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길 교수(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기독교 신학과)

Q. 저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의 아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갈수록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저의 아들로 인해 수업에 피해가 크다고 말씀하십니다. 무엇에 집중하거나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합니다. 집안도 그 아이로 인해 깨끗할 날이 없습니다. 항상 어지럽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로 인해 남편과 말다툼을 하게 되고 작은아이까지 닮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 아이만 변화되면 집안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A.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고, 통제가 어려워 학업과 생활에 어려움을 보이는 어린이들로 인한 부모들의 걱정은 큽니다. 또한 이러한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을 주의결핍장애(ADD)라고 합니다. ADD일 경우 치료는 덱세드린, 덱스트로임페타민, 사이런트, 토프라닐고 같은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정신치료에서 약물 치료는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의집중장애(ADD) 증세를 나타내지만 ADD가 아닌 아이들을 요즘은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같음으로 아이들은 치료에 들어갈 가능성이 많은데, 치료에 들어가기 이전에 아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중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아이들의 정신장애가 아닌 다른 요인들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에 어려움을 끼친다고 보고 아이만을 치료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아이 자신보다 부모나 가정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돌봄과 관심, 사랑을 적절하게 받고 자라야 합니다. 아이들은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나름대로의 좌절도 겪게 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은 성인에 의해 적절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과잉으로 부어지는 사랑과 보호, 혹은 지나치게 거절당하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들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과 문제, 너무 빨리 동생을 얻게 되어 부모의 사랑에서 밀려나는 경우,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을 경우,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새로운 부모를 만나면서 혼란을 겪게 되는 경우,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는 아동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됩니다.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하지 않은 문제들일 수 있으나 아이의 입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부모들은 모든 관점과 생활을 성인의 시각에서 결정하고 아이들에게는 이것을 당연히 따르고 맞추게 합니다. 아이들은 적응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갖지만 이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공격적인 성향, 정서불안, 산만함과 주의집중결핍과 같은 행동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통제가 어려운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계속되는 생활에서 많이 지치고 힘들게 될 것이고 아이에 대한 애정보다는 생활을 어렵게 하는 아이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변화시키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정을 뺀 결론적인 아이의 모습만을 보고 행하는 것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결과에 대한 원인은 반드시 있습니다. 원인을 자녀에게서만 찾기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해 보고 아이의 어려움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문제를 찾기 힘들 때 아이와 부모와 함께 상담을 하는 것도 유익합니다. 아이만을 상담시키려 노력하기보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황과 부모의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결점을 찾고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유가 ADD(주의집중장애)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축복이자 의무입니다.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중요한 한 인격체를 준비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좋은 환경과 물질을 제공한다는 것이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해서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채워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받아야 하는 것은 자신들을 대하는 부모의 반응입니다. 부모의 언어와 표정 안에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담겨져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자녀가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부모가 얼마나 공감하는가가 아이에게는 자신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는가를 느끼게 합니다. 부모의 모습이 아이의 모습에서 나타납니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 속에 부모의 모습을 담고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을 비추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가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질과 성품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왜 저런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지 그 원인을 자신과 가정에서 먼저 보아야 합니다.

아동의 문제는 부모와의 상호관계 안에서 이루어짐으로 아이들과의 상호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부모의 자기 점검입니다. 즉 부모 자신의 건강하고 안정적인지 체크하는 것입니다. 자녀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면 지속적으로 가정 속의 관계들이 긍정적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육체의 건강을 위해 식사와 운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처럼, 가정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자신의 정신적 안정과 또 가족 관계를 주의하여 살피고 돌봐야 합니다. 자녀의 문제는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근심을 가져다주지만 그것을 계기로 가정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