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일신여고 교내에는 양관이 있다. 양관은 1900년대 초 청주와 충북 지역 복음화를 위해 파송된 외국인 선교사들이 사택, 교회학교, 병원 등의 용도로 쓰기 위해 지은 서양식 건물로 현재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양관은 총 6개동이 있으며 일신여고 교내에 4개동, 학교 밖 근접지역에 2개동이 있다.

▲ 건물앞의 민노아선교사기념비

일신여고에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양관은 ‘노두의 기념관’이다. 1911년 성경학교로 사용하고자 지었다. 후에는 소민병원에 근무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사택으로 사용됐다. 특히 노두의(D.S.Lowe) 의사가 일제 신사참배 강요에 반대하다가 강제출국 당할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은 2학년 교무실로 사용하고 있고, 이층에는 교목실이 있다.

▲ 현재 미술실로 사용하는 '포사이드 기념관'

10여미터 더 안쪽에 위치한 ‘포사이드 기념관’은 양관 가운데 가장 먼저인 1906년에 완성된 건물이다. 주로 독신 선교사나 초임 선교사가 머문 이 건물은 미국 포사이드 부부가 후원한 3천불로 지어졌다. 옛 순교자들이 갇혔던 형무소에서 가져온 화강석을 초석으로 하여 건축한 의미 있는 건물이다. 하지만 현재 민노아 미술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학생들의 미술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관리상태가 엉망이다. 파손된 출입문과 창문은 방치돼 있고, 온갖 버려진 집기들이 실내에 꽉 차 있다. 벽에는 학생들의 낙서로 도배가 돼있고, 이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지방 유형문화재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거의 폐가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포사이드 기념관’ 뒤편의 건물은 ‘민노아 기념관’으로 민노아 선교사가 머물렀던 사택인데 현재는 학생들의 학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곳 역시 주변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어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교내에 있는 또 하나의 양관인 ‘소민병원’은 1912년 완성된 청주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었다.

▲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부레선목사기념성경학교'

선교사들은 건축비를 기증한 던컨 기념병원으로 불렀으나, 시민들은 소민병원이라 불렀다. 현재는 학교 양호실과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총 6개 양관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건물은 학교 밖에 있는 ‘부레선 목사 기념 성경학교’이다. 현재 대한예수교 장로회 충북노회에서 청주성서신학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주변과 실내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 외 한 동은 현재 개인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주지역의 복음의 뿌리가 된 양관의 관리상태는 한마디로 훼손방치된 상태이다. 현재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돼 보수 및 건물수리는 청주시에서 맡고 있고, 일신여고는 사용과 관리만 담당하고 있는 상태이다.

강호준 일신여고 행정부장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건물이어서 대외적인 학교 홍보면에서는 좋지만 건물주변 10미터 이내에는 공사를 하지 못하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학교 관리적인 면에서는 방해가 되고 있다”며 “건물 관리는 솔직히 소홀했다”고 말했다. 같은 양관이지만 노회가 소유주인 성서신학원은 관리상태가 양호하지만 학교측 소유인 네 개의 양관은 방칟훼손된 것이 아쉽다.

비록 개교회의 소유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앙에 뿌리가 된 상징적인 유적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는 청주 지역교회들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