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길 교수(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 . 기독교 신학과)

Q. 집안의 독자로 가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자란 제게 사람들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러워합니다. 그렇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지위를 볼 때도 크게 나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러나 제 생활의 만족이란 찾을 수 없고 기쁨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단지 뭔가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이 저를 불안하게 하고 우울하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몇 일 전 아내는 늘 소극적이고 기쁨이 없는 저와 함께 하는 것이 불만스럽다고 했습니다. 왜 저는 신앙인이면서도 늘 허무한 마음만 가득할까요? 제 자신도 괴롭고 힘들지만 이런 모습에 지친 아내가 저에게 멀어질까 두렵습니다.

A.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늘 허무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쾌락도 노동도 성공도 지혜도 아무런 가치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삶을 지루하고 의미 없는 일상들의 반복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이러한 허무감은 권태와 불안, 의타심, 무책임, 목적의식 결여 등 건강한 생활을 방해하는 문제점들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우울증, 중독증, 공격성의 3대 신경증'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인다고 해도 그의 허무한 마음을 단지 여유 있는 한숨에 불과하다고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허무감이나 삶의 무의미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수행되는가 입니다. 현대 사회처럼 파괴적이고 비인간화된 문제들이 많을수록 인간들에게 파고드는 무기력함과 허무의 영향과 대상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로 허무감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자족할 줄 아는 감사가 없을 때 찾아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허무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첫째, 돈을 삶의 의미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거나(결국 이로 인한 허무감에 빠지면 돈도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지만) 둘째, 목적의식의 결여(자신의 시간과 정열을 쏟을 분명한 목표가 상실되어 있다) 셋째, 부유한 삶(부자들의 생활 양식 자체가 삶의 의미상실을 부채질 할 때가 많이 있다) 넷째, 불안전한 행복추구(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원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고통과 인내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다섯째, 죄 인식의 결여(죄가 삶의 무의미의 원인임을 깨닫기만 한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죄 문제를 계속해서 간과하거나 무시한다면 삶의 의미 상실로 인한 허무를 해결할 길은 영원히 없는 것이다)가 복합적인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활양식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하나님께 진정한 감사를 드릴 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으며, 권력이나 섹스, 폭력이나 비인간화된 세속적인 상품들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보상받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으며 무엇인가를 실천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앉아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허무의 문제는 정신적인 질환일수도 있지만 영적인 불안으로부터 오는 내부의 갈등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은 자신의 허무를 다룸에 있어서 다양한 문제원인들과 더불어 영적인 점검을 필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더불어 위의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자신의 허무가 영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성장과정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를 함께 점검해 봐야합니다.

 흔히 허무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라면서 지나치게 의존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인데, 성장과정에 있어서 부모와 지나친 밀착관계로 인하여 독립에 대한 발달과업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을 경우,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으로 의타적이 되기 때문에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항상 옆에 두게 되며 자신만의 만족이나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 전에 부모님께 의지했던 모든 것을 결혼 후에는 아내에게 기대하는 것이고, 지금 불안한 이유도 늘 의지해오고 있는 아내가 자시에게 실망해서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즉 누군가가 옆에 있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는데 익숙해져버린 지금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무엇인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도 두렵고 모든 것이 허무하게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각성을 깨달았으니 다행입니다. 여태까지는 아내가 아무런 말없이 부모님처럼 모든 것을 도와주고 이끌어주었지만 앞으로는 작은 것이라도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실천하는 훈련을 해야합니다. 그래야만 아내도 변화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기뻐할 것이며 미래를 보다 건강하게 신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내가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하지만 마시고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긍정적이고 기쁜 표현을 반복해서 하시길 바랍니다.

하다못해 식사를 마친 후 아내에게 늘 "고맙다", "맛있었다", "수고했다" 등의 메시지를 남긴다거나 자녀들에게도 "사랑한다", "자랑스럽다"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을 습관화하십시오. 더불어 영적인 대응도 있어야겠습니다. 첫째, 구원받은 은혜에 대한 늘 새로운 감격과 영적인 각성을 위해 노력하십시오. 둘째, 하나님과 주변에 있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귀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늘 자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 물질 중심, 탐욕중심, 비교, 평가하는 인간적인 삶의 기준에 생화태도를 맞추어 살아서는 안 됩니다.

늘 자족할 줄 알고 받은 달란트를 배로 남길 수 있는 노력하고 충성된 청지기적 삶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넷째, 바쁜 일상생활을 핑계로 삼지 말고 평소에 가족과 함께, 또는 신앙공동체와 함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 실천하십시오(예: 봉사활동, 선교활동 등). 성령님께서 허무한 마음을 기쁨과 감사로 바꾸어지도록 함께 하실 것입니다(신 32:21, 왕하 17:15, 잠언 11:18, 23:5, 시 119:118).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