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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에 두고
1999년 07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공보길 교수(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기독교 신학과)

Q. 회갑을 눈앞에 두고 몇 주 전 의사로부터 암 말기 선고를 받은 여 집사입니다. 악성 종양이라 앞으로 길어야 서너 달밖에는 살 수 없다는 가혹한 판정이었습니다. 수술을 희망했지만 병원에서는 이미 늦었다고 했습니다. 병원을 바꾸어 가며 세 차례의 재검을 받았지만 결과는 늘 같았습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죽음 앞에서는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커져만 갑니다. 신유 집회를 좇아 다니는 것도 식이요법을 하는 것도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쳐먹는 것도 이제는 다 지쳐버린 상태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끓는 듯한 분노와 남은 인생에 대한 미련을 이제는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까요?

A. 힘든 상황 가운데서도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정리하고자 사연을 보내주신 집사 님의 용기와 정성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문제가 자신에게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닥쳐온 직접적인 문제일 때는 아무리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회의와 갈등, 원망과 분노, 그리고 슬픔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세 차례의 재검을 받게 했을 것이고 식이요법과 신유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집사님은 다 허사라고, 사람을 더욱 초라하고 불쌍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잘 하신 일입니다. 왜냐하면 삶에 대한 진정한 애착과 욕구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욱더 남은 삶을 말씀 안에서 알차고 아름답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씀에 약속하신 영원한 세계에 대한 변치 않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요14:1~3)

 신앙인에게 있어서 주님의 약속(요14:1~3)은 매우 실제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눈물도 고통도 없는 삶을 확실히 약속 받았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ubler-Ross) 박사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의 죽음의 문제를 직면하게 되면 부인, 흥정, 분노, 우울, 인정 또는 해결의 5단계를 거치거나 특정 단계에 머무르면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 단계에 머무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여러 단계를 앞뒤로 왔다갔다 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대부분의 장기 환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부인합니다.

때로는 이것이 가족과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환자보다 오래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단계가 지나면 사람들은 하나님과 타협, 흥정하는 단계에 들어갑니다. '저를 살려주신다면', '제 생명을 연장해주신다면' 등등 하나님과의 거래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분노와 우울의 단계를 통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아름답게 정리하고 남아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준비하게 됩니다.

 남은 인생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작업은 하나님이 허락하였던 이 땅에서의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고난과 고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위로에 감사하며 작은 것일지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셨던 축복들에 감격해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곧 헤어질 수도 있지만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이별도 없는 그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소망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로 구원의 확신 가운데 거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구원의 확신이 있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 있는 것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본인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므로 남은 시간동안 가족의 구원과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것에 헌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난 세월의 아픔, 행복, 감사 등을 함께 나누는 것도 더불어 앞으로 가족들에게 희망하는 바람들을 서로 나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작업은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허무해하고 외로워하는 데 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사는데 유익이 되는 과업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계획하고 준비했다면 먼저 하나님 나라에 가서 주님과 함께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땅에 사는 동안 자녀들은 어머니와 함께 계획했던 의미 있는 일들을 하면서 어머니가 남겨주신 교훈을 하나님 나라에 가는 그 날까지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훈을 남기는 것은 자신에게도 남은 생을 의미 있고 성실하게 정리하는 데 큰 유익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땅에서의 삶은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그 순간까지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가는 그 순간까지이기에 신앙인인 우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원망만 하지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몸과 마음과 영혼을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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