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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온 파이어> /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
2004년 10월 20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영화계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갱단을 무참히 살해하는 <킬빌(Kill Bill)>, 딸을 유괴살인한 유괴범에게 복수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인 <복수는 나의 것>, 과거 자신의 비밀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한 인간을 15년간 감금시키며 복수하는 내용의 <올드보이> 등 국내외 구분 없이 ‘복수영화’는 극장가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복수영화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복수라는 설정이 주는 영화적 매력 때문이다. 주인공과 관련된 자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의 배후를 캐내는 숨막히는 과정, 그리고 범인에 대한 통쾌한(?) 복수로 이어지는 ‘복수영화’의 기본구도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구성이다.

최근 개봉한 토니 스콧 감독의 <맨 온 파이어(Man on fire)> 역시 전형적인 복수영화다. 피타(다코다 패닝)의 보디가드를 맡게 된 크리시(덴젤 워싱턴)는 인생을 무의미하게 살다가 피타의 밝은 성격으로 인해 삶에 활력을 얻지만, 크리시는 어느날 유괴범에게 피격되고, 피타는 유괴되고 만다. 며칠 만에 깨어난 크리시는 피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괴범들을 찾아가며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을 잔인하게 죽여버린다는 것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다.

<맨 온 파이어> 역시 ‘복수영화’의 공식에 따라 진행된다. 특히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던 크리시와 피타가 유괴범에게 당하는 장면을 가장 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유괴범들의 잔혹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이러한 설정은 뒤에 이어지는 복수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역할을 하며 크리시의 손에 의해 죽어가는 유괴범들을 관객들로 하여금 ‘죽어 마땅한 이’들로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크리시는 최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됨으로써 관객들은 그를 사회의 악에 대항하며 죽어간 희생양으로 여기게 만든다.

크리시가 유괴범들을 소탕하기 전 자신의 행동이 선한 행동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악에게 지지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로마서의 구절을 외운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성경말씀을 오용하며 애써 폭력적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잘못을 저지른다. 영화는 성경에는 분명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맨 온 파이어>는 덴젤 워싱턴과 아역배우 다코다 패닝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와 화려한 연출력으로 인해 모양새는 웰메이드 영화이지만, 영화 속에 담긴 내용은 크리스천으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복수의 순환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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