한 것이냐 그렇게 구분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동기나 목적이 나를 위한 것이 되면 그것이 곧 우상이듯이 돈을 추구하는 목적도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겁니다. 분명히 그 동기가 뭐냐고 했을 때 그것이 순전히 나만을 위해서일 때는 배제하는 것이죠.

▶ 사업을 하다보면 회사를 위하고 나도 위할 수 있잖아요? 지금 말씀하신 것은 전반적인 내 삶의 목표를 하나님 앞에 두겠다는 건가요?

- 예. 돈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전반적인 삶에 대한 목표도 그렇죠. 저는 사업가도 성공을 위해 부르심을 받는다기보다 하나님 앞에 순종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는 다는 생각을 해요.

▶ 우리 신자들이 착각하는 게 ‘믿습니다‘라고 기도만 하면 자동으로 뭐든지 해결이 되는 것으로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 가운데에서도 기도하고 눈을 떠보니 좋은 상태로 되어 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간증하는 분들이 많아요. 교회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기도원에서 한달 동안 금식하고 왔더니 다 해결이 되었다, 자기가 할 일은 안 하고 기도만 하고 왔더니 다 해결되었다는 식으로 간증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신자들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안 한다든지, 무서운 사람은 안 만나든지, 지겹고 지저분한 일은 안 하려고 하면서 다시 말해, 겪어야 할 일이나 지불해야 할 희생은 안 하고 기도만 한다고 합니다.

장사장님은 고통을 그런 식으로 해결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도하면서도 자신이 할 일이 있는 법이지요. 또한 세상과 삶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상당한 아픔과 차가움과 억울함을 안겨 주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 우리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역사를 인정해요. 그러나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사업을 할 때 일반인들은 의사결정이 간단해요. 돈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윤리적인 사람이면 이것이 법에 저촉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져요. 법에 저촉이 안 되면 하죠. 좀 비윤리적인 사람은 위법적인 요소가 발견되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크리스천들은 그것이 돈이 되고, 또 법적으로 가능해도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일이면 안 할 수도 있고, 또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안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이것이 이익을 포기하는 쪽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더구나 세상의 부정과 비리 그리고 관행과 맞설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감수하고 각오하지 않으면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하고 똑같으면 구별되는 게 없죠.

요즘 경영학에서 최신 이론들이 나타납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상당히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종국에서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그 법칙이 이뤄지는 쪽으로 나타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크리스천들이 사업하기가 가면 갈수록 쉬워지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이해하는 성경적인 원리들이 경영의 보편적인 원리와 맞아 들어가는 시대가 되어 가는 것을 보며 어떤 의미에서 저희 신앙의 선배들, 저희보다 나이가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하셨을 때보다 저희가 훨씬 더 쉬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많은 크리스천 선배들이 잘못된 관행을 위해서 희생하고 기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의 법칙이 실현되는 쪽으로 세상이 흐르지 않느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질적으로 예전에 없었던 방법이나 기법이 생겨나고 있어요. 하다 못해 고객 만족이나, 종업원 만족이라는 말도 옛날에는 생산성의 향상이나 매출의 향상 때문에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는 그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기업들이 이것 저것 하다가 다 안됐거든요.

그래서 자꾸 방법을 찾으며 헤매다가 결국 하나님이 예비해 두신 것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성경적인 원리를 이야기하는 것들이 예전에는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것들을 말하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요즘에는 일반 기업경영의 원리와 성경적 원리가 비슷해져간다는 거예요. 어떤 의미에서는 크리스천들이 말씀의 법칙대로 기업경영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죠. 요즘은 성경의 법칙이 결국 그것이 우리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있습니다.

▶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죠.

- 저희 나라만 해도 IMF가 터지고 대우사태를 통해서 분식회계 문제, 재정의 투명성, 재벌의 윤리성이 불거졌어요. 이것은 기업들이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인데 못 해왔던 거예요.

하나님의 법칙이 아닌 것들로 기업경영을 해서 결과적으로 돈을 벌고 잘되었느냐는 거예요. 오히려 반대로 나라가 파탄에 빠졌단 말이죠. 그러니까 종국에 이래서는 안 된다는 각성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때 하나님께서 당연히 정직해야 한다는 아주 보편적인 원리를 이미 가르쳐 주신 거예요. 그런 면에서 크리스천 기업인이나 사장들이 각성해야 해요. 세상도 ‘투명해지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크리스천들은 아직도 현실 운운하면서 ‘사업은 어쩔 수 없다‘며 세상적 원리로 경영한다면 아주 이율배반적인 일이에요.

▶ 이 회사도 위기를 겪지 않은 것은 아니잖아요. 거의 문을 닫게 되는 상황까지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말씀해 주시면 크리스천 실업인들은 물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목사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사업을 하면서 잘 되도 항상 마음속에는 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염려나 부담이 많아요. 물론 염려나 부담은 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염려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IMF 때도 어려움을 겪었고, 작년에도 사실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대거 사직을 하는 바람에 ‘휘청‘한 적이 있거든요. 사원들이 다른 곳으로 스카웃이 많이 되어 다른 회사로 떠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 때 가만히 묵상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님도 참 배반을 많이 당하셨구나.‘ 나도 사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잘해줬다고 생각을 했는데 떠날 때 남겨 준 배신감으로 잠을 못 이루고 화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거든요. 그랬는데 주님께서 더 큰 배신을 당하셨으니 저를 이해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묵상이 사실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 배신은 그렇게 극복을 했다지만 건물을 짓고는 IMF를 맞아 재정적으로 너무도 힘든 적이 있었죠?

- 회사가 성장하면서 건물을 지었죠. 96년도 말에 입주를 했는데 1년 후에 IMF를 맞았습니다. 건물을 지을 당시 어음을 발행하고 장비나 설비를 많이 들여왔는데 IMF가 오면서 매출이 급감했어요. 저희가 당시 월 20억씩 매출이 발생했는데 갑자기 9억 5천, 4억 5천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금회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건축할 때 썼던 어음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대출금과 리스했던 금리가 고금리로 전환되어 이자 부담에 대한 압박감에 눌리며 자금의 어려움을 말도 못하게 겪었어요.

매출이 없었던 때 매출을 일으키려고 고심하고 매달 메우고, 메우고 연명하다가, 98년 말 가장 큰 어려움을 당해 부도 직전까지 갔어요. 실제적으로 부도를 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어요. 이런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 고린도전서 10장 13절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던 중에 마음을 고쳐먹고 부도 결정을 번복하게 됐죠. 그러면서 기사회생하는 일이 있었어요.

▶ 회사가 넘어가려고 할 때 편법에 대한 유혹, 이렇게 해야 되지 않느냐, 옳지 않은 방법이지만 남들이 많이 하는 관행을 써서 넘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마음은 없었나요?

- 부도 직전 직원이 그런 일을 건의했습니다. 양심상 YES라고 말은 못하고 묵인만 하고 있던 상태였어요. 그런 찰나에 시행 전날 저녁 때 실업인들의 부부들이 모여서 같이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그때 시편 139편을 읽으면서 큰 부담을 느꼈어요.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감찰하시고 아셨나이다. 주께서 나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며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통촉하시오며 나의 길과 눕는 것을 감찰하시며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 여호와여 내 혀의 말을 알지 못하시는 것이 하나도 없으시니이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나의 그런 마음, 어려움 당했을 때 편법을 쓰고 싶은 마음을 하나님께서 지켜보신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박힌 거예요. 다음 날 묵인했던 것을 철회하고 안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그 다음부터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어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고, 주변의 많은 분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돈들을 후원하면서 어려움을 넘기게 되었어요. 정말 기적적이었죠. 얻은 돈들도 몇 달 후에 단계적으로 갚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시편 107편에 보면 하나님께서 환난 중에 말씀을 보내서 우리를 위경에서 건져 주신다는 말씀이 있어요. 그 말씀을 실감했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말씀 중에 시편 138편 8절이 있어요. “여호와께서 내게 관계된 것을 완전케 하실지라“는 말씀입니다. 위기가 지난 어느 날 아침에 노트에 적어가면서 QT를 할 때였어요. 제가 겪어온 것들을 식구들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트에, 겪었던 어려움들을 적어내려 가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가를 구체적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나와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로부터, 그 다음에 나와 아내, 나와 자녀, 나와 직원들과의 관계, 돈 빌리려 했던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설정해 두고 하나하나 적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항목이 한 페이지 정도 되었는데 제가 놀랐어요. 하나님께서 어느 한 곳도 터치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말씀 묵상을 하며 좀더 세밀하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주변을 좀더 세밀하게 세분화시켰지요. 나와 하나님, 교회와 나, 내가 속한 CBMP 회원과 나와의 관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등 하나 하나 적는 데 하나님께서 한군데도 안 만져 주신 곳이 없음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적다가 딱, 한가지 해결 안된 부분을 찾았어요. 12월 23일이 수요일이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이 목요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저와 전무와의 문제였어요. 어려움을 당하는 과정에서 전무의 의견을 들을 생각도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결정하고, 혼자 다했다는 것 때문에 전무가 사표를 냈어요. “회사가 위기를 당했을 때 의사결정에 참여를 못하는 중역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서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저는 이런 얘기를 전무에게 했어요.

“개인적으로 전무님을 잡거나 만류하거나 내보내거나 하지를 않겠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해보고 응답대로 처리하십시오.“ 그랬는데 그분이 23일에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 수요예배에 참석하셔서 하나님의 만져 주심을 체험한 거예요. 그 날 엄청난 눈물과 통회가 있었죠. 24일 아침에 출근을 하니 전무가 와서는 “사장님 미안합니다“라며 사표 쓴 것에 대해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번에 우리를 살려 주셨습니다“라며 신앙 안에서 다시 결속이 되는 계기가 있었죠.

하나님께서 다 만져 주셨는데 우리 전무와의 관계는 하나님께서 남겨 두셨다가 가족들과 말씀을 나누려고 했던 아침에 해결해 주셨어요. 하나님께서 나와 관계된 것을 완전케 하시리라는 말씀이 얼마나 피부에 와 닿는지 너무나 감사했어요.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어요. 국내 경제가 거의 좋아질 이유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극약처방으로 굴러 왔기 때문에 기업들도 끊임없이 부침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제게 용기를 주셨어요. 하나님이 저를 사업가로서 맷집을 키워 주신 것 같아요.

▶ 그것도 중요하죠. 환란을 통해서 훈련을 받으며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는 힘과 인내와 참을성을 갖게 되니까요.

- 맞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어려움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극복을 하게 해 주실까 기대가 될 정도예요.

▲ 한국텔레마케팅 주식회사 앞에 선 장순웅 사장(왼쪽)과 김기홍 목사

▶ 실제적인 문제로서 주변에서 많이 듣는 문제입니다. 세무서가 합리적인 기관이라고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냥 정직하게 세금을 내도 매년 이것은 얼마씩 더 내야겠다고 올리고, 세무조사를 할 경우 이것은 얼마를 받아야 한다는 액수를 정해 놓고 여기 걸고, 저기 걸어서 추징하는 문제 때문에 우리 나라 기업들이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사업을 못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세법이 갖는 문제는 있다고 봅니다. 부가가치세가 10%라면 너무 높다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거기서 절약을 해 보려고 온갖 거짓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일단 저는 크리스천이라면 국가의 법에 대해서 순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짜 정직하게 세금을 내서 망한다면 세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에 세법 개정을 건의해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정직하게 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관행으로 탈세를 하고, 정확하게 좌표를 노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세무서 직원들도 법에 어긋난 것들을 갖고 와서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세무조사를 2번 정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저희 경우에도 목사님 말씀하셨듯이 와서 며칠씩 출장을 나왔는데 얼마를 물려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잘못한 게 있으면 내겠다“ 했더니 나중에 “그것은 계도할 사항이지 사실은 무리하게 뭘 추징할 사항은 아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단 1원도 낼 수 없다“고 했어요. 우리가 잘못할 수도 있죠. 우리도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했으면 원칙적으로 물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얼마 액수를 정해서 낸다, 이것은 저희로서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면에서 크리스천 기업인들이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자금축적이 안되고 이익을 낼 수 없다면 그런 사람들이 몇 사람만 뜻을 모을 때 법은 충분히 고쳐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금 문제만 해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금 잘 내는 것이 애국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기독 실업인들과 함께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 좀 부탁합니다.

- 한국기독실업인회가 있어서 저희가 2010년까지 1만 명의 회원을 목표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일원으로서 제 개인적인 바람은 이 모임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2010년에 1만 명이 된다면 1만의 크리스천 기업인들이 존재하는 집단이 있는건데 그런데도 우리 나라 경제가 지금보다 안 좋거나 잘못된 부조리나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거나 땀흘려서 대가를 못 받는다면 하나님 앞에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숫자가 적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봐주시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1만 명의 크리스천 자영업자가 그것도 조직화된 그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서 기도하는데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면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이 백 만 명이 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마지막으로 교회라든지, 목사님들이 기독실업인회에 대해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면 얘기해 주십시오.

- 우선 성도들을 교회만 충성하는 사람들로 키울 것이냐, 아니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로 육성시키고 바라봐야 할 것이냐 입니다. 기업현장이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다이나믹한 전투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파송한 선교사라는 개념으로 잘못된 악습들을 과감하게 끊고 하나님의 방법대로 고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크리스천의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야 합니다. 기업인들이 나가서 일을 하면서 외롭고 힘들 수 있거든요.

그럴 때 교회가 감싸고 격려해 주고, 위해서 기도해 주고, 지원사격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나가서 싸우다가 지쳐서 교회에 오면 평안도 얻고, 쉼도 얻어서 다시 영적 재무장을 해야지요. 그래서 다시 나가서 더욱 열심히 그리스도의 군사로 싸우면서 사탄의 견고한 진들을 없애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도록 훈련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절대 시간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절대 시간을 기업 현장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어요. 기업현장이 교회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기본적인 배려나 생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시고 좋은 말씀을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