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4, 5월이면 남북전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곧 통일을 의미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뜻합니다. 계룡산을 중심으로 우주일주평화국이 세워지고, 메시야, 하나님의 어린 양, 정도령, 만왕의 왕인 내가 그 나라를 다스리게 됩니다."

▲ 왕이 되고 싶은 양도천 씨. 그가 입은 옷에 '만왕의 왕'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자칭 메시야 양도천 씨(75)가 최근 또 하나의 엉뚱한 직통계시를 발표했다. 금년 4, 5월에 남북 전쟁의 발발과 함께 그가 그 동안 꿈꾸어 온 '계룡산 시대'가 비로소 열린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그 동안 주장해온 러시아의 한국 침공, 대통령의 피살 등 여러 차례의 국가 운명에 관한 점괘의 결정체인 셈이다.

양씨는 지난 64년 계룡산 신도안으로 들어오면서 계룡산이 시온산, 신도안은 새예루살렘 그리고 자신은 메시야 등의 희한한 주장들을 펼쳐왔다. 그는 금년에 계룡산 시대가 열리고 자신은 왕이 되며,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복종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이미 자신의 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부 장관들도 이미 임명해 놓았다. 그런데 그 부서장에는 현재 기독교계의 내로라는 목사의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다. 양씨 자신이 일방적으로 임명해 놓았다는 것이다.

양씨는 자신이 왕이 될 때 입을 것이라며, 왕복(?)도 준비해 놓았다. 그의 아내 것도 준비했다. 양씨는 이 옷을 입고, 자신이 정해놓은 기념일에 입고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하얀 말 한 필도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백마 탄 자'의 모습을 흉내내려고 한 모양이다. 양씨는 많은 때는 70명을 웃도는 신도들과 함께 지금까지 소위 '국가 놀이'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지난 83년 계룡산 신도안의 '개발'로 그 지역에 자리를 잡았던 대부분의 유사종교 집단은 자리를 떴다. 당시 양씨를 따르던 신도들도 대부분 그 때 그 곳을 떠났다. 그러나 양씨는 그럴 수 없었다. 양씨가 계룡산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룡산 시대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뇌리에 가득 찬 자칭 메시야 사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양씨와 함께 남은 사람은 그의 신도였던 25세 연하의 아내 김부자 씨와 그녀의 가족들을 포함해 6～7명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 양씨를 따르던 전 신도들이 한두 명씩 다시 양씨를 찾아온다. IMF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양씨는 이것이 '계룡산 시대'를 알리는 증거라며 좋아한다.

"양목사님이 예언하신 대로 이루어 질 것이라고 저도 믿고 있습니다. 양목사님과는 초기 신도안 시절부터 같이 지냈기 때문에 그를 잘 압니다."

▲ 집회 모습. 신도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는 양씨 내외.

김종우 씨(52)는 양씨를 계룡산 시대의 메시야로 믿고 있는 30년 지기 추종자다. 그는 언론사에서 자신들을 찾는 것도 양씨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현재 남아 있는 다른 신도들도 김씨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씨는 과거 정통교회 목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때문인지 신도들은 양씨를 '목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양씨는 지난 1950년 모신학교를 9기로 졸업, 3년 후인 1953년에 그 신학교 소속 교단에서 목사 안수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여 년간 목회도 했으며, 현재도 몇몇 교계 중진 목회자들과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 중 자신과 친하다는 몇몇 현직 교계 목사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통교회와 밀접한 관계였던 그가 '계룡산 사나이'로 변신하게 된 데는 '삼각산 기도'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양씨는 지난 64년 8월 어느 날, 40일 금식기도 차 삼각산을 찾았다. 그 곳에서 10여 일이 지날 무렵, 누군가의 입에서 흘린 '계룡산'이란 용어가 양씨의 귀에 잡혔다. 양씨는 그 소식이 바로 자신이 그 동안 찾았었던 그 무엇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계룡산으로 내려갔다.

"내가 계룡산에 내려오자 기독교에서는 나를 보고 이단이라고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화통화하는 모 목사는 이단이라고 그럽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님을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나는 그때 신도안 삼신당에서 50일 기도 중 계룡산 시대의 계시를 받았습니다."

양씨는 계룡산에서 '한님'이라는 신을 만났다고 한다. 양씨는 그를 숭배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수시로 계시를 받는다고 한다. 양씨는 매주 토요일을 안식일이라며 의식을 갖는다. 그리고 매일 새벽 5시와 저녁 7시에 각각 새벽집회와 가정 기도회 등으로 집회를 연다. 집회 모습은 양씨와 추종자들이 단상에 절을 하거나 생수 마시는 의식 등을 제외하고는 다분히 기독교식이다.

자칭 메시야 양도천 씨. 그는 계룡산에 오면서 변했다. 과거 그가 목사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쩌면 지금 그의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