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길 교수(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기독교 신학과)

Q. 저는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해왔고 사회생활에서도 제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저는 사귀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헌신했으며 서로 결혼을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별 이유 없이 두 차례나 헤어지는 아픔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런후 또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교제하게 되었는데, 주변의 심한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왜 저는 선택한 관계 속에서 항상 상처를 받아야만 하고 축복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제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또 지금의 사람도 헤어지게 되는 것인지.... 하나님이 저를 위해 예비하신 배우자는 정말 있는 것일까요?

A. 20대에 가장 크게 수행해야 할 과제는 결혼입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은 사랑에 대해 거부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떄의 사랑에 대한 상처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이성교제 중 입은 상처가 이러한 두려움을 낳게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상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헌신적이 되거나,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보호막을 치는 두 가지 형태를 나타나게 됩니다. 상처의 기억 자체가 지워 질 수는 없지만 자신의 상처를 진단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누구나 건강한 자신의 모습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랑의 상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첫 번째 경우는 다른 사람을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부당한 처사를 묵인하고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용납합니다. 상대와의 관계가 부적당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실과 헌신을 다합니다. 좋지 않은 관계가 악순환 되어 괴롭고 힘들지라도 상대로 인해 버림받게 될까봐 변화를 추구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관계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집착과 무조건적인 허용은 상처만 깊게 할 뿐입니다.

 사랑의 상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두 번째 경우는 문제성을 지닌 친구나 배우자를 찾고자 하는 경우입니다. 그 이유는 낮은 자존심이나 상처로 인해 연약한 사람은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이 그들의 필요를 채워줌으로서 상대가 자기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동기에서 입니다. 같은 원인에서 이지만 이와는 반대되는 형태로 상처가 표현되기도 합니다. 즉 자신이 약한자가 되어 자신을 기꺼이 돌봐 줄 친구나 배우자를 찾는 것입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책임을 느껴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떠맡기고 절대적으로 의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상호적 교류가 단절되고 한 쪽에서만 부담을 안기 때문에 온전한 인간관계로 발전되고 유지되기가 어렵습니다.

 사랑의 상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세 번째 경우는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자신의 주위에 담을 쌓는 경우입니다. 타인이 자신을 받아 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만 집착하며 몰두하는 것입니다. 자신만을 위해 물질과 시간을 투자하고 이와 상반되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대함은 갖고 있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또 다른 형태로는 타인이 자신에게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별 반응을 보이지 읺는 경우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사랑스럽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타인의 불손함과 부당함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의 부정을 참는 부인이나 친구의 경멸을 내버려 두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혹 버림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을 막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타인과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상대가 자신의 삶에 들어오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하게 합니다. 그냥 알고 지내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 파트너를 바꾸는 것이 이러한 경우의 예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거부할 뿐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기도 어렵습니다.

 나타나는 모습들은 다 다르지만 모두 사랑의 상처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우선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위한 무조건적인 헌신과 감수인지, 아니면 주위의 벽을 쌓은 방관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 행동이 지나치게 다른 사람을 위해 절제되고 억압되어 있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상대의 부당한 행동, 괴로움이 반복되는 관계는 거절하고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또한 내가 자신만을 위한 삶의 울타리 안에 있다면 다른 사람을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오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실천하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과 긴밀하고 친숙한 관계를 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억압된 우리의 상처를 신실한 사랑으로 치유하실 것이며 무겁고 그늘진 마음들을 새롭게 회복시켜 아름다운 만남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5월호)