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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산 소망을 가져라
2004년 03월 31일 (수) 00:00:00 장경애 jka9075@empal.com

<빛, 색깔, 공기>중에서
김동건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고통에도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요 며칠 내가 병원에 있으면서 혼자 생각해 본 주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고통을 겪는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이 걸려 아프면 육체의 고통을 피할 수 없지. 그런데 어떤 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치료해 나갈 때, 그 치료가 회복을 향해 나아가면 그 고통은 소망과 희망을 가진 고통이다. 이런 경우에는 힘들더라도 곧 나을 것을 기대하며 인내로써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치유의 가능성이 없는 병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이는 그 자체가 참으로 힘든 의미 없는 고통이고 절망이다. 치유가 불가능한 병으로 죽을 날만 기다릴 때, 그마저 심한 육체의 고통에 시달릴 때 절망감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가 심한 고통 속에서 곧 다가올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우리는 남은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더구나 아버지의 현재 상태를 생각하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런 경우에는 절망감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쉽지 않지. 그러나 기독교인은 모든 것을 절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약 죽음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라면 그렇게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부활을 믿는다. 지금 받는 고통이 인간적으로 봐서 희망 없는 고통이지만, 이를 부활로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진통과 산고로 봐야 한다.

“아! 부활로 나아가는 과정으로요!”
“나는 요즘 인간의 삶을 여행에 비유해 보곤 한다. 인간은 두 가지의 여행을 한다. 한 여행은 육체를 입고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여행은 부활체로서의 영생을 사는 것이다. 나는 지금 70여 년 간 살아온 하나의 여행을 마치고 다른 하나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이 세상에서의 여행을 정리하고, 주님께 나아가는 새로운 여행을 향한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이 말씀은 시한부 삶을 살며, 그마저도 극심한 고통에 임한 사람들에게 고통의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좋은 신앙적 의미가 되겠다. 우리 가족들도 우리의 병간호를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을 정리하고,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을 돕는 것으로 의미를 새롭게 했다. 고통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나에게 중요한 현실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려 애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힘들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산 소망을 가진 자’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평생을 목사로서 설교하신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설교는 ‘산 소망을 가진 자’였다. 이 설교는 놀라운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건강하고 젊을 때에 희망과 소망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심한 고통과 죽음의 문턱에서 소망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이 설교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암 환자가 죽음 직전에 남긴 설교라는 정황적인 것 때문만은 아니고, 그 설교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산 소망을 가진 자’는 두 가지 요소가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나는, 현재의 고통과 어둠을 넘어서는 ‘종말적인 소망’을 말한다. 이는 현재의 역사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하나님에 의한 희망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종말론적인 소망’은 현재 우리 역사가 나아갈 방향과 목적이 있음을 보여 준다. 언젠가 완성될 이 역사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아무리 어려운 역사의 현실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우리는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이 소망을’ 실천하며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허한 꿈과 이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은 현재적인 것이고, 실천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한반도, 이 강산에서 태어났고, 이 구체적 현실 속에서 진정 성과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아가 ‘산 소망을 가진 자’는 이 요소를 연결시킨다. 이 연결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다. 그리스도에 의해 우리는 부활의 소망을 가진다. 부활의 소망은 현재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우리가 너무나 값지고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한다.

 현재의 우리 자신을 넘어서 새로운 존재를 소망케 한다. 부활의 소망은 동시에 이 역사에 대한 종말론적인 소망을 가지게 한다. 이 소망은 우리를 현재의 잘못된 역사에 유혹 당하지 않게 한다. 이 소망은 다가 올 미래에 새로운 것이 있음을 알게 한다.
우리의 실존과 역사는 나아갈 방향과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단순히 미래의 소망으로만 있는 자가 아니다. 그는 이 역사의 주관자로서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실천해 나갈 힘과 용기를 준다. 우리가 구체적인 삶의 실천에 참여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어시스트 장경애/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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