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으로 춤을 추면서 기도하는 것이 가능할까? 만일 투병중인 어머니를 위해 100일 작정 기도를 하되,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하는 것이 아니라 힙합이라는 춤을 추면서 밤마다 철야를 하며 기도를 하는 청소년이 교회에 있다면? 아마도 그런 청소년은 당장 불경한 인물로 몰려 교회에서 쫓겨날 것이다.

교회와 힙합.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극단(極端)을 한 무대에 올려 오늘날의 교회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극단 ‘시냇가에 심은 나무‘(이하 시심)를 창단하며 국내 최초의 힙합 뮤지컬 <춤추는 새벽>을 선보였던 김성수 대표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김대표는 말한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힙합은 ‘문제아‘들의 문화 아닙니까? 그래서 모든 문제의 집결지의 상징으로 힙합을 내세웠고, 그것을 대하는 교회를 통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정말 힙합으로 기도하면 안 되는 건가요?“

김대표가 연출한 <춤추는 새벽>에 등장하는 주인공 ‘태수‘는 문제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보다 춤이 좋아 가출하고, 사귀는 여자와 동거까지 하는 청소년이다. 이런 태수가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 새벽에 교회에 가서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100일 기도를 힙합으로 한다. 이를 안 교인들의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교회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떠드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들을 내쫓는 것이었다. 연극은 결국 ‘교회가 진정 보듬고 감싸 안아야 할 계층은 누구인가?‘라는 구체적 문제 제기를 하면서 막을 내린다.

김대표는 “서로를 구분짓기 시작하면서 사랑은 깨지기 시작한다“며 “진정한 사랑은 있는 모습 그대로 보아 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대표는 이 뮤지컬이 기독교와 대중문화,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불협화음 속에서 화해를 이루는 작은 시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난 해 여름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던 <춤추는 새벽>은 1월 11일부터 2월 10일까지 인켈아트홀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