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진영과 세르비아 진영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땅 ‘노 맨스 랜드’. 이곳의 한 참호에 세 명의 병사가 남겨진다. 세르비아 병사와 보스니아 병사가 각각 총 뿌리를 겨눈 긴장된 상황에서 지뢰를 깔고 누운 병사의 의식이 돌아오면서 이들은 누구하나도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양 진영은 모두 그들의 상황을 외면하고, 급기야 UN군이 투입돼 해결을 모색해 보지만 방송국의 출현으로 사건은 더욱 얽히게 된다.

2001년 칸 영화제 최우수각본상과 2002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는 전쟁의 아이러니를 웃음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폭로하고 있는 수작이다. 영화는 그 곳에서 총구를 겨눈 이들이 전쟁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면서도 생존을 위해 서로를 죽일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재치 있고 탄탄한 구성을 드러내 영화의 완성도를 더 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엔군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감독의 내심을 드러냈고, 방송기자의 물불 가리지 않고 특종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을 강조하면서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비뚤어진 본성을 고발하고 있다.

기발한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의 어처구니없는 대사로 인해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웃음을 제공하고 있지만, 관객들은 예외 없이 웃는 가운데 엄습하는 전쟁의 덧없음과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것이 이러한 비상식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또 어이없는 결말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영화는 전쟁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아이러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 맨스 랜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날 때까지 미소를 띠고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극장문을 나서는 이들의 마음 한 켠에는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슬픔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