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길 교수(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 . 기독교 신학과)

Q. 요즘 저희 집은 매우 어둡고 절망적입니다. 얼마 전 형이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형은 이전과 같이 건강해질 수 없고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나 형 그리고 저는 큰 절망과 두려움, 또 막막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절망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A. 신체적, 정서적, 영적 위기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얻게 되는 신체적 장애는 건강의 상실과 더불어 심리적, 영적 위기감을 가져옵니다.

 우리는 신체의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육체의 자유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을 잃게 되었을 때에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평생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될 때 여기에 따른 위기감과 절망감, 좌절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장애를 얻은 사람은 인생에 대한 절망감 이외에도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스럽게 되었다는 죄책감과 자기 분노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표현을 자신에 대한 학대나 가족과 타인에 대한 분노와 폭언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장애를 겪게 되면 자신이 쓸모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 삶에 대한 자신감 상실, 경제적 무능력, 가족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목적 상실과 삶의 의욕 상실, 장애에 대한 수치심과 이로 인한 고립,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배척감, 희생자가 되었다는 분노와 좌절, 정체성 변화에 따르는 위기, 절망감 등의 견디기 힘든 감정들을 겪게 됩니다.

 신체적 장애와 장애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은 긴 시간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장애로 인한 위기적인 감정은 매우 심각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겪게 되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분노가 될 수도 있고 매우 큰 슬픔의 상태가 될 수도 있으며 울음과 절망, 좌절 등의 언어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억압하고 참고 회피하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지연하고 계속적인 절망으로 몰고 가는 행동입니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장애를 당한 당사자가 충격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가족들의 공감적인 이해와 함께하는 시간, 상담자와의 대화는 감정 표출을 도와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뒤떨어진 희망이나, 고통에 대한 책임전가, 지속적이고 파괴적인 분노의 행위들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합니다. 감정표현은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새로이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하며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함으로 서로 회복을 도모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기감과 절망감을 서로 나눔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고 버팀이 될 수 있고 또 발전의 계기와 자극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적 회복의 노력과 함께 신체적 회복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겪는 장애가 물리 치료로 나아질 수 있다면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약 가능하지 않다면 장애로 지치고 힘든 육체를 건강하게 회복해야 합니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간에 고통을 겪으면서 오히려 대화를 피하고 현실을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오해와 깊은 골을 만드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위로하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합니다. 장애 당사자나 가족 모두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 가장 이해와 위로가 되는 대상이 가족 서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애 당사자가 원하는 도움의 영역을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서로 해야 할 역할을 재정립함으로 앞으로의 생활에 혼란이 오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유익합니다. 가족들이 장애 당사자가 원하는 부분 이상을 함으로 당사자가 오히려 곤란을 느낄 수 있으며 또 새로운 역할(예를 들어 가족들의 경제적 활동)을 시작하게 됨으로 소홀해지는 면을 미리 장애 당사자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겪는 당사자는 장애로 인해 이전에 하던 경제적 활동이나 자기 역할이 중단되는 것이 대부분임으로 자신감을 잃고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노력하다가도 다시 좌절을 가져오는 부분이 이 부분일 것입니다.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 간다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자신이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처음부터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겠지만,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재능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장애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어려움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쉽게 그 아픔을 이야기 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낙심 속에서 소망을, 고독 중에 크신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상황과 환경, 현실을 뛰어 넘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과 계획이 우리 가운데 계시기 때문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